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5敵'에 가로막힌 한국…콘티넨탈, 천안공장 신설 대신 중국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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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참 힘든 나라
한국 투자환경은 갈수록 악화
한국 투자환경은 갈수록 악화
“매일 외줄 타기하듯 긴장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불쑥 장애물이 나올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가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소속 회원사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털어놓은 솔직한 심정이다. 정부가 지난달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하는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후보지로 경기 용인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앞으로 부닥칠 난관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에서 대형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외에 국토교통부(수도권정비계획법, 도로교통법), 환경부(환경정책기본법, 수도법), 문화체육관광부(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정부 부처가 관리하는 개별 법률 규제를 받는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인근 지자체가 쥔 재량권도 크다. 반도체업계 고위관계자는 “담당 부처의 실무 공무원 중 한 명만 어깃장을 놓아도 투자 시점이 최대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적절한 투자 타이밍이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회사가 정부 공무원에게 쩔쩔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1) 환경·노동 규제
국내외 기업이 호소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영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다. 국내 한 대형 전자업체는 국내 생산 물량 일부를 베트남과 중국 공장으로 돌렸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이다. 이 회사 고위관계자는 “당초 국내 공장 증설을 검토했지만 주 52시간 법제화로 추가 인력이 필요해지면서 국내 투자를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한번 고용하면 쉽게 해고할 수 없도록 하는 노동법 규제도 국내 투자를 꺼리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인 콘티넨탈그룹의 자회사 콘티테크플루이드도 4년 넘게 검토했던 충남 천안시 공장 신설 투자를 지난해 최종 포기했다. 천안 전주 양산에 흩어진 생산설비를 천안시로 모으기 위해 19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천안 5산업단지와 입주 계약까지 맺었지만 본사의 사업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자 한국 대신 중국 투자를 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규제 자체도 문제지만 여론에 따라 기업 규제가 오락가락하는 불확실성을 본사가 더 크게 우려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등 안전·환경 관련 규제다. 여론을 들끓게 하는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부작용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설익은 규제가 대거 신설된다는 주장이다.
(2) 인건비·강성노조
인건비와 강성노조도 국내 투자를 어렵게 하는 대표적 장애물로 꼽힌다. 세계 10개국에 35개 생산기지를 구축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1996년 현대차 아산공장 투자 이후 23년간 국내 공장에 신설 및 증설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인건비만 비교해도 국내 투자가 어렵다는 것이 바로 드러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17년 기준 현대차 국내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임금은 연 9200만원으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평균 임금(연 7000만원)보다 30% 이상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투자 및 생산량 조절 등을 위해 한국처럼 노동조합과 협의할 의무도 해외엔 없다.
(3) 법인세·전기료
법인세 전기료 등 기업을 경영하는 데 부수적으로 드는 비용도 한국이 더 비싸다. 태양광 제품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전기료 인상 부담을 못 이겨 2017년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을 인수했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제조원가의 10% 미만이었던 전기료가 슬금슬금 올라 지금은 전체의 30%를 훌쩍 넘는다”고 했다. 법인세도 국내 기업이 해외 경쟁사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분야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 2017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리고 미국은 지난해 법인세율을 내린 결과 삼성전자의 올해 실질 법인세 부담률은 미국의 경쟁사인 애플, 인텔보다 2~3배 높아졌다”고 추산했다.
(4) 지역 이기주의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이기주의도 기업 투자를 어렵게 한다. 한국전력은 삼성전자 평택공장 남쪽의 전력공급기지인 북당진변환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당진시와 대법원까지 가는 분쟁을 벌였다. 한전 관계자는 “대규모 공장 조성에 따른 혜택이 평택시에 집중되는 것에 인근 당진시가 몽니를 부린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전이 승소했지만 발전소 건설은 3년이나 지연됐다.
