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 "1개월 단위 선택근로, 지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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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테스트 땐 수개월 초과근무하는데…
"사업주 형사처벌 속수무책
3~6개월 단위로 정산하거나
처벌 유예기간이라도 늘려야"
"사업주 형사처벌 속수무책
3~6개월 단위로 정산하거나
처벌 유예기간이라도 늘려야"
“며칠 뒤면 처벌 유예기간이 끝나는데 여전히 난감합니다. 우리 같은 업종에서는 사람을 더 뽑는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한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 임원은 주 52시간 근로제 관련 계도기간 종료가 31일로 다가오면서 “경영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정보기술(IT)기업은 직원 상당수가 법이 정한 근무시간을 초과해 사업주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임원은 ‘채용을 늘리면 간단히 해결되지 않느냐’는 일각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SI 업종에서는 특정 프로젝트를 맡아 꾸준히 관리해온 직원의 개인역량에 따라 결과물 수준이 천차만별일 때가 많다. 단순한 추가 채용으로 전문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SI업계 상위권인 A사가 최근 3년간 프로젝트별 근로시간을 분석한 내부 자료를 보면 계약금액 100억원 이상의 금융회사 프로젝트에서는 9개월간 월평균 81.6시간의 초과근로가 발생했다. 초과근로가 가장 적었던 프로젝트도 4개월간 월평균 58.1시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 관계자는 “테스트 기간 등 특정 시점에 초과근로가 몰리는 상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고객사의 IT시스템 운영을 대행하는 B사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24개월인 제조업체 전산 운영 프로젝트의 경우 24개월간 월평균 44.1시간의 초과근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B사 관계자는 “서버 다운 등 예측하기 힘든 운영상의 문제에 맞닥뜨리면 초과근무를 피할 수 없게 된다”며 “해당 시스템을 잘 아는 운영담당자 외에 다른 인원을 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단위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3~6개월로 확대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IT업체들이 채택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전체 단위기간 총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특정 기간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유연근무 방식이다.
또 다른 유연근무 방식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비교해 사전에 근무 일정을 짜지 않아도 되고 1주일 또는 하루 근로시간 제한도 없다. 납기 전후 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리는 업종에서 주로 도입했다. 하지만 근무시간을 정산하는 단위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 상당수 직원이 법정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SI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 디자인, 설계 등의 직무는 초과근무 발생 주기가 최소 6개월 단위로 변동한다”며 “현행 1개월 단위로는 속수무책으로 ‘법 위반’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IT업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관련 논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위기간 연장 관련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지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만이라도 연장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온다.
A사 관계자는 “기업에서 현실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시기까지는 처벌이 아닌, 계도 위주의 가이드라인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근로시간에 비례한 업무성과 측정이 어려운 IT산업 특성을 고려해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는 특정 산업 종사자에 한해 업무시간 배분 재량권을 주고, 성과를 평가해 보상하는 방식이다.
B사 관계자는 “일이 몰릴 때는 집중해 일하고 충분한 휴식과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IT업체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한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업체 임원은 주 52시간 근로제 관련 계도기간 종료가 31일로 다가오면서 “경영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정보기술(IT)기업은 직원 상당수가 법이 정한 근무시간을 초과해 사업주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임원은 ‘채용을 늘리면 간단히 해결되지 않느냐’는 일각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SI 업종에서는 특정 프로젝트를 맡아 꾸준히 관리해온 직원의 개인역량에 따라 결과물 수준이 천차만별일 때가 많다. 단순한 추가 채용으로 전문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SI업계 상위권인 A사가 최근 3년간 프로젝트별 근로시간을 분석한 내부 자료를 보면 계약금액 100억원 이상의 금융회사 프로젝트에서는 9개월간 월평균 81.6시간의 초과근로가 발생했다. 초과근로가 가장 적었던 프로젝트도 4개월간 월평균 58.1시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 관계자는 “테스트 기간 등 특정 시점에 초과근로가 몰리는 상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고객사의 IT시스템 운영을 대행하는 B사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24개월인 제조업체 전산 운영 프로젝트의 경우 24개월간 월평균 44.1시간의 초과근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B사 관계자는 “서버 다운 등 예측하기 힘든 운영상의 문제에 맞닥뜨리면 초과근무를 피할 수 없게 된다”며 “해당 시스템을 잘 아는 운영담당자 외에 다른 인원을 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단위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3~6개월로 확대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IT업체들이 채택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전체 단위기간 총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특정 기간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유연근무 방식이다.
또 다른 유연근무 방식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비교해 사전에 근무 일정을 짜지 않아도 되고 1주일 또는 하루 근로시간 제한도 없다. 납기 전후 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리는 업종에서 주로 도입했다. 하지만 근무시간을 정산하는 단위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 상당수 직원이 법정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SI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 디자인, 설계 등의 직무는 초과근무 발생 주기가 최소 6개월 단위로 변동한다”며 “현행 1개월 단위로는 속수무책으로 ‘법 위반’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IT업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관련 논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위기간 연장 관련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지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만이라도 연장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온다.
A사 관계자는 “기업에서 현실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시기까지는 처벌이 아닌, 계도 위주의 가이드라인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근로시간에 비례한 업무성과 측정이 어려운 IT산업 특성을 고려해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는 특정 산업 종사자에 한해 업무시간 배분 재량권을 주고, 성과를 평가해 보상하는 방식이다.
B사 관계자는 “일이 몰릴 때는 집중해 일하고 충분한 휴식과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IT업체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