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젊은 피'로 실험·도전 나서
도전하는 젊은 지휘자가 ‘대세’
젊은 지휘자들의 돌풍이 세계 곳곳에서 매섭게 불고 있다. 두다멜을 비롯해 러시아의 테오도르 쿠렌치스(47·무지카에테르나)와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47·런던필하모닉), 캐나다 출신인 야닉 네제 세겡(44·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등이 클래식계 ‘지휘자 세대 교체’의 선봉이다. 이들 모두 ‘협업’과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적인 지휘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클래식 한류’를 이끌 30~40대 젊은 한국 지휘자들도 마찬가지다. 성시연 전 경기필하모닉 상임, 김광현 원주시향 상임, 홍석원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롤주립극장 수석, 서진 과천시향 상임, 이병욱 인천시향 상임 등 3040 지휘자들이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정통 레퍼토리는 물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레퍼토리를 과감하게 시도한다. 감성적으로 더 자유롭고 다양한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위한 기획 공연도 활발히 해 클래식 대중화와 클래식 한류 바람에 기여하고 있다.
주목할 젊은 ‘K마에스트로’들
가장 눈길 끄는 인물은 홍석원 인스브루크 티롤주립극장 수석지휘자(37)다. 그는 2015년 9월 한국인 최초로 이 극장의 수석지휘자로 부임했다. 10여 년 전인 서울대 지휘과 재학 시절부터 남다른 능력을 보여온 그다. 한국지휘자협회가 당시 그를 최우수 신예 지휘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후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지휘과 디플로마 과정과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한 홍석원은 독일음악협회가 선정한 ‘미래의 마에스트로 10인’에 선발되며 세계 클래식계에 이름을 알렸다. 오페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레타 콩쿠르에서 청중상을 탔고 스위스 베른 오페라극장, 독일 마인츠 국립극장 등 여러 나라 무대에 데뷔해 호평받았다.
만 33세에 원주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김광현(38)도 주목받는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원주시민에게 사랑받고 원주시민의 자랑이 되는 오케스트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신선한 기획을 바탕으로 지방 교향악단임에도 서울에서 수차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전 지휘자들에 비해 객석 점유율과 정기회원 수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원주시향을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2014년 11월 신생 악단인 과천시립교향악단의 2대 지휘자가 된 서진(45)도 눈에 띈다. 독일 한스아이슬러음악대 지휘과 석사를 마친 그는 독일 크로스체임버오케스트라와 과천시향을 함께 맡고 있어 독일과 과천을 오가며 활동한다. 취임 초기 과천시장을 연주회에 바이올리니스트로 참여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공연마다 무대의 제약을 허물고 관객과 하나가 되는 지휘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지방 교향악단의 ‘스타 만들기’
한국 지휘계는 스타 지휘자를 만들기보다는 이미 유명한 스타를 영입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해외에서 검증된 지휘자들을 데려오는 게 ‘티켓 파워’나 ‘안정성’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부터 국내 주요 교향악단은 이름 있는 외국인 지휘자를 영입해 왔고 지금까지도 그런 경향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유학하고 각종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낸 젊은 지휘자들이 전국 곳곳 지방 악단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교향악단들이 수도권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탄탄하게 자리매김해 온 덕분이라는 게 클래식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시교향악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대형 교향악단들이 마스터클래스 등을 비롯한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온 점도 적잖게 기여했다. 2017년 9월부터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최수열 지휘자(40)와 서진 지휘자, 홍석원 지휘자는 모두 2013년 열린 서울시향 제1회 지휘 마스터클래스 교육생 출신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