"권력기관 인맥은 안전장치"…승리 사태로 본 '스타권력'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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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에 죄책감 없는 태도, 비호하는 권력 작동했단 방증
한류 스타로 위상 높아지며 여러 분야 인맥 형성…특혜 시비도 '왜 대처를 못 했지? 어떻게든 막으면 되지 않나?'
빅뱅 출신 승리(29)가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29) 등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이다.
다른 연예인의 음주 운전 적발 보도를 막지 못한 해당 기획사의 '무능'을 꼬집는 뉘앙스다.
마치 그 정도 문제쯤은 쉽게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투다.
KBS '뉴스9' 보도에 따르면 승리가 정준영, 최종훈과 함께 밀땅포차 개업을 준비하던 2016년 대화에서는 동업자 박모 씨와 업종 신고를 놓고 논의하면서 '단속 뜨면 돈 좀 찔러주고', 'XX 같은 한국법 그래서 사랑한다' 등 불법에 죄의식이 없는 태도도 보였다.
역시 이들의 카톡방을 통해 2016년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이 드러난 최종훈은 이 사실을 무마하고자 당시 현장 경찰에 200만원을 주려 한 혐의로 입건됐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은 그간 이들을 비호하는 권력이 작동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 승리와 정준영,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 등이 있는 카톡방에서는 경찰 고위 인사가 뒤를 봐주는 듯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종훈과 유 대표는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모 총경과 골프를 함께 치고, 최종훈은 윤 총경의 부인 김모 경정에게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K팝 공연 티켓을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가 사내 이사로 있던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정준영 휴대전화 카톡방 파문으로 전개된 이번 사태는 스타 권력과 경찰 등 공권력의 유착 의혹이 중요 축이 됐다.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부 연예인의 스타 권력이 권력끼리 뭉치는 속성에 따라 또 다른 권력 집단과 결탁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일 버닝썬 사건에 대해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불법적 영업과 범죄 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해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라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사회 특권층이란 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스타나 연예계 종사자들은 각종 논란과 사건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경찰과 검찰 등 권력 집단과의 인맥을 형성하고 싶어한다.
또 일부 권력기관은 세 과시용으로 스타 권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은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리는데, 대부분 중범죄가 아니니 경찰이 조금만 손을 써주면 결과물이 크게 바뀔 수 있어 경찰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또 경찰 같은 권력 집단으로서는 연예인의 사회적 지위가 한류 스타로 떠올라 과시하기 좋은 인맥이 된다"고 짚었다.
특히 클럽과 요식업 등 여러 사업에 손을 댄 승리처럼 연예인들이 사업에 뛰어들 경우 공권력과 관계 형성에 유혹되기 더욱 쉽다.
승리와 함께 사업도 한 최종훈은 지난 2일 SBS '8 뉴스'에 "(윤 총경이) 청와대 계시니까 저 또한 나쁘게 지낼 필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윤 총경은 2017년 7월부터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다.
하 평론가는 "연예인뿐 아니라, 국내에서 사업하는 사람 다수가 공무원을 뒷배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며 "유착 의혹의 '키'라는 유 대표도 사업하는 사람이니 유사하게 행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전부터 탈법으로 단속을 많이 당하는 유흥업계와 경찰의 유착 의혹이 많이 제기됐는데 똑같이 반복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에 따르면 연예계와 권력기관을 연결해주고 그 사이에서 이권을 챙기며 브로커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다.
20여년 가요계에 몸담은 기획사 관계자는 "권력기관 인맥을 통해 연예인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금품이나 향응을 챙기는 브로커도 본 적 있다"며 "물론 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연예인을 도와줬다고 생각하지 스스로 브로커라고 여기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셀럽'(Celeb)으로 불리는 스타 주변에는 기업가, 정치인, 대학교수나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까지 다양한 인맥이 형성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맥 형성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으나, 음으로 양으로 관계를 형성하다 보니 불미스런 분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대학원 입학·졸업 등 여러 분야의 특혜 시비를 낳기도 한다.
또 다른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연예 콘텐츠와 스타가 권력화하면 사람이 몰려들기 마련"이라며 "일부 스타는 '리스크 헤지'(Risk hedge·위험 회피)란 명목으로 넓은 인맥을 사용하고, 이들과 손잡은 공권력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스타 권력이 뻗은 바운더리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번 사태에 업계도 뼈아픈 자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우 이순재도 21일 영화 '로망' 인터뷰에서 "연예인이란 엄밀히 공인이 아니나, 대중적 파급력 등으로 공인적 성격을 지닌 직업"이라며 "그런 점에서 철저한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승리 사건에 대해 "자기 절제에 더해 주변의 수많은 유혹에 대해 연예인 스스로 경계하고 제어해야 함을 보여준 케이스"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한류 스타로 위상 높아지며 여러 분야 인맥 형성…특혜 시비도 '왜 대처를 못 했지? 어떻게든 막으면 되지 않나?'
