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량 공유 2위 기업인 리프트는 이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처음으로 21억6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의 매출과 9억1100만달러의 손실 등 재정 상황을 공개했다. 리프트 경영진은 회사가 흑자가 되기 위해선 많은 어려움을 겪고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되려 경고했다.

게다가 차등의결권으로 창업자가 IPO 후 5% 이하의 지분을 갖고도 49%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해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차등의결권을 채택하고 있지만 일반 주주에 대한 차별 논란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리프트의 주식을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고 있다. 투자 신청서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쌓이자 리프트는 27일(현지시간) 공모 희망가를 62~68달러에서 70~72달러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차량을 한 대도 생산하거나 보유하지 않고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기사와 승객을 연결하는 기업의 가치가 243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차량 공유가 자동차의 이용은 물론 판매와 구매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란 기대에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카풀에서 시작한 기업

리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로건 그린 CEO와 존 짐머 회장은 매일 아침 카풀해 출근한다. 출근길을 한 차로 이동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짐머 회장은 “회의에 가면 로건 없이도 그와 내 의견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다”며 카풀의 장점을 말하기도 했다.

리프트는 두 사람이 2007년 카풀을 연결하는 서비스 짐라이드를 창업한 뒤 2012년 렌터카업체 엔터프라이즈에 매각한 자금으로 창업한 회사다. 우버가 2009년 고급 자동차와 기사를 제공하는 서비스(지금의 ’우버 블랙‘)에서 출발한 것과 달리 리프트의 전신 격인 짐라이드는 카풀 연결 서비스다. 일반 차량 호출 서비스도 리프트가 우버보다 먼저 시작했다.

리프트는 ‘대부분 시간 동안 주차장에 서 있는 자동차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창업자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 가구당 차량 보유(보험 수리비 등은 포함, 주차비 제외) 비용은 연 평균 9500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95%의 시간 동안 주차장에 서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5%의 시간 동안만 실제로 운행된다는 의미다.

◆차랑 소유→ 공유 전환 가속

리프트는 “자동차 소유를 줄이겠다”는 핵심 비전을 분명히 했다. 리프트가 SEC에 제출한 IPO 보고서에 따르면 리프트 이용자의 35%가 차량을 소유하거나 장기 임대하지 않고 있다. 마켓워치는 “20세기의 차량 소유가 21세기엔 차량 공유로 대체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리프트의 실 이용자 수는 2016년초 350만명에서 지난해 186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리프트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은 3070만명으로, 전체 미국인의 10%에 달했다.

지난 분기에만 리프트를 이용한 차량 호출 건수는 지난 분기에만 1억7840만회에 달했다. 하루에 200만건의 차량 호출을 받은 셈이다. 누적 호출 건수가 실 이용자 수의 10배에 달하는 것은 한 번 이용하면 계속 반복해서 이용하고, 이같은 이용자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띤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대신 차량 공유 서비스로 갈아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동차 판매 감소로까지 직접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판매협회(NADA)는 미국 시장에서 올해 판매될 자동차가 지난해(1700만 대)보다 줄어든 168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시장분석업체 스태티스티카에 따르면 미국 차량 공유 시장 규모는 156억달러 규모로, 2016년 127억달러에 비해 대폭 늘었다. 세계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자의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0억명에 육박했다.

◆“자율주행으로 비용 절감”

리프트 경영진은 지난 18일부터 시작한 IPO 로드쇼에서 자율주행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리프트와 우버 등 차량공유 기업의 수익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리프트는 포드와 협력해 자율주행 차량이 리프트 앱과 연동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또 구글 스트리트뷰 담당 엔지니어링 디렉터 출신인 루크 빈센트를 영입해 300명 규모의 자율주행 기술팀을 운영하고 있다.

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차량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서비스가 시작되면 자동차 대신 차량을 이용하는 시간을 사고팔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제품 제조와 소비자 판매 방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차량 공유 기업들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차량을 운행하게 되는 패러다임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카풀부터 꽉 막혀

한국 차량공유 업체들은 규제와 택시 업계와의 갈등 속에서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우버가 택시 업계의 반발로 2015년 서비스를 중단한 뒤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10월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면서다. 택시기사들이 분신을 시도하고 일부는 사망에 이르렀다. 카카오모빌리티, 풀러스 등 카풀업체를 향한 고소고발전이 이어졌다.

지난 1월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정부와 여당,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열렸다. 대타협기구가 진행되는 와중에는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운영하는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가 고발당했다. 대타협기구는 카풀 서비스를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토요일·일요일·공휴일은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이 나온지 일주일 만에 풀러스, 위모빌리티, 위츠모빌리티 등 카풀 스타트업 3사는 합의안 재논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실상 대타협기구의 합의를 거부하고 이들은 24시간 카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도 “졸속합의를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심한데다 국내 규제 상황도 여의치 않자 국내 투자사도 해외 모빌리티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19일 현대·기아자동차는 인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에 3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앞서 동남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에는 2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차량공유 스타트업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리프트 상장은 지금이 모빌리티 시장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한국이 '꼴찌'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투자 흐름을 보면 현대차 등의 대기업들이 수천억원을 모빌리티에 투자하고 있는데 왜 한국 모빌리티 기업에만 안하고 있겠나”라며 “해외 모빌리티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기에도 부족한데 한국은 지지부진한 갈등 상태에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추가영/김남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