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윤석헌 금감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생보사가 즉시연금을 덜 주고 있다고 문제 삼은 것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 원장은 특히 금감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생명의 보험상품을 1억원어치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태 의원, 윤 원장 질타

윤 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즉시연금 보험상품 가입 여부를 묻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삼성생명 상품도 있느냐는 질문에 윤 원장은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점유율이 높으니까”라고 답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윤 원장은 지난해 8월 말 1억2520만원어치의 삼성생명 보험상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윤 원장의 배우자도 1억1100만원어치의 삼성생명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금감원장이 즉시연금에 상당한 액수를 투자하고 있으면서 즉시연금을 종합검사한다, 행정지도한다는 것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제가 가진 자산이라면 대부분 금융상품이다. 은행에 있고, 펀드도 있고, 보험도 있다”며 “해당 상품은 금감원장이 되기 전 가입한 것들로 업무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지난해 8월 총 31억3763만원의 전체 재산 중 24억6700만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 의원이 윤 원장의 보험상품 가입을 계속 문제 삼자 윤 원장은 “지적할 수는 있지만 이것(보험상품 가입)과 이 문제(즉시연금 논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 “업무 관련 없다” 주장

즉시연금을 둘러싼 금감원과 삼성생명의 갈등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험사들은 최초 사업비 등으로 뗀 금액을 만기까지 채워넣기 위해 매월 운용수익에서 일부를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했다. 이에 일부 가입자는 약관과 달리 연금을 덜 받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7년 11월 삼성생명에 대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보험사들이 만기에 보험료 환급을 위해 다달이 연금 지급액에서 사업비 등을 뗀다는 것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지적이다.

이 이슈는 윤 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5월 이후 커졌다. 윤 원장은 지난해 7월 첫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 전원에게 과소지급분에 대해 일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생명은 이사회 논의를 거친 끝에 윤 원장의 이 같은 주문을 거부하고 법적 판단을 받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이어 지난해 8월 즉시연금 가입자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금감원은 민원인의 소송비용을 일부 지원하거나 관련 정보를 법원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런 사유로 삼성생명이 2015년 이후 4년 만에 부활시킨 금감원 종합검사의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보험업계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이날 “즉시연금에 대해서는 법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검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검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는 만큼 금감원과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윤 원장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삼성생명도 (종합검사) 대상에는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 즉시연금보험

보험료를 한 번에 낸 뒤 가입자가 정한 기간 또는 사망할 때까지 매달 일정액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 퇴직금 등을 넣어 노후를 대비하는 데 많이 활용된다.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하며 손해보험사는 취급하지 않는다. 45세부터 가입이 가능하며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