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통'에…계속되는 TRS시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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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불공정 행위만 막는다" 지만
업계 "PEF 거래 등도 문제 생길 것"
한투 발행어음 부당대출 관련
내달 3일 제재심서 최종 결론
업계 "PEF 거래 등도 문제 생길 것"
한투 발행어음 부당대출 관련
내달 3일 제재심서 최종 결론
금융감독원이 다음달 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에 대한 결론을 짓는다. 금감원이 중징계를 예고한 가운데 제재심의위는 이례적으로 석 달 가까이 지체됐다. 금융투자업계뿐 아니라 제재심의위 회의에서도 “시장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제재”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도 이번 현안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금감원은 뒤늦게 법무실 검토 등을 거쳐 제재 논리를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안건이 특수목적회사(SPC)나 총수익스와프(TRS) 관련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자가당착에 빠진 법리 적용”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제재심의위에서 다룰 한투증권 관련 위반 안건은 해외 계열사 신용공여 등 전체 8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발행어음 신용공여 관련 안건(2건)이 핵심이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2월 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에 SK실트론 지분 19.4% 매입자금(1672억원)을 차환했다. 이 SPC가 발행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이 상환을 요구하자 한투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대체한 것이다. 금리는 연 4.5%였다.
SPC와 TRS를 활용한 통상적인 신용공여다. SPC는 재작년 8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입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설립됐고, 최 회장 측과 맺은 TRS 계약을 근거로 자금을 대출해줬다. SK실트론 주가 변동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최 회장에게 이전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파생거래다.
하지만 금감원은 해당 발행어음 신용공여를 ‘기업 대출’이 아니라 사실상의 ‘개인 대출’로 해석했다. 자본시장법에선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 대출로 활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검사국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당 SPC에 법인격을 부여하지 않고 최 회장과 사실상 동일체로 해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가당착에 빠진 법령 해석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한투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차환하기 전에 키스아이비제십육차가 발행한 전단채에 투자한 펀드나 신탁 등도 똑같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펀드도 발행어음과 마찬가지로 개인 대출이 금지돼 있다. 앞서 두 차례 열린 제재심의위 위원들도 시장 혼선을 우려하면서 이 같은 ‘모순’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가 이번 안건에 대해 한투증권 손을 들어준 이유이기도 하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금감원 논리대로라면 SPC와 TRS를 비슷하게 활용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사모투자펀드(PEF) 거래의 상당수도 개인 대출로 해석할 수 있어 업계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증권사는 물론 자산운용사, 신탁회사에서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원승연 부원장, 시장 달래기 나섰지만…
금감원은 뒤늦게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하고 진화에 나섰다. 이번 한투증권 제재안을 주도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열린 ‘2019년 업무설명회’에서 자본시장에서 SPC나 TRS 거래를 막을 의향이 없음을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원 부원장은 “한투증권 제재 심의로 인해 TRS와 SPC를 활용한 거래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 방향에 의구심이 많은 것 같다”며 “우리는 TRS가 불공정 행위에 쓰이는 것을 우려했을 뿐이며 이 같은 파생상품이 잘 활용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길 원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의적인 활동, 금융투자상품 개발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무엇보다도 감독원과 여러분의 소통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회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이번 한투증권 발행어음 제재 안건은 금감원이 시장과 소통을 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금융위가 규제 개선을 말하는데 금감원은 무리한 법령 해석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어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업무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 “과거 업무설명회는 세부적인 이슈를 놓고 감독원과 담당자 사이에 질의응답을 하면서 소통했던 자리인데 여러모로 아쉽다”며 “원 부원장 체제에서 자본시장 관련 금감원 제재 강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조진형/김진성 기자 u2@hankyung.com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도 이번 현안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금감원은 뒤늦게 법무실 검토 등을 거쳐 제재 논리를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안건이 특수목적회사(SPC)나 총수익스와프(TRS) 관련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자가당착에 빠진 법리 적용”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제재심의위에서 다룰 한투증권 관련 위반 안건은 해외 계열사 신용공여 등 전체 8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발행어음 신용공여 관련 안건(2건)이 핵심이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2월 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에 SK실트론 지분 19.4% 매입자금(1672억원)을 차환했다. 이 SPC가 발행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이 상환을 요구하자 한투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대체한 것이다. 금리는 연 4.5%였다.
SPC와 TRS를 활용한 통상적인 신용공여다. SPC는 재작년 8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입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설립됐고, 최 회장 측과 맺은 TRS 계약을 근거로 자금을 대출해줬다. SK실트론 주가 변동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최 회장에게 이전하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파생거래다.
하지만 금감원은 해당 발행어음 신용공여를 ‘기업 대출’이 아니라 사실상의 ‘개인 대출’로 해석했다. 자본시장법에선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 대출로 활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검사국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당 SPC에 법인격을 부여하지 않고 최 회장과 사실상 동일체로 해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가당착에 빠진 법령 해석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한투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차환하기 전에 키스아이비제십육차가 발행한 전단채에 투자한 펀드나 신탁 등도 똑같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펀드도 발행어음과 마찬가지로 개인 대출이 금지돼 있다. 앞서 두 차례 열린 제재심의위 위원들도 시장 혼선을 우려하면서 이 같은 ‘모순’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가 이번 안건에 대해 한투증권 손을 들어준 이유이기도 하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금감원 논리대로라면 SPC와 TRS를 비슷하게 활용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사모투자펀드(PEF) 거래의 상당수도 개인 대출로 해석할 수 있어 업계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증권사는 물론 자산운용사, 신탁회사에서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원승연 부원장, 시장 달래기 나섰지만…
금감원은 뒤늦게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하고 진화에 나섰다. 이번 한투증권 제재안을 주도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열린 ‘2019년 업무설명회’에서 자본시장에서 SPC나 TRS 거래를 막을 의향이 없음을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원 부원장은 “한투증권 제재 심의로 인해 TRS와 SPC를 활용한 거래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 방향에 의구심이 많은 것 같다”며 “우리는 TRS가 불공정 행위에 쓰이는 것을 우려했을 뿐이며 이 같은 파생상품이 잘 활용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길 원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의적인 활동, 금융투자상품 개발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무엇보다도 감독원과 여러분의 소통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회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이번 한투증권 발행어음 제재 안건은 금감원이 시장과 소통을 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금융위가 규제 개선을 말하는데 금감원은 무리한 법령 해석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어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업무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 “과거 업무설명회는 세부적인 이슈를 놓고 감독원과 담당자 사이에 질의응답을 하면서 소통했던 자리인데 여러모로 아쉽다”며 “원 부원장 체제에서 자본시장 관련 금감원 제재 강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조진형/김진성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