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세계 경기의 둔화 우려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민감주보다는 현재의 사회구조에서 성장 가능한 기업들이 대안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8일 오전 10시9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92% 하락하고 있다. 앞서 미국 증시가 경기둔화 우려에 하락한 영향이다.

증시는 연초 가팔랐던 기술적 반등을 끝내고 경제성장률 둔화와 기업이익 추정치 하향조정 등의 걱정을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분위기가 바뀌기 위해서는 경기둔화 우려를 촉발시킨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의 차이가 벌여져야 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미 중앙은행의 대응이다. 과거 장단기 금리 역전에도 경기나 주가가 바로 꺾이지 않은 것은 미 중앙은행이 유연하게 대응한 결과란 판단이다.

이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가 일시적으로 역전되더라도 1990년대 후반처럼 미 중앙은행이 유연하게 대처하면 괜찮다"며 "'슈퍼 비둘기'로 변신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의장으로 인해 상황은 점점 더 닷컴버블 전야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저금리 환경에서 각광받는 구조적 성장주가 대안이 될 것으로 봤다. 구조적 성장산업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소비 형태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와 넥플릭스로 대변되는 '구독 경제'다.

신한금융투자도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FIRE)족'의 확산에서 대안을 찾았다. 파이어족은 40대 초반에 은퇴해 자유롭게 시간을 소비하는 게 목표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 중 고소득층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고액 연봉에 상응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원한다.

파이어족은 조기 은퇴를 위해 소득의 60~70%를 저축한다. 최대한 월세를 아낄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며, 자동차의 주행거리가 30만km를 넘어가도 바꿀 생각이 없다. 외부 활동은 가급적 자제하고 친구들도 안 만난다. 넷플릭스 아이디는 공동 구매한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파이어족 확산이 시사하는 바는 소비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라며 "이들은 현재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싸게 소비해 은퇴 후 시간 가치를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스트리밍은 시간을 싸고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 파이어족이 아니어도 시간을 싸게 소비하고자 하는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동안 소니와 닌텐도가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콘텐츠 기업들이 불황에서 승자가 될 유력 후보군"이라고 했다.
[초점] 파이어족 확산·경기둔화 우려 속 승자는 '콘텐츠'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