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시대의 영상에서는 ‘B급 감성’이 잘 먹힌다. 감성에 A급, B급이 따로 있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영상 분야만 보면 유튜브 등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타깃층을 겨냥한 B급 감성 광고가 잘 먹히는 것 같다.

소재 자체가 B급이란 뜻이지 광고 영상의 완성도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비씨카드의 광고 ‘찍고 삽시다’ 편은 작곡가 겸 가수 털보이(Turboy)가 등장해 흥미로운 노래 한마당을 선사한다. 길이도 기존의 15초 광고를 넘어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이 광고는 B급 감성을 매력적인 방법으로 구체화시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광고 자체가 B급이라는 말이 아니라 B급 감성을 특별하게 표현한 A급 광고이기에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광고는 흔히 볼 수 있는 미국의 음악 전문 채널 MTV 스타일의 뮤직비디오 형태로 시작한다. 털보이는 물건을 사는 것과 삶을 사는 것이 힘들다고 중의적으로 하소연한다. 더 잘사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모델의 절규에 비씨카드 디지털 서비스(QR결제/#마이태그)가 친절한 해답이 된다. 누구나 앞선 디지털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광고의 골자다.

가수 털보이는 일찍이 ‘콩을 심어라’는 엉뚱한 노래를 들고나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 노래에서처럼 광고의 마지막 구절도 한 번 들으면 자꾸 흥얼거리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 털보이는 비씨카드 광고에서도 파격적인 의상과 몸짓으로 자신이 피처링한 노래를 선보였다. 광고는 시대를 관통하는 디지털 세상을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고 털보이라는 가수를 활용해 재미있게 풀어낸다.

털보이가 랩 스타일로 노래하는 광고 카피는 다음과 같다. “사는 게 힘들어요. 너무 어려워요. 더 잘사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결제는 편해야지 현금은 왜 충전해? 쿠폰은 왜 줘. 내겐 쓸모없는데”라고 먼저 하소연한다. 그리곤 “찍고 삽시다. QR결제로 찍고 삽시다. My Tag로. 간편한 결제 친절한 BC. 그래야 누구나 디지털 누릴 수 있어. 할인 적립에 결제까지 한 번에 해줘요 (BC!). 내게 딱 맞는 쿠폰까지 추천해줘요 (BC!). QR 결제는~ (BC). 쿠폰은 (BC My Tag). BC가 친절하게 챙겨줄게요. 디지타르르르르르르 라라.” 마지막 부분의 “디지타르르르르르르 라라”라는 후렴구는 수시로 반복해서 사용했다. 디지털을 ‘디지털’로 발음하지 않고 “디지타르르르르르르~라라”처럼 길게 늘여 부르며 재미있게 마무리했다.

이런 사회문화적 코드로 인해 이 광고는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QR결제로 찍고 사자는 비씨카드의 디지털 결제를 설명하는데서 털보이가 보여준 B급 감성은 매력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를 반복한 것도 사람들이 이 광고에 흠뻑 빠지게 했다. 광고 표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목하게 하는 힘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김병희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