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와세다대, 도쿄서 '문화, 사회 그리고 북한' 주제 심포지엄
정병호 한양대 교수 "극장적 연출로 협상 과정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북미 간 대화의 배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두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의 '극장정치'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병호 한양대(문화인류학) 교수(한국문화인류학회장)는 23일 일본 도쿄(東京) 와세다대 오쿠마기념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권력의 극장적 연출에 대한 트럼프와 김정은의 이해가 북미 회담을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어 "두 지도자가 극장적 연출로 분위기와 감정을 만들어냈고 서로 공감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트럼프 대화 배경에 카리스마 리더의 '극장정치' 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악마'의 이미지를 가진 자신이 보통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공감하게 하는 전략을 서방 세계에 대해 쓰고 있다.

권력의 극장적인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성으로 긴장감을 높이면서 세계가 북미 간 대화에 끊임없이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정 교수는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 '천황제'와 같은 상징권력이 한 국가가 극적으로 방향 전환을 할 때 효율적일 수 있다고 봤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바로 '극장국가'인 북한이 극적인 변화를 통해 '새 연극'에 몰입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남북한, 한반도 관련 4대 강국의 국가 지도자들은 모두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로 각자 문화적 스타일로 극장적인 권력 연출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촛불시위라는 '사회적 드라마'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권력의 극장적 연출의 힘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북한과 미국의 대조적인 카리스마 권력을 글로벌 정치무대에서 집중 조명받는 자리에 올리는 기획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트럼프 대화 배경에 카리스마 리더의 '극장정치'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와세다대 한국학연구소가 함께 개최한 이날 심포지엄은 문화와 사회적 관점에서 북한을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문화, 사회 그리고 북한'을 주제로 열렸다.

권헌익 케임브리지대학 크리니티칼리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시대 북한의 혁명예술과 관련해 "이전 2대에 비해 창작 열기의 힘이 떨어진 것이 관찰된다"면서 "북한이 공연 예술이나 영화보다 기념비와 기념관 건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2013년 '전승절' 60주년을 맞아 개관한 조선해방전쟁승리기념관과 중국인민지원군열사묘의 리모델링 등의 사례를 들며 "김정은의 유훈정치에서 한국전쟁의 유산이 새로운 기념비로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과 종전선언 등으로 한국전쟁을 청산하려 하면서 한편으로는 북한과 중국 사이 친선의 축으로서의 한국전쟁은 복원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서는 한국과 중국 등 외부로부터 문화콘텐츠가 유입되는 현상과 자생적으로 민간종교문화가 형성되는 새로운 흐름이 생겼다"며 "그 배경에는 국가배급체제의 붕괴와 국가계획경제의 전반적인 위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트럼프 대화 배경에 카리스마 리더의 '극장정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