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줄줄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치매 정복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미국 바이오젠은 21일(현지시간) 일본 에자이와 공동 개발해온 알츠하이머 신약인 아두카누맙(aducanumab)의 임상 3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립기관인 임상시험 자료 모니터링위원회가 임상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바이오젠 주가는 29.23% 폭락했고 약 18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아두카누맙은 초기 임상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나와 임상 3상을 진행해왔다.신약물질은 임상 3상까지 성공해야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아두카누맙은 치매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독성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 응집(플라크)을 감소시키는 약으로 관심을 받아왔다. 시판 중인 치매약인 에자이의 아리셉트 등은 개선제일 뿐 치매 진행을 멈추거나 완치시키진 못한다. 바이오젠은 에자이와 함께 또 다른 치매약인 E2609와 BAN2401도 개발 중이다.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15년 3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4년 13조5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머크, 존슨앤드존슨 등 유명 제약사들이 모두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최근 줄줄이 임상시험에서 실패를 맛봤다. 올 1월에도 로슈가 치매 치료제인 크레네주맙(crenezumab)의 임상 3상 시험을 중단했다.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포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도 관련이 있다. 양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 운영하고 있으며 아두카누맙 개발이 완료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할 가능성이 컸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아두카누맙의 임상 결과에 따라 4공장 착공을 결정하겠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