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등 기존 하드웨어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플랫폼 서비스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날 삼성전자는 1분기 최악의 실적을 전망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애플 스페셜 이벤트'를 열고 TV 스트리밍 서비스, 뉴스·잡지 구독 서비스, 구독형 게임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이 아닌 디지털 서비스를 대규모 행사를 열고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애플이 디지털 구독 사업 등 서비스 부문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이날 행사에서 "우리는 앱에서 여러 매체를 두루 살펴보며 원하는 채널을 결제해 시청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20억대 하드웨어 앞세워 서비스 사업 육성

애플의 서비스 사업은 글로벌 시장의 아이폰 매출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 전환으로 해석된다. 20억대의 하드웨어와 아이튠즈 등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디지털 구독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애플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데 미중 무역갈등으로 아이폰 판매가 급감하면서 실적도 급락했다. 하지만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서비스 매출은 109억달러(12조19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상승했다.팀 쿡 CEO는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앱스토어를 비롯한 서비스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이날 발표한 TV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플러스'의 경우 1억3900만명이 시청하는 동영상 구독 서비스 넷플릭스와 다퉈야 한다. 9.99달러에 신문과 잡지를 볼 수 있는 뉴스 플러스 서비스는 구글·페이스북 사용자를 뺏어와야 한다.

◆제조사에 머문 삼성전자…체질개선 필요

반면 삼성전자는 이날 1분기 최악의 실적을 전망하면서 이례적인 설명자료를 배포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2019년 1분기 예상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당초 예상보다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 환경이 약세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 전사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TV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 감소와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폭 확대가 1분기 실적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하기 전에 실적 관련 설명자료를 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거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하락한 8조3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애플과 같은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선택은 인공지능이다. 연간 5억대의 IT제품을 판매하는 삼성전자는 모든 기기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미래 생활가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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