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의 무리한 외환시장 개입이 심각한 금융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리라화 환율 안정을 위해 역외시장에서 리라화 대출을 제한하자 터키 금융시장은 27일(현지시간) 크게 요동쳤다. 리라화를 해외에서 차입할 때 적용되는 오버나이트 스와프 금리는 무려 연 1200%로 급등했고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가뜩이나 신흥국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터키발(發) 충격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리라화를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터키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웠다. 정부 개입으로 리라화 가치의 추가 급락은 막았지만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마비됐다. 터키의 이날 보르사이스탄불1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67% 급락했다. 2016년 7월 이후 하루 낙폭으론 최대였다. 국채 가격도 급락하면서 지난주 초 연 7%였던 달러화 표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장중 연 7.63%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버나이트 스와프 금리가 폭등한 것도 무리한 정부 개입 때문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을 몰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리라화 가치 폭락이 외국인의 매도 공세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고, 그 뒤 터키 은행감독청(BRSA)은 JP모간 등 해외 금융회사 조사에 들어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리한 시장 개입을 계속하는 데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터키 경제가 지난해부터 악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는 지난해 물가 및 환율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24%로 끌어올렸다. 이런 극약 처방에도 터키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1.6%(전 분기 대비), 4분기 -2.4%로 2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