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예전엔 힘으로 골프, 지금은 효율이 우선…장타왕 부활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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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19 (11) 돌아온 '장타왕' 김대현
결혼·군복무 거치며 한단계 성숙
'쇼트게임 비법' 장착…내달 복귀
결혼·군복무 거치며 한단계 성숙
'쇼트게임 비법' 장착…내달 복귀
“어떻게 저렇게 치지?”
‘원조 장타왕’ 김대현(31)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2007년. 갤러리들은 그의 뒤에서 이렇게 수군거리는 일이 많았다. 300야드를 훌쩍 넘는 장타에, 페어웨이를 딱 반으로 갈라 공을 떨어뜨리는 정확성까지, 그처럼 ‘멀리, 똑바로’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선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그는 비거리 1인자를 독식했고, 2009년엔 코리안투어 최초로 300야드 시대(303.682야드)를 열어젖히며 스스로 역사가 됐다. 김대현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때였고, 모든 걸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는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힘의 골프에서 효율 골프로
2010년 코리안투어 대상, 상금왕, 장타상을 휩쓸며 승승장구하던 김대현은 2012년 먼싱웨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까지 제패해 장타와 정교함, 멘탈까지 ‘3박자’를 겸비한 선수로 존재감을 다졌다. 하지만 성급히 시도했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이 그를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깨 부상까지 찾아왔다. PGA 2부 투어에서도, 국내 투어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자 3년을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방황했다.
“성격이 온순한 편인데, 1년 동안은 예민해져서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어요. 3년쯤 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제서야 다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2015년 9월 매일유업오픈에서 1071일 만에 통산 4승째를 올리던 날 그는 아이처럼 울었다. 그리고 3년6개월이 다시 흘렀다. 그사이 여덟 살 연상인 스튜어디스 출신 여자친구와 결혼해 아들을 얻었다. 기갑부대 전차병으로 입대해 상근 예비역으로 2년간 군복무까지 마쳤다. 그는 2년여 만인 다음달 코리안투어에 복귀한다.
김대현은 자신에게서 크게 세 가지가 변한 것 같다고 했다. 먼저 기술이다. “이전엔 힘으로 골프를 쳤다면 지금은 효율이 우선입니다. 훨씬 적은 힘을 들이고도 더 멀리 때릴 줄 알게 된 거죠.”
그는 이전처럼 시속 125~128마일 정도로 있는 힘껏 클럽을 휘둘러 300야드를 날리지 않는다. 대신 118~120마일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300야드를 날린다. 분당 3000~4000대를 오가던 스핀양을 2000회전 이하로 대폭 줄인 게 비결이다. 그는 “에너지를 잘 쪼개 쓰면 4라운드 내내 일관성 있게 샷할 수 있고, 시즌 성적을 꾸준히 낼 여력이 생긴다”고 고효율 골프의 장점을 설명했다. 물론 부상 가능성도 줄어든다.
두 번째가 달라진 몸이다. “군생활 2년 동안 말 그대로 바른 생활을 했어요. 일과가 끝나면 하루 1시간30분 정도 꾸준히 체력훈련을 해 몸속에 잔근육을 채웠더니 탄력과 힘의 균형이 좋아졌어요. 오래가는 골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나 할까요.”
“비거리는 양보 못 해”
가장 큰 변화는 책임감이다. 그는 “과거엔 ‘프로골퍼 김대현’이라는 자신의 명예와 행복을 위해 골프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가장이란 이름으로 쳐야 한다”며 “무겁지만 한편으론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미국에서 35일간 전지훈련을 했다. 20회의 실전라운드와 함께 영국 유학파인 아내의 통역으로 세계적인 스윙코치 여럿으로부터 ‘쇼트게임 비법 레슨’도 받았다. 같은 트러블샷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기술이다. 더 많은 ‘경우의 수’에 대처할 자신감을 얻었다. 일단 올해는 시드 유지라는 작은 목표부터 시험해볼 작정이다. 전성기 때의 70% 정도로 올라온 컨디션을 최대한 빨리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솔직히 비거리만큼은 양보하기 힘들죠. 남자골프는 서른 살부터라고 하잖아요. 시원한 장타는 자신 있으니까 남자대회 많이 보러 와주세요.” ■김대현의 원포인트 팁
"왼쪽 어깨 턱쪽으로 지그시 누르고, 배꼽에 힘을 준다는 느낌으로 스윙해야"
“진짜 비거리와 가짜 비거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김대현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 일관되게 보낼 수 있는 비거리가 진짜 비거리라고 했다. 힘을 쥐어짜 한두 번 날리는 최대치는 가짜 비거리라고 했다. 그는 쉽게 ‘진짜 비거리’를 내는 데 좋은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먼저 왼쪽 어깨(오른손잡이 기준)를 턱쪽으로 지그시 눌러준다는 느낌으로 백스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상체가 들어올려지는 걸 막고 어깨 회전이 잘되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가 배꼽이다. “코어 근육이 배꼽 주변에 몰려 있어요. 다운스윙 때 팔로 공을 때리려 하지 말고 배꼽에 힘을 준다는 느낌으로 하면 상체와 팔에 힘이 상대적으로 빠져 스윙이 훨씬 부드럽고 강해진다”고 했다. 마지막이 왼발바닥이다. 그는 오른발을 임팩트 때까지 지면에서 떼지 않는 ‘지면반력’ 스윙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아마추어에게는 왼발바닥을 더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임팩트 때 왼발바닥이 일찍 들리며 돌아가는 사람이 많은데, 회전축이 흐트러지고 뭉개져서 헤드스피드가 확 줄어드는 원인이에요. 최소한 임팩트 때까지는 지면에 밀착시켜 잘 버텨줘야 힘의 전달이 잘됩니다.”
