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잔혹 누아르'…이희진 부모살해 범죄의 재구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국 동포 공범들·표백제로 은폐 정황 등 범죄영화 연상
밀항 시도했지만 이씨 동생의 부모 실종신고 하루만에 검거
26일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전말이 드러난 '이희진(33·수감 중) 씨 부모살해' 사건은 한편의 잔혹한 범죄영화를 연상케 한다. 다수의 등장인물, 중국 동포 공범들, 범죄타깃 차량에 위치추적기 부착, 표백제(락스)를 이용한 범행 은폐 정황 등은 살인사건을 다룬 여러 한국영화의요소들을 짜깁기한 듯한 데자뷔(기시감)마저 불러일으킨다.
경찰이 밝힌 수사결과를 토대로 되짚어본 이번 사건의 큰 줄기는 이렇다.
이날 주범격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된 김다운(34) 씨는 미국에서 7년가량 거주하다가 지난 2017년 7월 귀국했다.
그는 경기도 화성 동탄의 어머니 집에서 주로 머물며 중소기업에 취직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해왔다.
그러던 김 씨는 이 씨가 불법적인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혐의로 막대한 돈을 챙긴 뒤 수감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 씨가 이 돈을 부모에게 몰래 넘겼을 것으로 판단, 이 씨 부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이 씨의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등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인터넷 카페모임 관계자 1명을 만나 이 씨가 빼돌린 재산이 없는지, 이 씨의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때부터 1년 가까이 이 씨 부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 씨는 지난달부터 계획을 하나둘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 김 씨는 지난달 16일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서울∼경기지역에서 활동할 팀원을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A(33) 씨 등 중국 동포 3명을 공범으로 선정했다.
그리고선 디데이(D-DAY)를 2월 25일로 정하고 당일 새벽 2시께 미리 구입해 둔 위치추적기를 이 씨 아버지 소유의 벤츠 차량 밑부분에 설치했다.
이 씨 부모의 동선을 살피던 김 씨는 같은 날 이 씨 부모가 외출해서 귀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오후 3시 51분께 공범들과 함께 이 씨 부모가 거주하는 아파트 입구로 들어갔다.
이윽고 이 씨 부모가 집으로 들어가자 김 씨 일당은 경찰을 사칭하며 뒤따라 들어갔고 저항하는 이 씨 부모를 살해한 뒤 5억원이 든 보스톤백을 빼앗았다.
보스톤백에 든 돈은 이 씨의 동생이 그날 슈퍼카 부가티 차량을 판매하고 받은 15억원 중 일부였다. 당시 김 씨는 보스톤백에 돈과 함께 들어있던 부가티 매매증서에 주목했다.
매매증서에는 남은 10억원이 이 씨의 동생 법인 계좌로 입금됐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고 이에 김 씨는 이 씨의 동생을 상대로 한 추가범행을 결심했다.
A 씨 등 공범 3명은 이 씨 부모가 숨진 당일 오후 6시 10분께 범행현장을 빠져나와 택시로 자신들이 거주하던 인천으로 이동해 짐을 꾸린 뒤 항공권 3매를 예약, 다시 택시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가 오후 11시 51분께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김 씨는 공범들이 떠나자 미리 준비한 표백제(락스) 한 통 중 절반 가까이를 곳곳에 뿌리고 혈흔을 닦아 범행현장을 은폐했다.
오후 10시께에는 친구에게 "싸움이 났는데 와서 중재를 해달라"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김 씨에게 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김 씨의 친구는 자신의 지인 2명에게 대신 가달라고 했고 결국 김 씨와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현장에 가는 기막힌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들은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보고선 단순한 싸움 중재가 아니라고 판단, 김 씨에게 신고할 것을 권유하고 20여분 만에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김 씨는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오전 3시 30분께 대리기사를 불렀다.
그는 대리기사에게 이 씨의 아버지 소유 벤츠 차량을 운전하도록 한 다음 화성 동탄 자신의 자택 앞에 주차하도록 요구했다.
