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기 기자
모 국회의원이 서울 아파트값에 버블이 끼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일본 도쿄 아파트값보다 비싸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과연 서울 집값이 도쿄 집값보다 비싼지 집코노미TV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을 연결해서 두 도시의 아파트값을 비교해보겠습니다. 김동욱 특파원, 일본에 근무하신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집코노미TV] 日 도쿄도 제쳐 버린 미친 서울 집값?
▷김동욱 특파원
2년 정도 됐습니다.

▶구민기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도쿄 아파트값보다 비싼가요?

▷김동욱 특파원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점도 많아서 1대1로 비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교해본다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도쿄와 서울 아파트값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집코노미TV] 日 도쿄도 제쳐 버린 미친 서울 집값?
둘을 제일 간단하게 비교해볼 수 있는 게 분양가격입니다. 지난해 도쿄 23구 분양가와 서울 25구 분양가를 비교해 봤습니다. 정확성을 위해 둘 다 입주자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면적 기준으로 비교를 해봤는데요. 도쿄의 70㎡ 아파트 분양가와 서울의 59㎡ 아파트 3.3㎡당 분양가를 비교해봤습니다. 참고로 일본에선 아파트를 맨션이라고 부릅니다. 편의상 한국에서 부르는 대로 아파트로 부르겠습니다.

지난해 도쿄 신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7142만엔이었습니다. 원화로 7억2000만원 정도 됩니다. 3.3㎡당으로는 375만엔, 3750만원 정도인데요.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분양된 20여개 아파트 전용 59㎡ 평균분양가는 3606만원이었습니다. 일본이 조금 더 비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민기 기자
그래도 서울이 조금 더 싼 건가요?

▷김동욱 특파원
평균으로만 본다면 서울이 아주 조금 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집값 톱3 지역만 비교하면 서울이 조금 더 비싼데요. 도쿄에선 미나토구가 가장 비쌉니다. 롯폰기, 시오도메 등 도쿄 중심지가 포함된 지역입니다. 외국 여러 기업의 본사와 외국 대사관 등이 미나토구에 밀집해 있습니다.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 내정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곳에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이 미나토구 신축 아파트 가격이 평당 622만엔, 약 6200만원입니다. 그런데 여기보다도 서울 서초구가 평당 6518만원으로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코노미TV] 日 도쿄도 제쳐 버린 미친 서울 집값?
2위의 경우 황궁과 수상관저 등이 있는 지요다구가 574만엔, 약 5700만원입니다 서울 2위는 강남구로 5860만원입니다. 3위를 보면 관광객이 몰리는 상업지대가 있는 시부야구가 503만엔, 약 5000만원이었고요. 서울은 마포구가 4284만원입니다.

▶구민기 기자
그럼 들어보니까 1위만 따진다면 두 국가 통틀어 서초구가 제일 높은 거네요?

▷김동욱 특파원
네 맞습니다. 그렇다고 서울 강남3구에 버블이 끼었다고 주장하기는 애매해 보입니다.
[집코노미TV] 日 도쿄도 제쳐 버린 미친 서울 집값?
▶구민기 기자
왜 그렇죠?

▷김동욱 특파원
그 첫 이유가 주거 선호도입니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절대적인 서울과 달리 도쿄에선 맨션에 대한 선호도가 절대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여전히 단독주택 선호도도 적지 않고요. ‘인서울’ 의욕이 강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요코하마나 사이타마 등 도쿄 인근지역에서 비교적 장거리 출퇴근하는 수요도 꽤 됩니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많기도 하고, 주거지를 고를 때 도심의 편리성 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지역을 선호하는 수요도 적지 않습니다. 사회적·문화적 특성 등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구민기 기자
예. 또 다른 이유는요?

▷김동욱 특파원
깔고 있는 땅 면적 즉 대지지분에 차이가 납니다. 일본에선 용적률이 800~1000%인 아파트가 적지 않습니다. 자기 몫으로 깔고 있는 땅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타워팰리스 같은 주상복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한국 아파트 용적률은 많아봐야 300%라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땅을 깔고 있습니다.

▶구민기 기자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면적에도 차이가 있나요?

▷김동욱 특파원
예. 주차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주차장이 한국과 일본에서 많이 차이가 나는데요. 일본 맨션에선 가구당 0.2대의 주차장만 만들면 된다는 점입니다. 1.5대 이상 배치하는 한국과 완전히 다릅니다. 게다가 일본 주차장은 주민 소유가 아니라 건설사 소유인 경우도 많습니다. 도쿄 사람들 중에는 차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차량 유지비가 적잖게 들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선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차량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주차장비는 지역과 주거건물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차량 1대당 월 25만~50만원가량 듭니다. 더 비싼 경우도 있고요.

▶구민기 기자
그렇군요. 커뮤니티시설과 조경에도 차이가 있나요?

▷김동욱 특파원
도쿄엔 서울과 달리 대단지가 드뭅니다. 과거 고도 성장기 시절 도쿄 외곽 신도시에는 대규모 단지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쿄 내에선 1~2동 짜리 아파트가 대부분입니다. 1000가구대 단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500가구만 되도 대형 단지로 꼽히곤 합니다. 한국에는 1만가구에 육박하는 단지도 있는데 말이죠. 조경시설이나 커뮤니티시설 규모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구민기 기자
발코니면적, 그러니까 서비스면적은 어떤가요?

▷김동욱 특파원
일본도 발코니를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합니다. 다만 다른 점은 우리나라와 달리 발코니를 확장하는 걸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지진이나 화재에 대비한 공간 등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발코니 확장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후적 특성, 문화적 생활방식의 차이에 따라서 발코니 공간을 한국과는 다르게 접근한다고 보시는 게 정확할 거 같습니다.

▶구민기 기자
그럼 소득수준은 어떻죠?

▷김동욱 특파원
소득도 개인차가 워낙 크다 보니 일괄적으로 말하긴 참 어렵습니다. 세대별 격차도 적지 않고요. 한국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지 않았습니까. 1인당 GDP나 주요 기업의 초임, 평균 연봉 등을 고려해 보면 플로우 측면에서 평균적으로 서울 시민의 소득이 일본 보다 크게 낮아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구민기 기자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이신가요?

▷김동욱 특파원
예. 양국의 부동산 시장은 선호하는 주거행태나 대지면적, 공용시설 규모 등이 달라서 획일적으로 비교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서울 아파트 분양가 평균이 도쿄 아파트 분양가 평균보다 낮다면 아직 집값에 큰 거품이 끼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수준보다 더 뛴다면 거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집코노미TV] 日 도쿄도 제쳐 버린 미친 서울 집값?
▶구민기 기자
예.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쿄 집값과 서울 집값을 비교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할 점은 무엇인가요?

▷김동욱 특파원
도쿄도는 23개구와 서부 지역에 있는 다마 지역 26개시를 포함합니다. 26개시는 한국의 경기도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도쿄 23구가 실제 면적이나 인구를 봐도 서울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각종 통계는 도쿄도 전체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쿄 23구와 서울을 비교하는 게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구민기 기자
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부동산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따끈따끈한 일본 소식 자주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네, 지금까지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도쿄 특파원 연결해서 알아봤고요. 서울 집값과 도쿄 집값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봤습니다. 그렇다고 서울이 집값에 버블이 끼어있다는 게 아닌 것도 다 같이 알아봤는데요.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소식들, 추이들 계속해서 따라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집코노미TV였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구민기 기자 취재 김동욱 도쿄특파원 촬영 한성구 인턴기자 편집 이시은 인턴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