빅뱅 출신 승리(29)가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29) 등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이다.
다른 연예인의 음주 운전 적발 보도를 막지 못한 해당 기획사의 '무능'을 꼬집는 뉘앙스다.
마치 그 정도 문제쯤은 쉽게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투다.
KBS '뉴스9' 보도에 따르면 승리가 정준영, 최종훈과 함께 밀땅포차 개업을 준비하던 2016년 대화에서는 동업자 박모 씨와 업종 신고를 놓고 논의하면서 '단속 뜨면 돈 좀 찔러주고', 'XX 같은 한국법 그래서 사랑한다' 등 불법에 죄의식이 없는 태도도 보였다.
역시 이들의 카톡방을 통해 2016년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이 드러난 최종훈은 이 사실을 무마하고자 당시 현장 경찰에 200만원을 주려 한 혐의로 입건됐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은 그간 이들을 비호하는 권력이 작동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 승리와 정준영,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 등이 있는 카톡방에서는 경찰 고위 인사가 뒤를 봐주는 듯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종훈과 유 대표는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모 총경과 골프를 함께 치고, 최종훈은 윤 총경의 부인 김모 경정에게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K팝 공연 티켓을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가 사내 이사로 있던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정준영 휴대전화 카톡방 파문으로 전개된 이번 사태는 스타 권력과 경찰 등 공권력의 유착 의혹이 중요 축이 됐다.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부 연예인의 스타 권력이 권력끼리 뭉치는 속성에 따라 또 다른 권력 집단과 결탁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일 버닝썬 사건에 대해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불법적 영업과 범죄 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해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라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사회 특권층이란 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스타나 연예계 종사자들은 각종 논란과 사건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경찰과 검찰 등 권력 집단과의 인맥을 형성하고 싶어한다.
또 일부 권력기관은 세 과시용으로 스타 권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은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리는데, 대부분 중범죄가 아니니 경찰이 조금만 손을 써주면 결과물이 크게 바뀔 수 있어 경찰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또 경찰 같은 권력 집단으로서는 연예인의 사회적 지위가 한류 스타로 떠올라 과시하기 좋은 인맥이 된다"고 짚었다.
특히 클럽과 요식업 등 여러 사업에 손을 댄 승리처럼 연예인들이 사업에 뛰어들 경우 공권력과 관계 형성에 유혹되기 더욱 쉽다.
승리와 함께 사업도 한 최종훈은 지난 2일 SBS '8 뉴스'에 "(윤 총경이) 청와대 계시니까 저 또한 나쁘게 지낼 필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윤 총경은 2017년 7월부터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다.
하 평론가는 "연예인뿐 아니라, 국내에서 사업하는 사람 다수가 공무원을 뒷배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며 "유착 의혹의 '키'라는 유 대표도 사업하는 사람이니 유사하게 행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전부터 탈법으로 단속을 많이 당하는 유흥업계와 경찰의 유착 의혹이 많이 제기됐는데 똑같이 반복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에 따르면 연예계와 권력기관을 연결해주고 그 사이에서 이권을 챙기며 브로커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다.
20여년 가요계에 몸담은 기획사 관계자는 "권력기관 인맥을 통해 연예인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금품이나 향응을 챙기는 브로커도 본 적 있다"며 "물론 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연예인을 도와줬다고 생각하지 스스로 브로커라고 여기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셀럽'(Celeb)으로 불리는 스타 주변에는 기업가, 정치인, 대학교수나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까지 다양한 인맥이 형성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맥 형성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으나, 음으로 양으로 관계를 형성하다 보니 불미스런 분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대학원 입학·졸업 등 여러 분야의 특혜 시비를 낳기도 한다.
또 다른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연예 콘텐츠와 스타가 권력화하면 사람이 몰려들기 마련"이라며 "일부 스타는 '리스크 헤지'(Risk hedge·위험 회피)란 명목으로 넓은 인맥을 사용하고, 이들과 손잡은 공권력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스타 권력이 뻗은 바운더리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번 사태에 업계도 뼈아픈 자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우 이순재도 21일 영화 '로망' 인터뷰에서 "연예인이란 엄밀히 공인이 아니나, 대중적 파급력 등으로 공인적 성격을 지닌 직업"이라며 "그런 점에서 철저한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승리 사건에 대해 "자기 절제에 더해 주변의 수많은 유혹에 대해 연예인 스스로 경계하고 제어해야 함을 보여준 케이스"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