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영장 기각…'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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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혐의 다툼의 여지있고 도주 염려에 대한 소명 부족"
검찰 "보강 수사후 영장 청구 재검토"
검찰 "보강 수사후 영장 청구 재검토"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이 26일 새벽 기각됐다. 지난 22일 청와대가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며 사실상 법원에 영장 기각을 압박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환경부 수장인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이 불발되면서 청와대를 향하려던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혐의에 다툼 여지 있어”
박정길 서울동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께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오전 10시 30분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한지 16시간 30분 만이다. 25일 오후 5시께 심문을 마치고 법원 인근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하던 김 전 장관은 기각 결정 직후 풀려났다.
박 부장판사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는 김 전 장관이 지난 정권에 임명된 산하기관 인사에 대해 표적 감사를 진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당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되었고, 새 정부가 해당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임원에 대한 복무감사 결과 비위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 사정에 비추어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대한 특혜성 인사를 진행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의 임명에 관한 관련법령의 해당 규정과는 달리 대통령 또는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시부터 장기간 있었다”며 “직권을 남용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산하기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청와대와 김 전 장관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조계에선 법원의 기각 결정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유죄를 이끈 ‘문체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은 부당하게 문체부 공무원들의 사표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2심 재판부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22일 김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등 2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사퇴를 종용하고 사퇴를 거부한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에 대해 표적감사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검찰은 또 환경부가 압박에 물러난 김 전 감사 후임 인선 과정에도 일부 인사에게 면접 질문지를 미리 제공한 정황도 포착해 김 전 장관 구속영장에 업무방해 혐의도 적시했다.
靑 향하던 수사 난항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청와대를 향하던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그동안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엔 청와대가 있다고 봤다. 김 전 장관이 독자적으로 산하기관 임원 인사에 개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월 환경부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를 통해 청와대가 산하기관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문건과 관련자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청와대 인사수석실 산하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이 산하기관 인사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후임에 청와대 내정인사가 1차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신 비서관이 환경부 관계자를 청와대로 불러 질책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신 비서관이 인사 개입에 공모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김 전 장관조차 범죄 소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함으로써 청와대 윗선에 대한 수사는 당분간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 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혐의에 다툼 여지 있어”
박정길 서울동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께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오전 10시 30분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한지 16시간 30분 만이다. 25일 오후 5시께 심문을 마치고 법원 인근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하던 김 전 장관은 기각 결정 직후 풀려났다.
박 부장판사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는 김 전 장관이 지난 정권에 임명된 산하기관 인사에 대해 표적 감사를 진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당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되었고, 새 정부가 해당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임원에 대한 복무감사 결과 비위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 사정에 비추어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대한 특혜성 인사를 진행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의 임명에 관한 관련법령의 해당 규정과는 달리 대통령 또는 관련 부처의 장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협의하거나 내정하던 관행이 법령 제정시부터 장기간 있었다”며 “직권을 남용해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산하기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청와대와 김 전 장관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조계에선 법원의 기각 결정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유죄를 이끈 ‘문체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은 부당하게 문체부 공무원들의 사표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2심 재판부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22일 김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등 2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사퇴를 종용하고 사퇴를 거부한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에 대해 표적감사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검찰은 또 환경부가 압박에 물러난 김 전 감사 후임 인선 과정에도 일부 인사에게 면접 질문지를 미리 제공한 정황도 포착해 김 전 장관 구속영장에 업무방해 혐의도 적시했다.
靑 향하던 수사 난항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청와대를 향하던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그동안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엔 청와대가 있다고 봤다. 김 전 장관이 독자적으로 산하기관 임원 인사에 개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월 환경부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를 통해 청와대가 산하기관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문건과 관련자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청와대 인사수석실 산하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이 산하기관 인사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후임에 청와대 내정인사가 1차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신 비서관이 환경부 관계자를 청와대로 불러 질책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신 비서관이 인사 개입에 공모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김 전 장관조차 범죄 소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함으로써 청와대 윗선에 대한 수사는 당분간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 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