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도전과 결단…'100년 名家'엔 특별한 DNA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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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장수기업
기업의 생애주기도 사람과 비슷하다.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의 선을 그린다. 그러나 평균 수명은 인간보다 짧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캔지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2015년 기준으로 15년 정도다. 1975년 35년에서 줄었다. 최근엔 더 수명이 줄어 12년 6개월 정도다. 평균적으로 회사가 생기면 12년이 지나면 없어진다는 의미다. 그만큼 기업이 장수하기란 쉽지 않다.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일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0년 이상 기업은 세계에 총 7212개가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3937개(59%)가 일본에 있다. 100년 이상 장수기업만 봐도 일본이 가장 많다. 일본은 3만3069개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엔 8개 기업이 전부다. 두산(1896년 창업)을 시작으로 동화약품(1897년) 몽고식품(1905년) 광장(1911년) 보진재(1912년) 성창기업(1916년) 신한은행(옛 한성은행, 1897년) 우리은행(옛 상업은행, 1899년) 등 8곳이다. 100년에 약간 못 미치는 장수기업으로는 ‘성창기업’(1916년) ‘삼양사’(1924년) ‘유한양행’(1926년) 등을 꼽을 수 있다.
장수기업의 공통 DNA
장수기업들엔 공통점이 있다. 손동원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수기업의 세 가지 공통점에 대해 △한우물 경영 △짠돌이 경영 △보수(保守)경영 등을 꼽았다. 한 가지 사업에 집중하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짜며, 돌다리도 수없이 두드린 뒤 건넌다는 정신을 100년 안팎의 수명을 가진 기업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성창기업은 1916년 설립 후 줄곧 목재업에 집중했으며, 삼양사는 제당사업에 집중한 기업이다. 유한양행 역시 제약업이라는 한우물을 파며 장수해온 기업이다.
다만 이런 장수비결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 시대라고 손 교수는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등이 도래하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한우물만 파고 보수적으로 경영하라고 권유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국내 장수기업들은 변화에 적극 나서도 있다. 우리은행(한국의 최초 은행) 교보증권(한국의 최초 증권사) 유한양행(한국 최초의 서구적 제약기업) 롯데쇼핑(한국 최대 쇼핑회사) 등이 대표적이다.
120주년 우리은행 지주회사체제 새 출발
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은 우리은행의 전신은 대한천일은행이다. ‘화폐융통(貨幣融通)은 상무흥왕(商務興旺)의 본(本) : 금융 지원을 원활하게 하여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고종황제의 뜻에 따라 황실자금과 정부관료, 조선상인이 납입한 민족자본으로 탄생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1910년 이후 ‘조선상업은행’, 한국전쟁 땐 ‘한국상업은행(韓國商業銀行)’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우리은행의 또 다른 뿌리인 한일은행은 ‘조선신탁’과 ‘조선중앙무진’이 전신이다. 1960년 ‘한일은행(韓一銀行)’으로 개명됐다. 1999년 두 은행이 합병하면서 한빛은행으로 덩치가 커졌고 이후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을 자회사로 두며 지금의 우리금융이 만들어졌다.
이런 우리은행이 속한 우리금융그룹은 올초 지주회사체제로 새 출발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주회사 출범식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축과 글로벌 전략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수출하는 93년 역사 유한양행
한국 최초 서구적 제약기업인 유한양행은 1926년 서울 종로2가에서 유일한 박사가 설립했다. 80년 이상 사랑을 받아온 안티푸라민을 비롯해 50년 동안 국민영양제로 인기를 누려온 삐콤씨 등이 간판 제품이다. 유한양행은 공익법인이 대주주인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비영리단체가 지분 50%, 나머지는 기관투자가(41%)와 개인(9%)이 보유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만큼 유한양행에는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됐다. 지금도 유한양행 직원 가운데 유 박사의 친인척은 한 명도 없다.
이런 유한양행이 올해로 창립 93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얀센에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하면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달러를 받았고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통해서도 계약금 1500만달러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했다. 올해부터 기술수출한 신약 개발이 가시화되면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등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창립 70주년 교보증권 “최대 수익 목표”
한국 최초의 증권사인 교보증권은 1949년 11월 22일 대한증권으로 출범했다. 일제강점기 금익증권을 경영한 송대순을 비롯한 40여 명은 1947년 9월 한국증권구락부(클럽)를 만들어 증권시장 재건을 논의했다. 그 결과물로 1949년 대한증권이 탄생했다. 발기인 송대순이 초대 사장을 맡았고, 김도연 초대 재무장관의 결정으로 증권업 면허 1호를 취득했다. 증권거래소가 만들어진 건 대한증권 탄생 후 7년 뒤인 1956년이었다. 지금의 교보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건 1994년이다. 교보증권은 올해 창립 70주년의 경영목표를 ‘영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활용도 제고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로 정했다. 2019년 세부 목표는 영업이익 1000억원, 순이익 800억원이다. 이익 규모로 역대 최고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50년·100년 향해 달려가는 롯데쇼핑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인 롯데쇼핑도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헬스&뷰티스토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해 e커머스사업본부도 신설했다.
