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손배소송 주도 시민단체도 빠지면서 '대표성' 논란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이 인재란 정부 연구결과가 나옴에 따라 포항시민 목소리를 담아낼 범시민대책기구가 출범했지만, 대표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이나 정부 대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일 먼저 추진해 온 단체가 빠지면서 출범부터 삐걱대는 분위기다.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시의회 의장, 박명재(포항남·울릉, 자유한국당)·김정재(포항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장경식 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시민·경제·종교·청년단체, 정당 등 각계각층 인사 60여명은 23일 회의를 열고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발족했다.

범대위는 지진과 여진으로 피해를 본 시민 피해구제와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궐기대회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범대위는 자문위원에 이강덕 시장과 서재원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포항북지역위원장과 허대만 포항남·울릉지역위원장 등을 위촉하기로 했다.

그러나 범대위 출범 회의에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지역위원장과 허대만 지역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오 위원장과 허 위원장은 불참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열발전소 촉발 지진의 책임을 놓고 김정재 의원과 마찰을 빚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김정재 의원은 23일 범대위 출범 회의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포항지진을 이명박 정부 등 전 정권 탓으로 돌려 매우 불쾌했다"며 "지진 가해자는 지열발전사업을 강행한 정부이고 피해자는 포항시민으로, 정권 탓을 하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오중기 위원장은 23일 밤늦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정재 의원님 지열발전소 촉발 지진이 문재인 정부 책임입니까? 갈 데까지 끝까지 한 번 가봅시다'고 올렸다.

여기에 더해 포항지진이 난 직후 결성돼 지열발전중단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활동을 해 온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가 범대위에 빠진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차 소송인단 1천200여명을 꾸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3차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범대본은 성명서를 통해 "포항시와 포항지역발전협의회가 그동안 묵묵히 봉사해 온 시민단체들을 배제한 채 관변단체 중심의 지진대책기구를 설립한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열발전소 중단 가처분 결정을 받아내고 시민참여소송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변단체의 동참과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며 "관변단체들은 오히려 '범대본' 활동가들에게 '정치적 꿍꿍이가 있다'란 비방을 일삼은 것이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처음부터 유발지진을 주장했고 지진피해 시민소송을 주도함으로써 전국적 시민단체로 확고하게 인식된 것이 '범대본'인데, 이를 배제한 채 소송 대표성을 운운하는지 해명하라"며 "시민참여소송의 문을 연 '범대본'을 배제하고 포발협과 관변단체가 무엇을 주도하려고 하는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