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긴축 멈춘 Fed…통화정책 '뉴 노멀' 惡手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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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입 < 월스트리트저널 수석 경제평론가 >
미국 중앙은행(Fed)은 통화정책이 정상(normal)으로 돌아갔다고 믿고 있다. 만약 이게 정상이라면 경제 상황이 다시 ‘비정상’으로 바뀌었을 때 Fed가 쓸 카드가 너무 적다는 점을 우려해야 할 것이다.
2015년부터 Fed는 통화정책을 ‘정상화’해 왔다. 금리를 올렸고 금융위기 후 취약한 경제에 맞춰 늘려놓았던 보유채권 규모를 차츰 줄여갔다.
지난 20일 Fed는 이 과정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Fed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제시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은 없다. 내년에도 한 차례 인상에 그칠 전망이다. 그리고 올해 9월까지 보유자산 축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사적 선례 중 어느 것을 보더라도 지금 통화정책의 ‘정상’ 스탠스라는 것은 아주 극단적으로 경기부양적인 것에 해당한다. Fed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연 2.25~2.5%다.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연 0.25%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2006년 Fed가 긴축 사이클을 마무리할 때 실질금리가 연 2.75%였던 것이나 이전 사이클을 마무리할 때의 실질금리가 연 4%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게다가 Fed는 여전히 3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채권을 9월까지 보유할 예정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6년에 Fed가 보유한 자산 규모가 GDP의 6%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Fed는 지금까지 성취한 것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경제는 올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실업률은 3.8%로 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자연실업률(4.3%)을 밑돌고 있다. 그리고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올해 2%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런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확장적인 통화정책이 계속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인구 증가세 둔화와 투자 기회의 감소 등이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을 강하게 억누를 것이라는 뜻이다.
경제가 다시 휘청일 경우 Fed에는 대응할 만한 실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Fed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금리를 2%포인트 조금 넘게 떨어뜨리는 정도다. 이건 대부분 침체기에 요구됐던 인하 수준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시 채권 매입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지난번 불황 때 보유했던 것 이상으로 사들여야 할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면 그래도 미국은 운이 좋은 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연 -0.4~0.25%)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뜨린 뒤 한 번 올려보지도 못했다. 이달 초에 ECB는 유럽 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좀 더 긴 올해 말까지 계속 마이너스 수준에 묶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은행들을 위해 특별히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내용의 장기특정대출프로그램(TLTRO)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일본은행도 마찬가지 처지다. 마이너스 기준금리에서 조만간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최근까지는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Fed가 또 다른 불황이 닥쳐올 때 ‘뭘 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그저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일에 불과했다. 대규모 감세와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 덕분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거의 3%에 이르렀고 실업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식품·에너지 제외)은 Fed가 목표한 대로 2%를 달성했다. 2012년 이후 처음이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20일에도 여전히 견조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소매업 매출이나 투자 규모, 일자리 증가와 같은 최근 데이터가 하향세라는 점도 언급했다. FOMC 위원들의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지난 9월 2.5%에서 지금 2.1%로 떨어졌다. 근원물가상승률은 2% 아래로 후퇴했고 물가상승률 기대치는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10년 동안이나 확장적인 정책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목표치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우려하고 있다. 통상 Fed가 비둘기적인(통화 완화적인) 결정을 하면 증시는 상승한다. 하지만 이번 Fed 발표 뒤 증시는 아주 잠깐 올랐다가 도로 떨어졌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올 들어 최저수준인 연 2.53%까지 떨어졌다. 장단기 금리차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불황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번 경기 둔화가 침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Fed가 최근 시작한 2% 물가상승률 목표 체계 및 관련 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Fed는 다음번 불황기에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이르게 될 때 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투자정보 회사인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전략담당자는 “Fed가 매우 어려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물가상승률 목표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은 Fed가 물가상승률이 2% 아래로 떨어졌을 때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2% 미만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활황이어야 한다. 만약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너무 늦을 것이다.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원제=The Fed’s new ‘Normal’ looks worrisome
2015년부터 Fed는 통화정책을 ‘정상화’해 왔다. 금리를 올렸고 금융위기 후 취약한 경제에 맞춰 늘려놓았던 보유채권 규모를 차츰 줄여갔다.
지난 20일 Fed는 이 과정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Fed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제시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은 없다. 내년에도 한 차례 인상에 그칠 전망이다. 그리고 올해 9월까지 보유자산 축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사적 선례 중 어느 것을 보더라도 지금 통화정책의 ‘정상’ 스탠스라는 것은 아주 극단적으로 경기부양적인 것에 해당한다. Fed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연 2.25~2.5%다.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연 0.25%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2006년 Fed가 긴축 사이클을 마무리할 때 실질금리가 연 2.75%였던 것이나 이전 사이클을 마무리할 때의 실질금리가 연 4%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게다가 Fed는 여전히 3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채권을 9월까지 보유할 예정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6년에 Fed가 보유한 자산 규모가 GDP의 6%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Fed는 지금까지 성취한 것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경제는 올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실업률은 3.8%로 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자연실업률(4.3%)을 밑돌고 있다. 그리고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올해 2%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런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확장적인 통화정책이 계속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인구 증가세 둔화와 투자 기회의 감소 등이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을 강하게 억누를 것이라는 뜻이다.
경제가 다시 휘청일 경우 Fed에는 대응할 만한 실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Fed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금리를 2%포인트 조금 넘게 떨어뜨리는 정도다. 이건 대부분 침체기에 요구됐던 인하 수준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시 채권 매입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지난번 불황 때 보유했던 것 이상으로 사들여야 할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면 그래도 미국은 운이 좋은 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연 -0.4~0.25%)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뜨린 뒤 한 번 올려보지도 못했다. 이달 초에 ECB는 유럽 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좀 더 긴 올해 말까지 계속 마이너스 수준에 묶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은행들을 위해 특별히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내용의 장기특정대출프로그램(TLTRO)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일본은행도 마찬가지 처지다. 마이너스 기준금리에서 조만간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최근까지는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Fed가 또 다른 불황이 닥쳐올 때 ‘뭘 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그저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일에 불과했다. 대규모 감세와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 덕분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거의 3%에 이르렀고 실업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식품·에너지 제외)은 Fed가 목표한 대로 2%를 달성했다. 2012년 이후 처음이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20일에도 여전히 견조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소매업 매출이나 투자 규모, 일자리 증가와 같은 최근 데이터가 하향세라는 점도 언급했다. FOMC 위원들의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지난 9월 2.5%에서 지금 2.1%로 떨어졌다. 근원물가상승률은 2% 아래로 후퇴했고 물가상승률 기대치는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10년 동안이나 확장적인 정책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목표치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우려하고 있다. 통상 Fed가 비둘기적인(통화 완화적인) 결정을 하면 증시는 상승한다. 하지만 이번 Fed 발표 뒤 증시는 아주 잠깐 올랐다가 도로 떨어졌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올 들어 최저수준인 연 2.53%까지 떨어졌다. 장단기 금리차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불황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번 경기 둔화가 침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Fed가 최근 시작한 2% 물가상승률 목표 체계 및 관련 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Fed는 다음번 불황기에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이르게 될 때 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투자정보 회사인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전략담당자는 “Fed가 매우 어려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물가상승률 목표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은 Fed가 물가상승률이 2% 아래로 떨어졌을 때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2% 미만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활황이어야 한다. 만약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너무 늦을 것이다.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원제=The Fed’s new ‘Normal’ looks worris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