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제지업체는 지난해 호황을 누렸다. 수요는 늘고, 원자재 가격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깨끗한나라는 예외였다. 매출은 2017년에 비해 5% 줄고, 영업손실은 더 커져 300억원에 육박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깨끗한나라는 지난 22일 오후 6시께 감자(자본감소)를 하겠다고 공시했다.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이는 내용이었다. 이 발표에 25일 주식시장에서 깨끗한나라 주가는 27.66% 급락하며 2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소액주주들은 게시판을 통해 “회사 이름 바꿔라” “감자 철회하라” 등의 글을 올리며 항의했다.

작년 실적이 악화된 표면적인 이유는 2017년 하반기 있었던 유해 생리대 논란이다.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이 났지만 ‘깨끗한나라 생리대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10%이던 깨끗한나라의 시장 점유율은 1%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사건만으로는 지난해 더 늘어난 적자를 설명하기 어렵다. 다른 사업부문에서도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고,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개선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2년 전 있었던 사건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정도면 깨끗한나라 경영진의 능력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소액주주는 “결손금을 감자로 대충 얼버무리려는 경영진 정신차려라. 적자 지속상태 어쩔 거냐, 감자 철회하라”고 지적했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최근 장녀인 최현수 부사장을 각자대표로 임명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3세 경영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다. 최 대표가 중시하는 생활용품 판매량이 부진한 데다 현금이 부족해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공장을 돌리기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돈다. 업계 관계자는 “최 대표가 13년 가까이 회사에 몸담았지만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깨끗한나라는 감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880억3400만원인 자본금은 감자 후 376억70만원으로 줄어든다. 회사 측은 감자차익 1500여억원으로 누적결손금(800억원)을 상쇄하고 자본 잠식을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소액주주는 “감자는 기업이 손실을 내고 있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라며 “2년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성장 동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 개선 전망도 어둡게 보고 있다. 지난해 포장지 등 산업용지 시장이 좋았지만 깨끗한나라만 손실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깨끗한나라 경영진이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진수/김정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