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자료제출 미흡' 거론하며 맹공…朴, 물러서지 않고 맞서
홍일표 "청문위원 발언 평가하지 말라" 주의 주기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27일 인사청문 무대에 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4선인 박 후보자는 지난 15년간 국회의원을 하며 40차례의 인사청문회에서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을 검증했고, 이 과정에서 거침없는 입담과 적극적인 청문 활동으로 '청문회 저격수'로 불렸다.

하지만 이날은 스스로 '방어'하는 후보자 입장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도덕성 검증 등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제출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박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박 후보자의 과거 청문회 발언을 끄집어내 맹공을 퍼부었다.
'40차례 청문회 경험' 박영선, 첫 검증 공수 전환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은 "후보자는 청문위원 시절 '낙마왕', '저승사자'란 말이 붙어 다닐 정도로 후보자의 가족과 자녀 신상을 탈탈 털었다"며 "입장이 바뀌어 동일한 잣대로 인사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국민들 앞에 소상히 설명하겠다"며 수긍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하지만 후보자는 자료제출 태도부터 '배 째라'식으로, 내로남불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며 "후보자는 과거 청문회에서 '1982년 MBC에 입사했을 때부터 재산을 어떻게 늘렸는지 다 소명할 수 있다'며 상대방을 공격했는데 탈세와 관련한 자료 요청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 발언과 지금 후보자의 행태를 보면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쏘아붙였다.

박 후보자는 "금융거래와 관련해선 드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며 "하지만 제 아이와 남편이 한국에 없어 (금융자료를 제출하려면)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고, 이에 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과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조 전 장관의 씀씀이를 알겠다며 후보자와 배우자 지출내역을 요구한 것을 들어 자료제출 미흡을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조 전 장관이 1년에 7억5천만원을 사용했다고 했는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남편의 비자금이 얹혀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봤다"며 "저희 부부가 얼마나 벌어서 썼느냐는 것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질의 도중 박 후보자가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미흡한 자료제출을 질타하는 발언을 모은 동영상을 연이어 상영하기도 했다.
'40차례 청문회 경험' 박영선, 첫 검증 공수 전환
박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몰아세우기에 자세를 낮추거나 뒤로 물러서기보다 맞대응하는 쪽을 택했고, 이 같은 답변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초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료제출 미흡을 잇달아 지적하자 박 후보자는 "왜 자료제출을 못했는지 설명해 드려야 한다"면서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홍일표 산업위원장은 "후보자가 그렇게 얘기를 다 하면 논쟁밖에 안 남는다", "본질의 때 답하라"며 제지했다.

특히 박 후보자는 '전통시장에서 82만원밖에 쓰지 않았다'는 한국당 윤한홍 의원의 지적에 "남편이 신용카드로 1천181만원을 썼다는 자료를 제출했는데, 윤 의원이 일부러 뺐는지 자료에서 빠졌다"고 반박했다.

결국 홍 위원장으로부터 "후보자가 청문위원의 질의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의를 듣기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박 후보자의 집이 4채"라고 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말하며 "전셋집까지 합쳐 얘기해 국민 정서를 건드려 보고 싶은 의도가 아닌가 싶은데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후보자는 "(황 대표가) 잘못 말했다고 하시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