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관현악·아리아·클라리넷 선율…수채화 같은 무대에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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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한경필하모닉의 '2019 신춘음악회'
소프라노 박하나 풍부한 음색
레하르 아리아에 봄기운 담아
소프라노 박하나 풍부한 음색
레하르 아리아에 봄기운 담아
봄볕과 봄날 저녁을 느끼게 하는 성악곡, 재즈풍의 현대 기악곡, 그리고 베토벤 ‘운명 교향곡’. 마에스트로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창원시향 상임)은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쉽지 않은 숙제를 별것 아니라는 듯 능숙하게 풀어냈다. ‘운명 교향곡’을 가벼운 터치로 지휘해가며 봄 분위기에 맞게 조금은 수채화 식으로 그렸다. 객원지휘를 맡은 그는 자유분방한 모습부터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지휘법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창단 5주년을 맞은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한층 원숙해진 합주력으로 지휘자 의도에 한 치의 어김 없이 연주를 이어가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9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춘음악회’는 타이틀에 맞게 봄을 깨우는 활기찬 선율로 시작했다. 미하일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으로 러시아적 색채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봄 여행은 이탈리아, 한국, 헝가리로 이어졌다. 소프라노 박하나가 푸치니 오페라 ‘잔니스키키’에 나오는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이흥렬의 가곡 ‘꽃 구름 속에’, 레하르 오페레타 ‘주디타’의 아리아 ‘뜨거운 입맞춤 하는 내 입술’을 연이어 부르며 이 여행을 이끌었다. 박하나는 풍요로운 음색과 안정적인 발성, 여유롭고 부드러운 프레이징으로 호연을 펼쳤다. 레하르 아리아를 부를 땐 장미 꽃을 들고 노래하다 관객과 지휘자에게 선물해 공연장을 화사하게 만들었다.
1부 마지막 공연에서 관객들은 클라리넷의 색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클라리넷 연주자 채재일(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재즈 색채가 강한 안테 그레긴의 현대곡 ‘클라리넷 협주곡’을 한경필하모닉과 함께 선보였다. 작곡자 의도에 충실하게 클라리넷을 색소폰 같은 음색과 느낌으로 연주했고, 객석은 한국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은 신선한 매력에 환호했다. 미국 줄리아드음대를 나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객원수석, LA오페라 종신수석,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을 지낸 프로필만큼이나 뛰어난 기량의 소유자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식적인 선곡이긴 했지만 2부는 1부와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반전됐다. 김대진과 한경필하모닉은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연주에서 발산해냈다. 1, 2악장은 표준적인 음 길이와 전형적인 연주로 이어가면서도 조금은 밝은 톤으로 명도를 높이는 연주를 선보였다. 3, 4악장에 이르러선 신들린 듯 몰아치며 객석을 압도했다. 현악 파트는 일사불란하게 두터운 선율을 만들어내며 교향곡의 무게를 떠받치고, 관악은 울리듯 기운차게 소리를 뿜어냈다. 김대진의 능숙한 손길에 한경필하모닉의 젊은 패기와 열정이 결합해 승리의 환희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내며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머리칼을 하나도 염색하지 않아 완전한 백발인 지휘자의 모습은 검은색 턱시도, 특유의 격정적 지휘동작과 어울려 상당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가로 세로 1.5m 정도 되는 좁은 지휘대를 전후좌우 다 쓰면서 지휘봉 없이 손만으로 열정적으로 지휘했다. 단원 모두 혼연일체가 된 운명 교향곡을 들을 수 있었다.
한경필하모닉과 처음 호흡을 맞춘 김대진은 커튼콜 때 마이크를 잡고는 “한경필하모닉 단원들의 열정에 놀랐다”고 했다. 이어 “한국경제신문이 한경필하모닉을 통해 국내 음악계 발전에 헌신한다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이 젊은 악단이 더욱 성장해 국내는 물론 세계 정상에 서는 악단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지난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9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춘음악회’는 타이틀에 맞게 봄을 깨우는 활기찬 선율로 시작했다. 미하일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으로 러시아적 색채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봄 여행은 이탈리아, 한국, 헝가리로 이어졌다. 소프라노 박하나가 푸치니 오페라 ‘잔니스키키’에 나오는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이흥렬의 가곡 ‘꽃 구름 속에’, 레하르 오페레타 ‘주디타’의 아리아 ‘뜨거운 입맞춤 하는 내 입술’을 연이어 부르며 이 여행을 이끌었다. 박하나는 풍요로운 음색과 안정적인 발성, 여유롭고 부드러운 프레이징으로 호연을 펼쳤다. 레하르 아리아를 부를 땐 장미 꽃을 들고 노래하다 관객과 지휘자에게 선물해 공연장을 화사하게 만들었다.
1부 마지막 공연에서 관객들은 클라리넷의 색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클라리넷 연주자 채재일(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재즈 색채가 강한 안테 그레긴의 현대곡 ‘클라리넷 협주곡’을 한경필하모닉과 함께 선보였다. 작곡자 의도에 충실하게 클라리넷을 색소폰 같은 음색과 느낌으로 연주했고, 객석은 한국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은 신선한 매력에 환호했다. 미국 줄리아드음대를 나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객원수석, LA오페라 종신수석,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을 지낸 프로필만큼이나 뛰어난 기량의 소유자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식적인 선곡이긴 했지만 2부는 1부와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반전됐다. 김대진과 한경필하모닉은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연주에서 발산해냈다. 1, 2악장은 표준적인 음 길이와 전형적인 연주로 이어가면서도 조금은 밝은 톤으로 명도를 높이는 연주를 선보였다. 3, 4악장에 이르러선 신들린 듯 몰아치며 객석을 압도했다. 현악 파트는 일사불란하게 두터운 선율을 만들어내며 교향곡의 무게를 떠받치고, 관악은 울리듯 기운차게 소리를 뿜어냈다. 김대진의 능숙한 손길에 한경필하모닉의 젊은 패기와 열정이 결합해 승리의 환희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내며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머리칼을 하나도 염색하지 않아 완전한 백발인 지휘자의 모습은 검은색 턱시도, 특유의 격정적 지휘동작과 어울려 상당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가로 세로 1.5m 정도 되는 좁은 지휘대를 전후좌우 다 쓰면서 지휘봉 없이 손만으로 열정적으로 지휘했다. 단원 모두 혼연일체가 된 운명 교향곡을 들을 수 있었다.
한경필하모닉과 처음 호흡을 맞춘 김대진은 커튼콜 때 마이크를 잡고는 “한경필하모닉 단원들의 열정에 놀랐다”고 했다. 이어 “한국경제신문이 한경필하모닉을 통해 국내 음악계 발전에 헌신한다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이 젊은 악단이 더욱 성장해 국내는 물론 세계 정상에 서는 악단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