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이 파업으로 인해 멈춰 서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작년 10월부터 약 6개월간 52차례(210시간) 부분파업을 했다.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이 파업으로 인해 멈춰 서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작년 10월부터 약 6개월간 52차례(210시간) 부분파업을 했다.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배정된 로그 생산 물량을 절반 가까이 놓칠 위기에 처했다. 로그 생산을 맡긴 일본 닛산이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계속하고 있어 올해 부산공장의 로그 생산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닛산이 로그 위탁 물량을 줄이면 부산공장은 ‘생산절벽’에 빠지게 된다. 노조의 무리한 파업이 회사를 벼랑 끝으로 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업 장기화에 본사 시선은 싸늘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닛산은 최근 르노삼성에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로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부산공장에서 올해 생산하기로 했던 로그 물량 일부를 다른 공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통보했다. 닛산은 올해 부산공장에 로그 약 10만 대를 생산해달라고 맡길 계획이었다. 이 물량을 6만 대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그는 르노삼성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차량 21만5680대를 생산했다. 이 중 49.7%(10만7251대)가 로그다. 닛산이 실제로 로그 위탁 규모를 줄이면 부산공장의 올해 생산량은 16만 대 수준으로 떨어진다. 최근 내수부진을 감안하면 10만 대 초반 수준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 20만 대 생산은 부산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올해 생산량이 10만 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 르노삼성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그 후속 물량이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폭탄’이 터진 셈이다. 르노삼성은 오는 9월 끝나는 로그 수탁생산 계약 이후 생산할 물량을 놓고 프랑스 르노 본사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르노삼성이 연 10만 대 규모의 신차 물량을 배정받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분위기는 올초 급변했다. 노조가 지난해 10월부터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본사 고위 임원(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3월 8일까지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을 매듭짓지 않으면 신차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노사는 ‘데드라인’까지 협상을 마치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이후 총 52차례(210시간) 파업을 강행했다. 이에 따른 손실 규모는 2352억원(차량 1만2020대)에 달한다.

르노 본사의 시선은 급격히 싸늘해졌다. 르노삼성이 내년부터 생산하는 신차(XM3)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르노삼성은 이 차량을 한국과 유럽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르노 본사는 유럽 판매 물량을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 20만 대 생산 무너진다

로그 후속 물량 배정 지연과 XM3 수출 제한 검토 등 악재가 이어졌지만 노조는 요지부동이었다.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지명파업’까지 시작했다. 장기전에 들어서겠다는 선언이다. 지명파업은 일부 공정의 직원만 일을 하지 않는 파업 방식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자동차산업 특성상 공정 하나만 멈춰도 공장 전체가 멈추지만, 파업하지 않는 직원은 형식상 근무하기 때문에 급여를 받는다”며 “지명파업은 조합원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회사에는 큰 타격을 입히는 파업”이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지명파업을 시작한 지 약 1주일 만에 르노 본사는 기존 로그 물량 감축이라는 새로운 압박 카드를 꺼냈다. 닛산이 로그 물량 조정 제안을 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뜩이나 로그 판매량은 급격하게 줄고 있다. 올 1~2월 로그 판매량은 7만430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닛산 규슈공장 등 로그를 생산하는 다른 공장의 생산량도 맞추기 힘든 상황”이라며 “닛산이 자국 공장을 두고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부산공장에 물량을 더 많이 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연간 생산량을 최대한 20만 대에 가깝게 맞추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고 있다”며 “결국은 노사가 얼마나 빨리 임단협을 마무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27일 임단협 협상을 재개한다. 르노 본사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지난 8일 협상이 결렬된 이후 19일 만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