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어쩌다…창원 192채 임대사업자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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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김해 '큰 손' 임대사업자 개인회생 신청
경매도 중단…보증금 떼인 세입자들 발 동동
경매도 중단…보증금 떼인 세입자들 발 동동
경남 창원에서 한 임대사업자가 파산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 임대사업자 소유 아파트만 200채가량인 까닭이다. 현금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를 안고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파산까지 몰렸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법원이 회생 인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경매조차 진행할 수 없어 세입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192채 소유자 파산
26일 창원 성산구 대방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방그린빌’ 41가구를 소유한 임대사업자 김모 씨에 대한 법원의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이 아파트 외에도 진해구 자은동 ‘성원아파트’ 33가구 등 창원과 김해 일대에 아파트 192채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 현금흐름이 막히면서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자 경매를 막기 위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파산한 것이다. 대방동 A공인 관계자는 “충북 옥천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등 사업도 같이 하고 있었지만 몇 년째 창원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파산으로 몰렸다”며 “엮인 채권자만 법인을 포함해 2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김 씨 소유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임대사업을 했다. 2001년께 상속받거나 본인이 분양받은 아파트로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세를 안고 집을 사들여 규모를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매매가액이 1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은 소형 아파트다. 자은동 B공인 관계자는 “싼 게 나올 때마다 세를 안고 2000만~3000만원만 들여 추가로 매수했다”며 “경남 지역에선 가장 유명한 임대사업자”라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김 씨가 3~4년 전부터 위기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말부터 창원의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 영향이다. 한두 집에서만 세입자가 퇴거해도 현금흐름이 막힐 수 있는데, 워낙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보니 대응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B공인 관계자는 “창원엔 당시 고점 대비 1억원 이상 가격이 빠진 아파트가 숱하다”면서 “애초 현금을 많이 쥐고 있지 않았던 데다 집이 팔리지도 않으니 결국 파산까지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다수 소유한 성산구 대방동 대방그린빌 전용 39㎡ 전세가격은 2016년만 해도 9000만~1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김 씨가 파산한 지난해 여름엔 6000만~7000만원 선까지 내렸다. 새로 새입자를 들일 땐 기존 세입자에게 3000만~4000만원을 돌려주고 내보내야 했던 셈이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1억6000만원에서 9000만원 안팎으로 반토막났다. 집을 팔더라도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줄 수 없는 ‘깡통 전세’가 된 것이다. ◆“애꿎은 세입자만 피해”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돌아왔다. 집주인이 파산하면서 보증금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일부 세입자는 이사 계획까지 세워두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퇴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부분 전세보증금 7000만~8000만원 정도의 소액 세입자”라며 “2000만~3000만원의 전세대출까지 끼고 있는 집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도 요원하다. 김 씨의 아파트 가운데 74채에 대해 진행 예정이던 경매는 모두 중지됐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했지만 아직 인가가 나지 않은 까닭이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순간 경매는 모두 중지된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법원이 회생인가를 결정할 때까지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경매가 중단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경매가 빨리 진행돼 보증금을 배당받아야 하는 세입자들로선 낭패를 보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매로 나온다고 해도 제값을 받게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창원 부동산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아무도 응찰하지 않거나 보증금 아래로 낙찰될 수 있어서다. 경남 지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달 기준 71.11%다. 감정가 1억원짜리 집이라면 경매에서 평균 7110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여기서 만약 최우선변제권을 가진 세입자의 보증금이 8000만원이라면 응찰자는 7110만원에 아파트를 낙찰받고도 추가로 890만원을 떠안아야 한다. 응찰률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지 중개업소들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방동 A공인 관계자는 “수십채를 임대하고 있는 갭투자자들이 많다”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위험한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공인 관계자는 “현금 한 푼 남겨두지 않고 있는 대로 갭투자를 했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면서 “집을 팔아봤자 세입자 보증금도 못 빼준다”고 꼬집었다. ◆집값 2년 11개월 내리 하락
창원 아파트는 한때 서울을 제외하곤 가장 비쌌다. 그런 평가는 쏙 들어간 지 오래다. 조선과 기계공업 등 지역 기반산업 위축으로 부동산에 몰리던 돈이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공급이 크게 몰린 게 집값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 2년 동안 창원 전역에서 3만 가구 가까이 입주한 데 이어 올해도 1만607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그동안 활발하게 진행되던 도심 정비사업은 멈춰서거나 풍비박산이 났다. 최근 분양했던 한 재개발 아파트는 미분양이 극심해 일반분양 물량을 아예 공공임대로 전환했다. 일부 준공 단지는 궁여지책으로 분양가 보장제까지 들고나왔다. 준공 1년 후에도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면 분양금액을 환불해주는 제도다.