벤츠 차 안에는 피해자들의 혈흔이 묻은 이불 등을 담아뒀고 대리기사 떠난 뒤에 이불 등을 불태웠다.
날이 밝자 김 씨는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 씨 아버지의 시신이 든 냉장고를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빼내 평택 창고로 옮겼다.
냉장고를 옮긴 김 씨는 오전 10시 10분께 범행현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김 씨는 추가범행에 몰두했다.
그는 숨진 이 씨의 어머니 휴대전화로 자신이 어머니인 척 이 씨의 동생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씨는 이 씨 동생이 전화통화를 시도하자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 여행 와 통화가 곤란하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특히 김 씨는 이 씨 동생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지난 8일 당일치기로 일본 삿포로를 다녀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어머니 행세를 하던 김 씨는 급기야 "아들아. 내가 잘 아는 성공한 사업가가 있으니 만나봐라"는 식으로 말하고서 자신이 그 사업가인 척 이 씨 동생과 약속을 잡고 지난 13일 그를 만났다.
이때 김 씨는 추가범행을 위해 접촉한 흥신소 직원에게 "2천만원을 줄 테니 오늘 작업합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흥신소 직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추가범행에 실패한 김 씨는 이 씨 동생과 식사만 하고선 헤어졌고 이후 필리핀으로 밀항하기 위해 다시 다른 흥신소 측에 5천만원을 건네고 밀항을 준비했다.
김 씨가 흥신소 측에 건넨 돈은 이 씨 부모에게서 빼앗은 돈 중 일부였다.
그러나 김 씨의 밀항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씨의 동생은 어머니가 전화통화를 꺼리는 점 등을 의심하던 와중에 김 씨를 만난 뒤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16일 "부모님과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이 씨의 어머니 시신을 발견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 다음 날 김 씨를 검거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범행하고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했던 그는 이 사건의 주범으로 강도살인 혐의가 적용돼 이날 검찰로 넘겨졌다.
/연합뉴스
밀항 시도했지만 이씨 동생의 부모 실종신고 하루만에 검거
26일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전말이 드러난 '이희진(33·수감 중) 씨 부모살해' 사건은 한편의 잔혹한 범죄영화를 연상케 한다. 다수의 등장인물, 중국 동포 공범들, 범죄타깃 차량에 위치추적기 부착, 표백제(락스)를 이용한 범행 은폐 정황 등은 살인사건을 다룬 여러 한국영화의요소들을 짜깁기한 듯한 데자뷔(기시감)마저 불러일으킨다.
경찰이 밝힌 수사결과를 토대로 되짚어본 이번 사건의 큰 줄기는 이렇다.
이날 주범격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된 김다운(34) 씨는 미국에서 7년가량 거주하다가 지난 2017년 7월 귀국했다.
그는 경기도 화성 동탄의 어머니 집에서 주로 머물며 중소기업에 취직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해왔다.
그러던 김 씨는 이 씨가 불법적인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혐의로 막대한 돈을 챙긴 뒤 수감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 씨가 이 돈을 부모에게 몰래 넘겼을 것으로 판단, 이 씨 부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이 씨의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등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인터넷 카페모임 관계자 1명을 만나 이 씨가 빼돌린 재산이 없는지, 이 씨의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때부터 1년 가까이 이 씨 부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 씨는 지난달부터 계획을 하나둘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우선 김 씨는 지난달 16일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서울∼경기지역에서 활동할 팀원을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A(33) 씨 등 중국 동포 3명을 공범으로 선정했다.
그리고선 디데이(D-DAY)를 2월 25일로 정하고 당일 새벽 2시께 미리 구입해 둔 위치추적기를 이 씨 아버지 소유의 벤츠 차량 밑부분에 설치했다.
