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쿤룬그룹에 데이팅 앱(응용프로그램) ‘그라인더(Grindr)’를 매각할 것을 명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라인더는 하루 380만 명가량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동성애자 데이팅 앱으로 본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다. 쿤룬그룹은 2016년 1월 9300만달러(약 1057억원)를 투자해 그라인더 지분 61.5%를 인수했다. 지난해 나머지 지분도 1억5200만달러에 사들였다. 그라인더는 쿤룬그룹 전체 매출의 13%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다. 작년 8월 쿤룬그룹은 그라인더의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그라인더가 불법적으로 확보한 위치·이용자 정보 등이 중국 정부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그라인더 이용자 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가면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미국 관리를 협박하고 중국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지원을 강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 개입한 적은 있지만, 이미 인수를 끝마친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과 중국은 28일 베이징에서 4차 고위급 무역협상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협상에서 관세 철폐 방식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 측의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한 뒤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겠다는 방침인 반면 중국은 일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협상이 올 6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