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계 1위' 웨딩업체가 만든 부티크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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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tudy 복합상업시설 (1)
디자인 관련 종사자들이라면 일본 도쿄 캣스트리트에 있는 트렁크호텔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곳에는 언제나 정장 입은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하다. 5개의 결혼식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트렁크호텔은 재야의 디자인 고수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된 프로젝트다. 건축에 더불어 별도의 조경 전문가가 참여했고, 인테리어도 호텔 레스토랑 연회장 스토어 등 공간별로 전문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 각각 담당했다. 거기에다 공간 스타일링, 가구, 그래픽, 음식, 음악까지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개발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호텔이다.
트렁크호텔을 소유한 회사는 T&G, 테이크앤드기브니즈(Take and Give Needs)라는 웨딩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던 1970년대 일본에서는 결혼 붐이 일었다. 연간 결혼 건수가 100만 쌍, 단순 비중으로 봤을 때 1000명당 10명으로 피크를 쳤다. 이후 매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더니 2017년에는 60만 쌍으로 1000명당 4.9명으로 줄어들었다. 인구 증가분까지 감안한다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작은 건물에 웨딩홀만 5개
이런 상황에서 웨딩 비즈니스라니. 누가 봐도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이 뻔한데 T&G는 선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일본 전역에 69개의 웨딩 시설을 직영하고 있고, 약 450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 5년간 3%에 가까운 연평균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시설 수도 크게 늘어나거나 줄지 않아 매출 효율을 효과적으로 관리한,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를 것 같은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웨딩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T&G의 웨딩 사업도 큰 틀에서 변화 없이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어 사업적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참에 기획한 프로젝트가 트렁크호텔이다.
단편적인 계산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 발표된 트렁크호텔의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연 매출 360억원(월 매출 약 30억원)을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웨딩홀 매출 비중이 75%로 2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나머지는 F&B와 상품판매 매출이다.
트렁크호텔의 하우스 웨딩이 만들어낸 평당 월 매출(평효율)은 800만원으로 추산된다. 협소한 공간에 매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압축해 넣은 백화점의 평균 평효율이 5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히 창조경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트렁크호텔 역시 전형적인 웨딩홀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인원수당 식대가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8년 기준 트렁크호텔에서 제공하는 인당 식대는 약 15만원으로, 우리나라 특1급 호텔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타 신부 드레스, 자릿세, 음향 및 조명, 사진 등 비용이 1000만원가량이니 100~200명 예식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2000만~4000만원이다. 가동할 수 있는 홀이 테라스 스위트까지 포함해 총 6개이니 홀당 회전율을 주 4회(토요일 일요일 오전, 오후)로 감안했을 때 산술적으로 월 매출 최대 30억원이 가능하다.
오붓한 공간 파티하듯 결혼식
더욱 중요한 점은 기본적으로 트렁크호텔에 있는 연회장 중에서 330㎡(100평)가 넘는 예식장이 없다는 것이다. 규모가 가장 큰 온덴(Onden)이 264㎡(80평), 채플은 99㎡(30평)로 상식적으로 예식이 가능할까 의심스러울 정도의 크기다. 전통적인 예식홀처럼 크고 럭셔리한 공간이 아닌 예쁘고 오붓한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예식을 즐길 수 있는 집 같은 공간에서 하기를 원하는 하우스웨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람들이 결혼의 형식보다는 파티를 찾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면적이 작아졌기 때문에 면적당 매출은 크게 올라가 22억5000만원의 매출을 발생시킨 웨딩홀 955㎡(289평)의 평당 매출이 780만원이 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연회장 사업은 기본적으로 접근성과 노출이 극도로 중요한 리테일 스토어와 달리 프라이빗할수록 사용자들이 좋아한다. 유동인구와 거의 상관이 없다는 점 때문에 건물의 어느 곳에 배치해도 된다. 그래서 웨딩이 쇼핑몰이나 백화점의 1층에 들어가는 판매점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인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트렁크호텔은 계단형으로 돼 있어 특이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 때문에 디자인이 멋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각 층에 배치된 모든 웨딩 연회장에 가든테라스를 붙이기 위해선 계단식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계단형 구조 역시 재무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상층부로 갈수록 면적 손실이 발생해 효율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기 쉽다.
