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으로 묶인 이 땅을 50년 동안 무상으로 개방했어요. 앞으론 재산권을 당당하게 행사할 겁니다.”

대구 도심 노른자위에 있는 황금동 범어공원 땅 소유주인 김모씨는 지난해 말부터 등산로에 철조망을 치고 일반인 출입을 막고 있다. 김씨는 대구시가 땅을 55년째 공원지구로 묶고 등산로로 사용했지만 땅 매매는커녕 사용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내년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와 땅 소유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범어공원을 둘러싼 땅 소유주와 대구시 간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전 월평공원도 대구 범어공원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땅 소유주들은 지난 1월 26일부터 공원 내 등산로 입구 3곳을 폐쇄했다. 이들은 “민간특례 개발 사업이 추진될 때까지 시민들의 사유지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경남 창원에선 최근 공원 일몰제 대비 방안과 민간개발공원 시민설명회에 지주와 공원 주변 주민 등 300여 명이 몰렸다. 땅 소유주들은 재산권 행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고, 공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근 주민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주된 원인은 지자체가 매입하려는 도시공원 부지와 가격이 땅 소유주 기대와 턱없이 차이가 나는 데 있다. 일례로 공원 부지의 60% 이상이 사유지인 범어공원은 인근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반면 대구시 측은 공시지가가 지나치게 높아져 토지 목적상 ‘대지’로 돼 있는 부분만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토지 소유주들이 집단 반발하며 철조망을 치고 실력행사에 나선 이유다. 시는 토지 감정가를 기준으로 임차료를 지급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 중이지만 타협 가능성은 낮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7월 공원에서 해제되는 전국의 도시공원 면적은 약 397㎢로, 국내 전체 공원 용지의 42.1%에 달한다. 정부는 이 중 3분의 1인 130㎢를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공원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지만 매입 비용만 3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조달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과 민간특례사업 실시 등의 대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지자체 재정과 여건이 천차만별이어서 주춤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전국의 도시공원을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지자체들이 이를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