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순도 놓고 국내기업 對 외국계 기싸움
균주 싸움으로 시끄러웠던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시장에서 이번엔 ‘순도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불을 댕긴 건 독일 에스테틱기업 멀츠입니다. 멀츠는 지난 15일 국내에서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멀츠가 2005년 출시한 ‘제오민’이 세계 최초로 복합단백질을 제거한 순수 톡신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품 홍보를 위해 제오민을 개발한 요르겐 프레버트 박사와 면역학 석학인 마이클 마틴 교수까지 모셔왔죠.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는 복합단백질이 섞여 있는데요. 이런 물질들이 항체를 형성해 내성을 유발한다는 게 프레버트 박사의 설명입니다. 멀츠는 불순물을 제거한 제오민이 다른 제품보다 안전성과 효과가 뛰어나다고 강조했는데요. 강연이 끝난 뒤엔 ‘Choose Zero(0을 선택하세요)’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한국에서 최초로 시작한다면서 판촉 활동을 벌였죠.

이런 떠들썩한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한국이 보툴리눔 톡신 강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엘러간이 1985년 ‘보톡스’를 출시한 이후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 멀츠의 제오민 등 제약 선진국이 이 시장을 점령해왔습니다. 그런데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등 한국 회사들이 진입했죠. 저렴한 국산이 많다 보니 국내에서 외국산 보툴리눔 톡신의 시장 점유율은 낮습니다. 보톡스가 10%, 제오민과 디스포트가 각각 5%가량을 점유하고 나머지 80%는 국산이 장악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스테틱 회사들이 국산 제품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프레버트 박사는 “제오민은 출시 이후 내성 발현 보고가 단 한 건도 없다”며 “한국 제품은 성분이나 제조 공정 등의 자료가 공개돼 있지 않아 믿을 수 없다”고 한국산을 ‘디스’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반격에 나섰습니다. 메디톡스는 비독소 단백질을 제거해 내성 위험을 줄인 ‘코어톡스’를 출시했는데요. 900kDa(킬로달톤) 크기의 보툴리눔 독소에서 효능과 관계가 없는 비독소 단백질을 제거하고 150kDa의 신경독소만을 정제했다고 합니다. 독소를 배양하는 배지에서 동물 성분을 없애고 사람혈청알부민(HSA)을 안정화제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혈액 유래 병원균과 전염성 미생물에 감염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보톡스' 순도 놓고 국내기업 對 외국계 기싸움
보툴리눔 주사는 한 번도 안 맞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맞은 사람은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주기적으로 시술받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세 번째 맞을 때부터 시술 효과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내성 문제를 둘러싼 순도 전쟁에서 누가 이기게 될까요.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