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원화가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원·엔 환율은 더 큰 폭으로 치솟았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 '뚜렷'…원·달러, 원·엔 환율 상승세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4원10전 오른 1134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5원40전 상승한 1135원50전에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 한때 1136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며 소폭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아직 중장기 박스권 안에 있다. 지난해 6월 달러당 1050~1060원대에서 1120원대로 뛰어오른 뒤 9개월째 1110~1140원대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저점을 계속 높이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급등했다가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감이 해소되면 1110원 수준까지 단숨에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1120원대 중반 수준에 그친다. 지난 2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긴축 종료 방침으로 달러 대비 신흥국 환율이 일제히 하락했을 때도 원·달러 환율은 불과 2원70전 내린 1127원70전에 마감했다.

저점이 높아지면서 월평균 환율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1월에는 1121원70전이었지만 지난달엔 1123원60전으로 뛰었고 이달에는 1131원20전까지 치솟았다.

안전자산인 엔화에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원·엔 환율 상승세(엔화 대비 원화가치 하락세)는 더 두드러진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31원79전으로 전 거래일보다 11원89전이 급등했다. 지난 1월 22일 이후 최고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상승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단기적인 이벤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하겠지만 유로존 경제지표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야 원화 약세 기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