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빈방문 시진핑에 '황제급' 예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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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서명이라는 선물도…中, 침체한 경제 살릴 '구원투수' 될까
시 주석도 마르코 폴로 등 언급하며 양국의 역사적 우의 강조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의 야심 찬 확장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공식화한 이탈리아가 동맹국의 못마땅한 눈초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황제에 버금가는 극진한 예우를 해 눈길을 끈다. 일간 일메사제로 등 현지언론은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과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의 전날 오전 정상회담 소식을 사진과 함께 일제히 1면에 대서특필하고, 후속 면에는 국빈 만찬 등을 포함한 시 주석의 로마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들은 시 주석이 기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통령궁에 도착하는 모습, 화려한 샹들리에가 드리워진 호화로운 대통령궁 연회장에서 만찬을 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도 소개해, 이탈리아 정부가 10년 만에 자국을 공식방문한 중국 국가주석인 시 주석을 얼마나 융숭히 대접했는지를 보여줬다.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특히 '로마의 시진핑: 왕에 걸맞은 의전'이라는 기사를 실어 시 주석이 탄 리무진이 기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대통령궁에 도착한 것은 보통 한 국가의 군주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타국 원수에게 기마병 호위를 가장 마지막으로 제공한 것은 2013년 자진 퇴위한 명예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0년 대통령궁을 방문할 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환대를 받은 시진핑도 마타렐라 대통령과 회담 등에서 고대 로마와 고대 중국이 동서양 문명을 잇는 통로였던 '실크로드'를 매개로 2천년 전부터 왕래하는 등 역사적으로 우의가 깊은 사이임을 거듭 강조하며 이탈리아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은 특히 베네치아 출신의 탐험가로 양국 교류에 앞장 섰던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1254∼1324)를 자주 언급하면서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통해 동서양 문명의 중심인 양국이 마르코 폴로의 도전 정신을 이어받아 새 시대를 열자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밖에 국빈 만찬의 초청 손님의 면면과 메뉴, 시 주석과 함께 로마를 찾은 가수 출신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패션과 취향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한 내용도 전해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 쏠린 이탈리아의 지대한 관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날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계적인 시각장애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세계 평화를 기원하면서 '일 솔레 미오'를 열창했다. 만찬에 초대받은 165명 가운데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 이냐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등이 눈에 띄었다.
중국이 인수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명문구단 인터밀란의 스티븐 장 구단주, 최근 중국 축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마르첼로 리피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가 국가안보를 해치고, 이탈리아 첨단 기술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내 온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실세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날 만찬에 불참해 작정하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는 해석을 낳았다.
G7의 일원이자, 유럽연합(EU) 창립 멤버인 이탈리아가 중국의 확장 정책을 경계하는 미국과 EU 등 오랜 동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에게 화려한 '레드 카펫'을 깔아 주고, 그의 대표적인 정책인 일대일로에 G7 최초로 참여하는 잔칫상을 차려준 것은 그만큼 이탈리아가 처한 정치적, 경제적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30%가 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2번째의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다.
게다가 작년 6월 서유럽 최초로 출범한 포퓰리즘 정부의 출범 이후 예산 정책 등을 둘러싸고 EU와 갈등을 빚으며 정치적 불안이 가중된 여파로, 몇 년 전부터 반짝 살아나는 듯하던 경제는 작년 3·4분기 연속 역성장을 해 다시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 정부는 빈곤층에 1인당 월 최대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 연금 수급 연령 하향, 세금 감면 등 재정지출 대폭 확대가 불가피한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지만, 채무 위기를 우려한 EU 집행위원회의 압박으로 정책 집행이 여의치 않은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탈리아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바라며 중국에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명품 산업, 농·축산업뿐 아니라 기계와 선박 등 발달한 중공업까지 거느리고 있는 이탈리아로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경우 EU 최저 성장률에 그치고 있는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립정부 파트너인 극우정당 '동맹'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참여를 밀어붙인 집권 '오성운동'의 대표인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익을 위해 중국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음을 인정했다.
그는 중국의 확장 정책에 이탈리아가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동맹국의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방과 굳건한 협력을 유지한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지만, 교역 관계에서는 '이탈리아 우선'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탈리아의 기대대로, 500여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이탈리아에 적지 않은 선물을 안겼다.