트렁크호텔의 웨딩 비즈니스를 이야기하는 데 일본의 거시적인 웨딩 마켓 트렌드를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혼하는 커플 수가 줄어들어도 웨딩시장 전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통적인 웨딩홀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트렁크의 성적에 자신들도 놀랐는지, T&G는 동일한 브랜드로 내년에 도쿄 CBD에 1개소를 추가로 열 예정이고, 2028년까지 10개소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지원 <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리테일그룹 기획팀장 >
트렁크호텔을 소유한 회사는 T&G, 테이크앤드기브니즈(Take and Give Needs)라는 웨딩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던 1970년대 일본에서는 결혼 붐이 일었다. 연간 결혼 건수가 100만 쌍, 단순 비중으로 봤을 때 1000명당 10명으로 피크를 쳤다. 이후 매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더니 2017년에는 60만 쌍으로 1000명당 4.9명으로 줄어들었다. 인구 증가분까지 감안한다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작은 건물에 웨딩홀만 5개
이런 상황에서 웨딩 비즈니스라니. 누가 봐도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이 뻔한데 T&G는 선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일본 전역에 69개의 웨딩 시설을 직영하고 있고, 약 450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 5년간 3%에 가까운 연평균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시설 수도 크게 늘어나거나 줄지 않아 매출 효율을 효과적으로 관리한,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를 것 같은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웨딩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T&G의 웨딩 사업도 큰 틀에서 변화 없이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어 사업적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참에 기획한 프로젝트가 트렁크호텔이다.
단편적인 계산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 발표된 트렁크호텔의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연 매출 360억원(월 매출 약 30억원)을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웨딩홀 매출 비중이 75%로 2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나머지는 F&B와 상품판매 매출이다.
트렁크호텔의 하우스 웨딩이 만들어낸 평당 월 매출(평효율)은 800만원으로 추산된다. 협소한 공간에 매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압축해 넣은 백화점의 평균 평효율이 5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히 창조경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트렁크호텔 역시 전형적인 웨딩홀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인원수당 식대가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8년 기준 트렁크호텔에서 제공하는 인당 식대는 약 15만원으로, 우리나라 특1급 호텔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타 신부 드레스, 자릿세, 음향 및 조명, 사진 등 비용이 1000만원가량이니 100~200명 예식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2000만~4000만원이다. 가동할 수 있는 홀이 테라스 스위트까지 포함해 총 6개이니 홀당 회전율을 주 4회(토요일 일요일 오전, 오후)로 감안했을 때 산술적으로 월 매출 최대 30억원이 가능하다.
오붓한 공간 파티하듯 결혼식
더욱 중요한 점은 기본적으로 트렁크호텔에 있는 연회장 중에서 330㎡(100평)가 넘는 예식장이 없다는 것이다. 규모가 가장 큰 온덴(Onden)이 264㎡(80평), 채플은 99㎡(30평)로 상식적으로 예식이 가능할까 의심스러울 정도의 크기다. 전통적인 예식홀처럼 크고 럭셔리한 공간이 아닌 예쁘고 오붓한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예식을 즐길 수 있는 집 같은 공간에서 하기를 원하는 하우스웨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람들이 결혼의 형식보다는 파티를 찾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면적이 작아졌기 때문에 면적당 매출은 크게 올라가 22억5000만원의 매출을 발생시킨 웨딩홀 955㎡(289평)의 평당 매출이 780만원이 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연회장 사업은 기본적으로 접근성과 노출이 극도로 중요한 리테일 스토어와 달리 프라이빗할수록 사용자들이 좋아한다. 유동인구와 거의 상관이 없다는 점 때문에 건물의 어느 곳에 배치해도 된다. 그래서 웨딩이 쇼핑몰이나 백화점의 1층에 들어가는 판매점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인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트렁크호텔은 계단형으로 돼 있어 특이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 때문에 디자인이 멋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각 층에 배치된 모든 웨딩 연회장에 가든테라스를 붙이기 위해선 계단식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계단형 구조 역시 재무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상층부로 갈수록 면적 손실이 발생해 효율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기 쉽다.
트렁크호텔의 웨딩 비즈니스를 이야기하는 데 일본의 거시적인 웨딩 마켓 트렌드를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혼하는 커플 수가 줄어들어도 웨딩시장 전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통적인 웨딩홀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트렁크의 성적에 자신들도 놀랐는지, T&G는 동일한 브랜드로 내년에 도쿄 CBD에 1개소를 추가로 열 예정이고, 2028년까지 10개소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지원 <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리테일그룹 기획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