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발전했나
故 이용각 명동 성모병원 교수
1969년 국내 첫 신장이식수술

1969년 첫 이식 후 50년
“어제까지 불가능하다고 한 것이 오늘 가끔 한두 곳에서 되다가 내일이면 보편화된다.” 간이식 수술 창시자인 미국 토머스 스타즐 교수의 말이다. 국내 장기이식 수술도 마찬가지였다. 미국(1954년), 일본(1959년)보다 늦었지만 발전 속도는 빨랐다. 이 교수팀이 포문을 연 뒤 같은 해 서울대병원 등에서 신장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이후 이식 수술은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송명근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1992년 11월 뇌사자 심장으로 생명을 살렸다. 폐·소장 등으로 이식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김인철 원장은 “독수리와 같은 눈(eagle’s eye), 사자와 같은 가슴(lion’s heart), 여성과 같은 섬세한 손(lady’s hand)은 외과의사의 덕목으로 꼽히는 것들”이라며 “이런 자세로 한국 의학을 발전시켜왔다”고 했다.
미국서 배운 수술 기술 세계에 전파
초창기 한국 의사들은 미국에서 수술 기술을 배웠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950년대 미국 의료기술을 배우고 돌아온 미네소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미국, 유럽 의사가 한국을 찾는다. 한국 의사들이 수술 한계를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장기 기증자는 한국이 9.95명으로 스페인(46.9명), 미국(31.9명) 등에 비해 턱없이 적다. 산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생체 수술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은 2000년 살아있는 기증자 두 명의 간을 한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세계 첫 기록이다. 외과의사 사이에서 꿈의 수술로 불린다.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아도 되는 간이식 수술, 혈액형이 다른 환자 간이식 수술 등도 한국이 세계 기술을 이끌고 있다. 기증자의 삶의 질도 높이고 있다. 서경석 서울대병원 교수팀은 2007년 기증자의 배를 열지 않고 복강경으로 간우엽을 떼어내는 수술을 세계에서 처음 성공했다. 이식 수술 성공률은 세계 최고다. 국내 첫 신장이식 수술을 한 서울성모병원의 이식 신장 생존율은 92%다. 간이식 성공률은 95%로, 미국 피츠버그 의대(82%)보다 앞선다.
한국 의사들의 도전은 이종 장기 이식수술로 이어지고 있다. 김미금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 무균돼지의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다. 수술이 이뤄지면 세계보건기구(WHO) 인증을 받는 첫 수술이 된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올해 하반기 무균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할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