이탈리아 기업은 이날 에너지, 철강, 토목, 금융, 농산물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총액 25억 유로(약 3조2천억원)의 규모에 달하는 거래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서명식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서명한 계약의 미래의 잠재적인 가치는 200억 유로(약 25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연합뉴스
시 주석도 마르코 폴로 등 언급하며 양국의 역사적 우의 강조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의 야심 찬 확장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공식화한 이탈리아가 동맹국의 못마땅한 눈초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황제에 버금가는 극진한 예우를 해 눈길을 끈다. 일간 일메사제로 등 현지언론은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과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의 전날 오전 정상회담 소식을 사진과 함께 일제히 1면에 대서특필하고, 후속 면에는 국빈 만찬 등을 포함한 시 주석의 로마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들은 시 주석이 기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통령궁에 도착하는 모습, 화려한 샹들리에가 드리워진 호화로운 대통령궁 연회장에서 만찬을 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도 소개해, 이탈리아 정부가 10년 만에 자국을 공식방문한 중국 국가주석인 시 주석을 얼마나 융숭히 대접했는지를 보여줬다.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특히 '로마의 시진핑: 왕에 걸맞은 의전'이라는 기사를 실어 시 주석이 탄 리무진이 기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대통령궁에 도착한 것은 보통 한 국가의 군주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타국 원수에게 기마병 호위를 가장 마지막으로 제공한 것은 2013년 자진 퇴위한 명예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0년 대통령궁을 방문할 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환대를 받은 시진핑도 마타렐라 대통령과 회담 등에서 고대 로마와 고대 중국이 동서양 문명을 잇는 통로였던 '실크로드'를 매개로 2천년 전부터 왕래하는 등 역사적으로 우의가 깊은 사이임을 거듭 강조하며 이탈리아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은 특히 베네치아 출신의 탐험가로 양국 교류에 앞장 섰던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1254∼1324)를 자주 언급하면서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통해 동서양 문명의 중심인 양국이 마르코 폴로의 도전 정신을 이어받아 새 시대를 열자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밖에 국빈 만찬의 초청 손님의 면면과 메뉴, 시 주석과 함께 로마를 찾은 가수 출신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패션과 취향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한 내용도 전해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 쏠린 이탈리아의 지대한 관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날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계적인 시각장애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세계 평화를 기원하면서 '일 솔레 미오'를 열창했다. 만찬에 초대받은 165명 가운데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 이냐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등이 눈에 띄었다.
중국이 인수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명문구단 인터밀란의 스티븐 장 구단주, 최근 중국 축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마르첼로 리피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가 국가안보를 해치고, 이탈리아 첨단 기술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내 온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실세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날 만찬에 불참해 작정하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는 해석을 낳았다.
G7의 일원이자, 유럽연합(EU) 창립 멤버인 이탈리아가 중국의 확장 정책을 경계하는 미국과 EU 등 오랜 동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에게 화려한 '레드 카펫'을 깔아 주고, 그의 대표적인 정책인 일대일로에 G7 최초로 참여하는 잔칫상을 차려준 것은 그만큼 이탈리아가 처한 정치적, 경제적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30%가 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2번째의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다.
게다가 작년 6월 서유럽 최초로 출범한 포퓰리즘 정부의 출범 이후 예산 정책 등을 둘러싸고 EU와 갈등을 빚으며 정치적 불안이 가중된 여파로, 몇 년 전부터 반짝 살아나는 듯하던 경제는 작년 3·4분기 연속 역성장을 해 다시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 정부는 빈곤층에 1인당 월 최대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 연금 수급 연령 하향, 세금 감면 등 재정지출 대폭 확대가 불가피한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지만, 채무 위기를 우려한 EU 집행위원회의 압박으로 정책 집행이 여의치 않은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탈리아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바라며 중국에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명품 산업, 농·축산업뿐 아니라 기계와 선박 등 발달한 중공업까지 거느리고 있는 이탈리아로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경우 EU 최저 성장률에 그치고 있는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립정부 파트너인 극우정당 '동맹'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참여를 밀어붙인 집권 '오성운동'의 대표인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익을 위해 중국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음을 인정했다.
그는 중국의 확장 정책에 이탈리아가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동맹국의 우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방과 굳건한 협력을 유지한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지만, 교역 관계에서는 '이탈리아 우선'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탈리아의 기대대로, 500여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이탈리아에 적지 않은 선물을 안겼다.
이탈리아 기업은 이날 에너지, 철강, 토목, 금융, 농산물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총액 25억 유로(약 3조2천억원)의 규모에 달하는 거래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서명식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서명한 계약의 미래의 잠재적인 가치는 200억 유로(약 25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