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IATA 총회 등 국제행사 차질 우려…'조원태 체제' 가시화 전망
"투명한 경영으로 오히려 신뢰도 높아질 것" 기대도


"64%는 확보했는데…, 2.6%가 부족했다."
20년간 대한항공을 이끌던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수성에 실패하면서 대한항공은 충격에 빠졌다.

대한항공은 주총 직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날 대한항공 주총에 상정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09%, 반대 35.91%로 부결됐다.
"2.6% 차이로…" 조양호 회장 연임 실패에 대한항공 '충격'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사내이사직 수성이 가능한데, 지분 2.6%가 부족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자발적인 결단이 아니라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내몰리듯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내부에서는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잃게 되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오는 6월 대한항공 주관으로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개최가 걱정이다.

IATA는 현재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항공 관련 국제 협력 기구다.

총회 의장은 주관항공사 최고경영자(CEO)가 맡는 관례에 따라 조 회장이 의장 자리에 앉아야 하지만,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받은 뒤 지난 20년 동안 대한항공을 이끌어왔다.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시키는데 조 회장의 기여가 있었다는 것은 업계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으로선 20년간 항공사 경영을 통해 쌓은 조 회장의 전문가적 식견과 인적 네트워크 등 리더십을 잃게 됐다.
"2.6% 차이로…" 조양호 회장 연임 실패에 대한항공 '충격'
다만, 조 회장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여전히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조 회장도 주식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조 회장의 영향력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내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대한항공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 부결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항공과 지주사인 한진칼 등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늘 주총 결정에 따라 조 회장의 거취와 대한항공 경영 등 관련 사항을 절차를 밟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