(5) 반기업 정서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동북지역 전력망인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도 안성시 일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약 5년 동안 착공이 지연됐다. 지자체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할 정부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 반기업 정서와 기업특혜 논란도 끼어든다. 기업 관계자는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특혜 논란이 부담스러워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좌동욱/장창민 기자 leftking@hankyung.com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가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소속 회원사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털어놓은 솔직한 심정이다. 정부가 지난달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하는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후보지로 경기 용인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앞으로 부닥칠 난관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에서 대형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외에 국토교통부(수도권정비계획법, 도로교통법), 환경부(환경정책기본법, 수도법), 문화체육관광부(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정부 부처가 관리하는 개별 법률 규제를 받는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인근 지자체가 쥔 재량권도 크다. 반도체업계 고위관계자는 “담당 부처의 실무 공무원 중 한 명만 어깃장을 놓아도 투자 시점이 최대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적절한 투자 타이밍이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회사가 정부 공무원에게 쩔쩔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1) 환경·노동 규제
국내외 기업이 호소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영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다. 국내 한 대형 전자업체는 국내 생산 물량 일부를 베트남과 중국 공장으로 돌렸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이다. 이 회사 고위관계자는 “당초 국내 공장 증설을 검토했지만 주 52시간 법제화로 추가 인력이 필요해지면서 국내 투자를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한번 고용하면 쉽게 해고할 수 없도록 하는 노동법 규제도 국내 투자를 꺼리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인 콘티넨탈그룹의 자회사 콘티테크플루이드도 4년 넘게 검토했던 충남 천안시 공장 신설 투자를 지난해 최종 포기했다. 천안 전주 양산에 흩어진 생산설비를 천안시로 모으기 위해 19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천안 5산업단지와 입주 계약까지 맺었지만 본사의 사업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자 한국 대신 중국 투자를 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규제 자체도 문제지만 여론에 따라 기업 규제가 오락가락하는 불확실성을 본사가 더 크게 우려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등 안전·환경 관련 규제다. 여론을 들끓게 하는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부작용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설익은 규제가 대거 신설된다는 주장이다.
(2) 인건비·강성노조
인건비와 강성노조도 국내 투자를 어렵게 하는 대표적 장애물로 꼽힌다. 세계 10개국에 35개 생산기지를 구축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1996년 현대차 아산공장 투자 이후 23년간 국내 공장에 신설 및 증설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인건비만 비교해도 국내 투자가 어렵다는 것이 바로 드러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17년 기준 현대차 국내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임금은 연 9200만원으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평균 임금(연 7000만원)보다 30% 이상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투자 및 생산량 조절 등을 위해 한국처럼 노동조합과 협의할 의무도 해외엔 없다.
(3) 법인세·전기료
법인세 전기료 등 기업을 경영하는 데 부수적으로 드는 비용도 한국이 더 비싸다. 태양광 제품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전기료 인상 부담을 못 이겨 2017년 말레이시아 현지 공장을 인수했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제조원가의 10% 미만이었던 전기료가 슬금슬금 올라 지금은 전체의 30%를 훌쩍 넘는다”고 했다. 법인세도 국내 기업이 해외 경쟁사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분야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 2017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리고 미국은 지난해 법인세율을 내린 결과 삼성전자의 올해 실질 법인세 부담률은 미국의 경쟁사인 애플, 인텔보다 2~3배 높아졌다”고 추산했다.
(4) 지역 이기주의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이기주의도 기업 투자를 어렵게 한다. 한국전력은 삼성전자 평택공장 남쪽의 전력공급기지인 북당진변환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당진시와 대법원까지 가는 분쟁을 벌였다. 한전 관계자는 “대규모 공장 조성에 따른 혜택이 평택시에 집중되는 것에 인근 당진시가 몽니를 부린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전이 승소했지만 발전소 건설은 3년이나 지연됐다.
(5) 반기업 정서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동북지역 전력망인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도 안성시 일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약 5년 동안 착공이 지연됐다. 지자체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할 정부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 반기업 정서와 기업특혜 논란도 끼어든다. 기업 관계자는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특혜 논란이 부담스러워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좌동욱/장창민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