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반영 끝나 순이자마진 개선 전망…배당 확대로 저평가 매력 뽐낼 듯
은행업을 제조업처럼 가격 물량 비용으로 분석한다면, 가격은 순이자마진(NIM), 물량은 대출성장, 비용은 자산건전성과 관련된 충당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주요 변수를 고려해봤을 때 경기둔화와 각종 금융정책에서 비롯된 실적 둔화 요인에도 불구하고 올해 은행산업은 구조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경기가 둔화하고 중소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올해 은행 대출은 5%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가계대출은 분양 및 입주 물량 전망과 전세가격 추이를 봤을 때 올해까지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위주로 적정 규모의 성장이 가능하다.

기업대출은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제도 시행으로 인해 부동산임대업대출 증가세는 둔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지원과 경기민감업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에 접어든 만큼 일반 중소기업과 대기업 위주 대출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은행 원화대출금은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1.5%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은행업계 NIM은 전년 대비 0.02~0.03%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 국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1.8%, 2.0% 내외로 기준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작년에 이미 경기둔화를 선반영해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된 탓이다. 앞으로 시장금리로 인해 NIM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NIM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오는 7월부터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산출 방법이 바뀌면 대출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가산금리 감독, 2020년부터 시행될 신규 예대율 적용 등도 NIM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수익성 위주의 효율적인 자금 운용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가 인상돼 NIM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 올 1분기부터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반영돼 올 1분기 은행 평균 NIM은 0.01%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2016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저금리 환경과 자산시장 호황, 수출증가 및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 효과로 인해 은행 건전성은 전례 없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이후 높은 기저에 대한 부담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정책, 경기둔화로 자산건전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작년 하반기 국내외 금융주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실적을 결정짓는 세 번째 중요 요인인 자산건전성은 우려와 달리 올해 연착륙할 전망이다.

국내외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정책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또 2013년부터 바젤 III라는 새로운 은행 자본규제 체계가 도입되면서, 지난 몇 년간 국내 은행이 엄격한 리스크관리 정책을 펴면서 체질개선이 이뤄진 것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 작년 은행 업종 순이익은 10% 이상 증가했지만 주가는 19% 하락했다. 경기둔화로 NIM과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규제에 대한 실망감이 주요 배경이었다. 경기둔화 가능성을 의식한 비용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4분기 실적 기대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졌던 것도 부담 요인이었다.

올해 NIM과 건전성이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배당의 점진적 확대가 이어질 것까지 고려하면 현재 밸류에이션상 가치주 및 배당주로서의 은행주 매력은 여전하다.

한편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장기 성장 키워드는 비은행과 글로벌이다. 고령화와 자산축적, 기술충격에 따른 핀테크(금융기술) 혁신에 따라 실물경제 참여자들의 금융수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산관리와 IB 부문 강화를 위해서는 비은행과 은행 사이의 시너지가 필수적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를 은행 최선호주로 제시한다. 이들은 은행업종 가운데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본업인 국내 은행 부문 실적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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