롯데백화점은 1979년 12월 ‘롯데쇼핑센터’라는 이름으로 서울 소공동에 문을 열었다. 롯데쇼핑의 출발이다. 1988년 본점을 크게 확장하고 2003년 본점의 영플라자를 개점, 2005년 에비뉴엘을 열었다. 지금은 국내 백화점 33개 및 아울렛 22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3개국에도 점포를 갖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오픈 40주년과 롯데쇼핑 40주년을 맞아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에 걸쳐 점포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상품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대대적인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일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0년 이상 기업은 세계에 총 7212개가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3937개(59%)가 일본에 있다. 100년 이상 장수기업만 봐도 일본이 가장 많다. 일본은 3만3069개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엔 8개 기업이 전부다. 두산(1896년 창업)을 시작으로 동화약품(1897년) 몽고식품(1905년) 광장(1911년) 보진재(1912년) 성창기업(1916년) 신한은행(옛 한성은행, 1897년) 우리은행(옛 상업은행, 1899년) 등 8곳이다. 100년에 약간 못 미치는 장수기업으로는 ‘성창기업’(1916년) ‘삼양사’(1924년) ‘유한양행’(1926년) 등을 꼽을 수 있다.
장수기업의 공통 DNA
장수기업들엔 공통점이 있다. 손동원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수기업의 세 가지 공통점에 대해 △한우물 경영 △짠돌이 경영 △보수(保守)경영 등을 꼽았다. 한 가지 사업에 집중하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짜며, 돌다리도 수없이 두드린 뒤 건넌다는 정신을 100년 안팎의 수명을 가진 기업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성창기업은 1916년 설립 후 줄곧 목재업에 집중했으며, 삼양사는 제당사업에 집중한 기업이다. 유한양행 역시 제약업이라는 한우물을 파며 장수해온 기업이다.
다만 이런 장수비결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 시대라고 손 교수는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등이 도래하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한우물만 파고 보수적으로 경영하라고 권유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국내 장수기업들은 변화에 적극 나서도 있다. 우리은행(한국의 최초 은행) 교보증권(한국의 최초 증권사) 유한양행(한국 최초의 서구적 제약기업) 롯데쇼핑(한국 최대 쇼핑회사) 등이 대표적이다.
120주년 우리은행 지주회사체제 새 출발
올해로 설립 120주년을 맞은 우리은행의 전신은 대한천일은행이다. ‘화폐융통(貨幣融通)은 상무흥왕(商務興旺)의 본(本) : 금융 지원을 원활하게 하여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고종황제의 뜻에 따라 황실자금과 정부관료, 조선상인이 납입한 민족자본으로 탄생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1910년 이후 ‘조선상업은행’, 한국전쟁 땐 ‘한국상업은행(韓國商業銀行)’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우리은행의 또 다른 뿌리인 한일은행은 ‘조선신탁’과 ‘조선중앙무진’이 전신이다. 1960년 ‘한일은행(韓一銀行)’으로 개명됐다. 1999년 두 은행이 합병하면서 한빛은행으로 덩치가 커졌고 이후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을 자회사로 두며 지금의 우리금융이 만들어졌다.
이런 우리은행이 속한 우리금융그룹은 올초 지주회사체제로 새 출발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주회사 출범식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축과 글로벌 전략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수출하는 93년 역사 유한양행
한국 최초 서구적 제약기업인 유한양행은 1926년 서울 종로2가에서 유일한 박사가 설립했다. 80년 이상 사랑을 받아온 안티푸라민을 비롯해 50년 동안 국민영양제로 인기를 누려온 삐콤씨 등이 간판 제품이다. 유한양행은 공익법인이 대주주인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비영리단체가 지분 50%, 나머지는 기관투자가(41%)와 개인(9%)이 보유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만큼 유한양행에는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됐다. 지금도 유한양행 직원 가운데 유 박사의 친인척은 한 명도 없다.
이런 유한양행이 올해로 창립 93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얀센에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하면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달러를 받았고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통해서도 계약금 1500만달러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했다. 올해부터 기술수출한 신약 개발이 가시화되면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등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창립 70주년 교보증권 “최대 수익 목표”
한국 최초의 증권사인 교보증권은 1949년 11월 22일 대한증권으로 출범했다. 일제강점기 금익증권을 경영한 송대순을 비롯한 40여 명은 1947년 9월 한국증권구락부(클럽)를 만들어 증권시장 재건을 논의했다. 그 결과물로 1949년 대한증권이 탄생했다. 발기인 송대순이 초대 사장을 맡았고, 김도연 초대 재무장관의 결정으로 증권업 면허 1호를 취득했다. 증권거래소가 만들어진 건 대한증권 탄생 후 7년 뒤인 1956년이었다. 지금의 교보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건 1994년이다. 교보증권은 올해 창립 70주년의 경영목표를 ‘영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활용도 제고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로 정했다. 2019년 세부 목표는 영업이익 1000억원, 순이익 800억원이다. 이익 규모로 역대 최고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50년·100년 향해 달려가는 롯데쇼핑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인 롯데쇼핑도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헬스&뷰티스토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해 e커머스사업본부도 신설했다.
롯데백화점은 1979년 12월 ‘롯데쇼핑센터’라는 이름으로 서울 소공동에 문을 열었다. 롯데쇼핑의 출발이다. 1988년 본점을 크게 확장하고 2003년 본점의 영플라자를 개점, 2005년 에비뉴엘을 열었다. 지금은 국내 백화점 33개 및 아울렛 22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3개국에도 점포를 갖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오픈 40주년과 롯데쇼핑 40주년을 맞아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에 걸쳐 점포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고 상품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대대적인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