수원=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원조 장타왕’ 김대현(31)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2007년. 갤러리들은 그의 뒤에서 이렇게 수군거리는 일이 많았다. 300야드를 훌쩍 넘는 장타에, 페어웨이를 딱 반으로 갈라 공을 떨어뜨리는 정확성까지, 그처럼 ‘멀리, 똑바로’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선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그는 비거리 1인자를 독식했고, 2009년엔 코리안투어 최초로 300야드 시대(303.682야드)를 열어젖히며 스스로 역사가 됐다. 김대현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때였고, 모든 걸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는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힘의 골프에서 효율 골프로
2010년 코리안투어 대상, 상금왕, 장타상을 휩쓸며 승승장구하던 김대현은 2012년 먼싱웨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까지 제패해 장타와 정교함, 멘탈까지 ‘3박자’를 겸비한 선수로 존재감을 다졌다. 하지만 성급히 시도했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이 그를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깨 부상까지 찾아왔다. PGA 2부 투어에서도, 국내 투어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자 3년을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방황했다.
“성격이 온순한 편인데, 1년 동안은 예민해져서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어요. 3년쯤 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제서야 다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2015년 9월 매일유업오픈에서 1071일 만에 통산 4승째를 올리던 날 그는 아이처럼 울었다. 그리고 3년6개월이 다시 흘렀다. 그사이 여덟 살 연상인 스튜어디스 출신 여자친구와 결혼해 아들을 얻었다. 기갑부대 전차병으로 입대해 상근 예비역으로 2년간 군복무까지 마쳤다. 그는 2년여 만인 다음달 코리안투어에 복귀한다.
김대현은 자신에게서 크게 세 가지가 변한 것 같다고 했다. 먼저 기술이다. “이전엔 힘으로 골프를 쳤다면 지금은 효율이 우선입니다. 훨씬 적은 힘을 들이고도 더 멀리 때릴 줄 알게 된 거죠.”
그는 이전처럼 시속 125~128마일 정도로 있는 힘껏 클럽을 휘둘러 300야드를 날리지 않는다. 대신 118~120마일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300야드를 날린다. 분당 3000~4000대를 오가던 스핀양을 2000회전 이하로 대폭 줄인 게 비결이다. 그는 “에너지를 잘 쪼개 쓰면 4라운드 내내 일관성 있게 샷할 수 있고, 시즌 성적을 꾸준히 낼 여력이 생긴다”고 고효율 골프의 장점을 설명했다. 물론 부상 가능성도 줄어든다.
두 번째가 달라진 몸이다. “군생활 2년 동안 말 그대로 바른 생활을 했어요. 일과가 끝나면 하루 1시간30분 정도 꾸준히 체력훈련을 해 몸속에 잔근육을 채웠더니 탄력과 힘의 균형이 좋아졌어요. 오래가는 골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나 할까요.”
“비거리는 양보 못 해”
가장 큰 변화는 책임감이다. 그는 “과거엔 ‘프로골퍼 김대현’이라는 자신의 명예와 행복을 위해 골프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가장이란 이름으로 쳐야 한다”며 “무겁지만 한편으론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미국에서 35일간 전지훈련을 했다. 20회의 실전라운드와 함께 영국 유학파인 아내의 통역으로 세계적인 스윙코치 여럿으로부터 ‘쇼트게임 비법 레슨’도 받았다. 같은 트러블샷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기술이다. 더 많은 ‘경우의 수’에 대처할 자신감을 얻었다. 일단 올해는 시드 유지라는 작은 목표부터 시험해볼 작정이다. 전성기 때의 70% 정도로 올라온 컨디션을 최대한 빨리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솔직히 비거리만큼은 양보하기 힘들죠. 남자골프는 서른 살부터라고 하잖아요. 시원한 장타는 자신 있으니까 남자대회 많이 보러 와주세요.” ■김대현의 원포인트 팁
"왼쪽 어깨 턱쪽으로 지그시 누르고, 배꼽에 힘을 준다는 느낌으로 스윙해야"
“진짜 비거리와 가짜 비거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해요.”
김대현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 일관되게 보낼 수 있는 비거리가 진짜 비거리라고 했다. 힘을 쥐어짜 한두 번 날리는 최대치는 가짜 비거리라고 했다. 그는 쉽게 ‘진짜 비거리’를 내는 데 좋은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먼저 왼쪽 어깨(오른손잡이 기준)를 턱쪽으로 지그시 눌러준다는 느낌으로 백스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상체가 들어올려지는 걸 막고 어깨 회전이 잘되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가 배꼽이다. “코어 근육이 배꼽 주변에 몰려 있어요. 다운스윙 때 팔로 공을 때리려 하지 말고 배꼽에 힘을 준다는 느낌으로 하면 상체와 팔에 힘이 상대적으로 빠져 스윙이 훨씬 부드럽고 강해진다”고 했다. 마지막이 왼발바닥이다. 그는 오른발을 임팩트 때까지 지면에서 떼지 않는 ‘지면반력’ 스윙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아마추어에게는 왼발바닥을 더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임팩트 때 왼발바닥이 일찍 들리며 돌아가는 사람이 많은데, 회전축이 흐트러지고 뭉개져서 헤드스피드가 확 줄어드는 원인이에요. 최소한 임팩트 때까지는 지면에 밀착시켜 잘 버텨줘야 힘의 전달이 잘됩니다.”
수원=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