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당초 이달 29일로 예정했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일정을 4월 12일 이후로 연기하기로 21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연기 시한은 다음주에 열릴 예정인 영국 하원 결정에 달려 있다.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면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한다. 하지만 브렉시트 합의문이 영국 하원에서 또 부결되면 4월 1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고, 영국의 차기 유럽의회 선거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영국에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시한을 놓고 마라톤 협의 끝에 이 같은 합의안을 도출했다. 앞서 영국은 EU 측에 6월 30일까지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EU는 브렉시트를 6월 30일까지 연기할 경우 차기 유럽의회 선거(5월 23~25일)에 영국의 참여 여부를 놓고 법적·정치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수정안을 제안했고, 영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충돌했다고 FT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원칙적으로 재고하지 않는 한 브렉시트 날짜를 미루는 안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하드브렉시트(영국이 EU 관세동맹과 EU 단일시장에서 완전히 이탈)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달 12일까지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며 “영국 정부는 합의에 따른 탈퇴, 노딜 브렉시트, 브렉시트의 장기 연기, 브렉시트 철회 등 사이에서 여전히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이 4월 12일 이전까지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 장기간 브렉시트를 연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남겨둔 것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는 하원에 브렉시트 합의안 가결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하원이 다음주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안이 가결되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순조롭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EU를 떠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영국 하원은 이미 두 차례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 투표를 부결했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지난 18일 상당한 변화가 없는 합의안에 대한 세 번째 표결은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을 다시 묻는 제2국민투표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