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신한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신한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26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돈키호테’에 비유했다.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돈키호테처럼 무모할 정도가 돼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는 차원에서다. “진정한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려면 돈키호테 같은 발상을 해야 한다. 부문장(임원)이 전문가다. 행장은 뚱딴지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겠다.”

그가 제시한 신한은행의 비전은 ‘초일류 글로벌 은행, 디지털 은행’이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혁신이 필요하며 경직된 사고와 관료주의 시스템을 지우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진 행장은 디지털 혁신을 위해 채용과 조직문화를 싹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채용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기존에는 상경계 출신을 뽑아 정보기술(IT) 인력으로 양성했지만 이제는 IT 전문가를 뽑아 은행 영업사원으로 육성해야 하는 시대”라고 했다. 그는 “IT 인력을 뽑아 이들을 영업점에 배치해 고객과 만나게 하고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게 해야 한다”며 “이런 돈키호테적 발상의 전환이 되지 않으면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진 행장은 한발 더 나아가 “IT 개발부는 아예 사무실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한 사무실에 모여 일하지 말고 현업 부서에 나가 일선 부서에서 느끼는 애로점을 IT 개발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그는 “개발자가 현업에 나가 있는 것이 애자일(agile: 민첩하다는 뜻) 개발론”이라며 “디지털 인력들은 유목민이 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축통화지역(선진국)과 성장 속도가 빠른 신흥국 등에 다르게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18년 근무한 진 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신한은행 일본 법인인 SBJ은행에서 2500억원의 자금을 한국으로 보냈다”며 “기축통화 국가 지점에서의 자금조달능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동성 위기가 닥쳤을 때 서울 본사를 지원하려면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 국가 지점이 본사의 5분의 1 규모 이상 돼야 해 이들 지역에서 인수합병(M&A)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반면 신흥국 지역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베트남 등 가능성 있는 곳에 집중 투자해 현지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초격차’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진 행장은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1997년부터 5년간 일본 오사카지점 차장으로,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오사카지점장과 일본 SH캐피털 사장을 거쳐 SBJ은행 법인장으로 근무하며 SBJ은행 성장을 이끌었다.

진 행장은 진정한 리딩뱅크를 위해선 ‘고객 중심’이 필수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익이나 고객 수 등 숫자로 리딩뱅크 경쟁을 하기보다는 고객 가치를 높이는 ‘진정한’ 1등 은행이 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진 행장은 또 “독일 지멘스는 직원들에게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팔지 말라’고 했다”며 “고객 자산을 불려주고, 고객 가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은행 이익도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은행장에 내정된 뒤 3개월의 인수인계 기간 중 위성호 당시 은행장으로부터 기관 영업과 디지털 부문을 챙겨 달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게서는 리테일과 기업 여신, 그중 특히 기업 부문에 신경 써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진 행장은 취임 첫해인 올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 소상공인 부문에서 컨설팅·금리 감면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자산관리(WM)부문을 키우는 데도 무게 중심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