이 씨 부모의 동선을 살피던 김 씨는 같은 날 이 씨 부모가 외출해서 귀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오후 3시 51분께 공범들과 함께 이 씨 부모가 거주하는 아파트 입구로 들어갔다.
이윽고 이 씨 부모가 집으로 들어가자 김 씨 일당은 경찰을 사칭하며 뒤따라 들어갔고 저항하는 이 씨 부모를 살해한 뒤 5억원이 든 보스톤백을 빼앗았다.
보스톤백에 든 돈은 이 씨의 동생이 그날 슈퍼카 부가티 차량을 판매하고 받은 15억원 중 일부였다. 당시 김 씨는 보스톤백에 돈과 함께 들어있던 부가티 매매증서에 주목했다.
매매증서에는 남은 10억원이 이 씨의 동생 법인 계좌로 입금됐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고 이에 김 씨는 이 씨의 동생을 상대로 한 추가범행을 결심했다.
A 씨 등 공범 3명은 이 씨 부모가 숨진 당일 오후 6시 10분께 범행현장을 빠져나와 택시로 자신들이 거주하던 인천으로 이동해 짐을 꾸린 뒤 항공권 3매를 예약, 다시 택시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가 오후 11시 51분께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김 씨는 공범들이 떠나자 미리 준비한 표백제(락스) 한 통 중 절반 가까이를 곳곳에 뿌리고 혈흔을 닦아 범행현장을 은폐했다.
오후 10시께에는 친구에게 "싸움이 났는데 와서 중재를 해달라"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김 씨에게 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김 씨의 친구는 자신의 지인 2명에게 대신 가달라고 했고 결국 김 씨와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현장에 가는 기막힌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들은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보고선 단순한 싸움 중재가 아니라고 판단, 김 씨에게 신고할 것을 권유하고 20여분 만에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김 씨는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오전 3시 30분께 대리기사를 불렀다.
그는 대리기사에게 이 씨의 아버지 소유 벤츠 차량을 운전하도록 한 다음 화성 동탄 자신의 자택 앞에 주차하도록 요구했다.
벤츠 차 안에는 피해자들의 혈흔이 묻은 이불 등을 담아뒀고 대리기사 떠난 뒤에 이불 등을 불태웠다.
날이 밝자 김 씨는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 씨 아버지의 시신이 든 냉장고를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빼내 평택 창고로 옮겼다.
냉장고를 옮긴 김 씨는 오전 10시 10분께 범행현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김 씨는 추가범행에 몰두했다.
그는 숨진 이 씨의 어머니 휴대전화로 자신이 어머니인 척 이 씨의 동생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씨는 이 씨 동생이 전화통화를 시도하자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 여행 와 통화가 곤란하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특히 김 씨는 이 씨 동생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지난 8일 당일치기로 일본 삿포로를 다녀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어머니 행세를 하던 김 씨는 급기야 "아들아. 내가 잘 아는 성공한 사업가가 있으니 만나봐라"는 식으로 말하고서 자신이 그 사업가인 척 이 씨 동생과 약속을 잡고 지난 13일 그를 만났다.
이때 김 씨는 추가범행을 위해 접촉한 흥신소 직원에게 "2천만원을 줄 테니 오늘 작업합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흥신소 직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추가범행에 실패한 김 씨는 이 씨 동생과 식사만 하고선 헤어졌고 이후 필리핀으로 밀항하기 위해 다시 다른 흥신소 측에 5천만원을 건네고 밀항을 준비했다.
김 씨가 흥신소 측에 건넨 돈은 이 씨 부모에게서 빼앗은 돈 중 일부였다.
그러나 김 씨의 밀항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씨의 동생은 어머니가 전화통화를 꺼리는 점 등을 의심하던 와중에 김 씨를 만난 뒤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16일 "부모님과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이 씨의 어머니 시신을 발견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 다음 날 김 씨를 검거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범행하고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했던 그는 이 사건의 주범으로 강도살인 혐의가 적용돼 이날 검찰로 넘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