집값 하락세는 좀체 멈추지 않고 있다. 2016년 -3.69%를 기록한 창원 아파트 매매가격 낙폭은 2017년 -9.37%, 지난해 -10.73%로 점점 커졌다. 올해도 3월 현재 -1.62%를 기록 중이다. 전국 평균(-0.81%)의 두배에 달하는 낙폭이다. 한국감정원 주간조사에선 2016년 4월 둘째주부터 152주(2년 11개월)째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하고 내렸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192채 소유자 파산
26일 창원 성산구 대방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방그린빌’ 41가구를 소유한 임대사업자 김모 씨에 대한 법원의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이 아파트 외에도 진해구 자은동 ‘성원아파트’ 33가구 등 창원과 김해 일대에 아파트 192채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 현금흐름이 막히면서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자 경매를 막기 위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파산한 것이다. 대방동 A공인 관계자는 “충북 옥천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등 사업도 같이 하고 있었지만 몇 년째 창원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파산으로 몰렸다”며 “엮인 채권자만 법인을 포함해 2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김 씨 소유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임대사업을 했다. 2001년께 상속받거나 본인이 분양받은 아파트로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세를 안고 집을 사들여 규모를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매매가액이 1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은 소형 아파트다. 자은동 B공인 관계자는 “싼 게 나올 때마다 세를 안고 2000만~3000만원만 들여 추가로 매수했다”며 “경남 지역에선 가장 유명한 임대사업자”라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김 씨가 3~4년 전부터 위기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말부터 창원의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 영향이다. 한두 집에서만 세입자가 퇴거해도 현금흐름이 막힐 수 있는데, 워낙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보니 대응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B공인 관계자는 “창원엔 당시 고점 대비 1억원 이상 가격이 빠진 아파트가 숱하다”면서 “애초 현금을 많이 쥐고 있지 않았던 데다 집이 팔리지도 않으니 결국 파산까지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다수 소유한 성산구 대방동 대방그린빌 전용 39㎡ 전세가격은 2016년만 해도 9000만~1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김 씨가 파산한 지난해 여름엔 6000만~7000만원 선까지 내렸다. 새로 새입자를 들일 땐 기존 세입자에게 3000만~4000만원을 돌려주고 내보내야 했던 셈이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1억6000만원에서 9000만원 안팎으로 반토막났다. 집을 팔더라도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줄 수 없는 ‘깡통 전세’가 된 것이다. ◆“애꿎은 세입자만 피해”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돌아왔다. 집주인이 파산하면서 보증금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일부 세입자는 이사 계획까지 세워두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퇴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부분 전세보증금 7000만~8000만원 정도의 소액 세입자”라며 “2000만~3000만원의 전세대출까지 끼고 있는 집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도 요원하다. 김 씨의 아파트 가운데 74채에 대해 진행 예정이던 경매는 모두 중지됐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했지만 아직 인가가 나지 않은 까닭이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순간 경매는 모두 중지된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법원이 회생인가를 결정할 때까지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경매가 중단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경매가 빨리 진행돼 보증금을 배당받아야 하는 세입자들로선 낭패를 보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매로 나온다고 해도 제값을 받게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창원 부동산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아무도 응찰하지 않거나 보증금 아래로 낙찰될 수 있어서다. 경남 지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달 기준 71.11%다. 감정가 1억원짜리 집이라면 경매에서 평균 7110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여기서 만약 최우선변제권을 가진 세입자의 보증금이 8000만원이라면 응찰자는 7110만원에 아파트를 낙찰받고도 추가로 890만원을 떠안아야 한다. 응찰률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지 중개업소들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방동 A공인 관계자는 “수십채를 임대하고 있는 갭투자자들이 많다”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위험한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공인 관계자는 “현금 한 푼 남겨두지 않고 있는 대로 갭투자를 했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면서 “집을 팔아봤자 세입자 보증금도 못 빼준다”고 꼬집었다. ◆집값 2년 11개월 내리 하락
창원 아파트는 한때 서울을 제외하곤 가장 비쌌다. 그런 평가는 쏙 들어간 지 오래다. 조선과 기계공업 등 지역 기반산업 위축으로 부동산에 몰리던 돈이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공급이 크게 몰린 게 집값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 2년 동안 창원 전역에서 3만 가구 가까이 입주한 데 이어 올해도 1만607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그동안 활발하게 진행되던 도심 정비사업은 멈춰서거나 풍비박산이 났다. 최근 분양했던 한 재개발 아파트는 미분양이 극심해 일반분양 물량을 아예 공공임대로 전환했다. 일부 준공 단지는 궁여지책으로 분양가 보장제까지 들고나왔다. 준공 1년 후에도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면 분양금액을 환불해주는 제도다.
집값 하락세는 좀체 멈추지 않고 있다. 2016년 -3.69%를 기록한 창원 아파트 매매가격 낙폭은 2017년 -9.37%, 지난해 -10.73%로 점점 커졌다. 올해도 3월 현재 -1.62%를 기록 중이다. 전국 평균(-0.81%)의 두배에 달하는 낙폭이다. 한국감정원 주간조사에선 2016년 4월 둘째주부터 152주(2년 11개월)째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하고 내렸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