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여가부 성폭력 대응 '공간분리' 매뉴얼…2차 피해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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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만여명 장수군에 가해 교육공무원·피해 여교사 근무가 공간분리?
성폭력 가해 교육공무원과 피해 여교사가 시골인 전북 장수군에서 함께 근무한다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공간분리'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장수군의 인구는 2만3천명이며 초등학교 9개·중학교 7개·고등학교 5개 등 각급 학교가 총 21개에 불과한 지자체다.
최근 여교사에게 성폭력을 한 남성 공무원이 4년 만에 다시 장수군으로 되돌아와 논란이 이는 가운데 여성가족부의 관련 매뉴얼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2019 폭력 예방 교육 운영 안내' 12조를 보면 피해자와 행위자의 업무 및 공간분리 등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게 돼 있으나, 정작 공간분리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1년 전북교육청 장수교육지원청 주관 연수에 참여했다가 해당 지원청에서 근무하던 행정공무원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던 여교사 B씨는 사건 후 4년 만에 장수의 한 마트에서 A씨를 마주쳐야 했다.
확인해보니 성폭력을 행사한 A씨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고 다른 지역으로 전보 발령됐다가 근무지 변경을 통해 다시 애초 근무지인 장수군으로 되돌아왔다.
'A씨의 승진을 제한하고 장수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던 전북도 교육청 감사담당 공무원의 약속과 달리 A씨는 진안과 군산 등 타 지역을 돌다가 본인의 희망으로 장수로 돌아온 것이다.
A씨의 얼굴을 보자 '그날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 B씨는 전북교육청에 항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전북 지역 한 여성단체는 "피해 교사 B씨는 A씨를 같은 지역에서 마주치는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며 "그런데도 교육청은 A씨의 동의가 없으면 근무지를 옮길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사건 당시 한 차례 징계성 전보 발령을 받아 징계를 또다시 내리기 어렵다"며 "피해자 사정이 안타깝지만, 성범죄 공무원이 퇴직할 때까지 특정 지역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성가족부의 해당 매뉴얼에 공간분리와 관련된 기준이 없어 A씨의 장수 근무 배제를 할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여성가족부도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공간의 물리적인 범위를 규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장마다 근무형태나 구성원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례마다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현재 장수 내 다른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은 분리됐다고 본다"며 "다만 B씨가 겪는 피해를 도 교육청도 알고 있기 때문에 A씨에게 근무지 이전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견해도 엇갈린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 상황은 딱하기 이를 데 없지만, 가해자를 지역에서 영원히 내쫓아야 한다는 주장은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며 "피해자가 주장하는 공간의 개념이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사건 이후로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다"며 "규정이 그렇지 않더라도 피해자 의견을 들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장수군의 인구는 2만3천명이며 초등학교 9개·중학교 7개·고등학교 5개 등 각급 학교가 총 21개에 불과한 지자체다.
최근 여교사에게 성폭력을 한 남성 공무원이 4년 만에 다시 장수군으로 되돌아와 논란이 이는 가운데 여성가족부의 관련 매뉴얼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2019 폭력 예방 교육 운영 안내' 12조를 보면 피해자와 행위자의 업무 및 공간분리 등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게 돼 있으나, 정작 공간분리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1년 전북교육청 장수교육지원청 주관 연수에 참여했다가 해당 지원청에서 근무하던 행정공무원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던 여교사 B씨는 사건 후 4년 만에 장수의 한 마트에서 A씨를 마주쳐야 했다.
확인해보니 성폭력을 행사한 A씨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고 다른 지역으로 전보 발령됐다가 근무지 변경을 통해 다시 애초 근무지인 장수군으로 되돌아왔다.
'A씨의 승진을 제한하고 장수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던 전북도 교육청 감사담당 공무원의 약속과 달리 A씨는 진안과 군산 등 타 지역을 돌다가 본인의 희망으로 장수로 돌아온 것이다.
A씨의 얼굴을 보자 '그날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 B씨는 전북교육청에 항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전북 지역 한 여성단체는 "피해 교사 B씨는 A씨를 같은 지역에서 마주치는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며 "그런데도 교육청은 A씨의 동의가 없으면 근무지를 옮길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사건 당시 한 차례 징계성 전보 발령을 받아 징계를 또다시 내리기 어렵다"며 "피해자 사정이 안타깝지만, 성범죄 공무원이 퇴직할 때까지 특정 지역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성가족부의 해당 매뉴얼에 공간분리와 관련된 기준이 없어 A씨의 장수 근무 배제를 할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여성가족부도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공간의 물리적인 범위를 규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장마다 근무형태나 구성원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례마다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현재 장수 내 다른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은 분리됐다고 본다"며 "다만 B씨가 겪는 피해를 도 교육청도 알고 있기 때문에 A씨에게 근무지 이전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견해도 엇갈린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 상황은 딱하기 이를 데 없지만, 가해자를 지역에서 영원히 내쫓아야 한다는 주장은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며 "피해자가 주장하는 공간의 개념이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사건 이후로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다"며 "규정이 그렇지 않더라도 피해자 의견을 들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