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재구성 끝내고 북미 비핵화 요구 진의 파악한 듯
연속적 '굿 이너프 딜' 성사 위한 협의 주력할 것으로 관측
엇박자 우려 불식하고 한미 공조 강화 계기 될지도 주목
북미 의중 분석 마쳤나…문대통령, '포스트하노이' 중재역 시동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핵 담판 결렬로 고심이 깊던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미 간 중재역에 다시금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그간 물밑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존재하는 북미 간 견해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해온 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0∼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윤 수석은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양국의 공조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외교로 비핵화 교착 상태를 타결하고자 하는 것은 그간 진행된 모종의 '탐색전'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해 왔다.

비핵화 담판이 결렬된 배경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당장은 회담 내용을 '재구성'하고 북미의 진의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핫라인 가동을 비롯해 한미 간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해 왔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지난 6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의 공개적 접촉은 없었으나 판문점 연락 채널 등이 상시 가동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와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한 북측의 의중도 충분히 파악했을 확률이 높다.

문 대통령은 이런 과정으로 파악한 하노이 회담의 결렬 원인,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북미 간 견해차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나설 전망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두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양 정상은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평가, 전망을 공유하는 동시에 북한의 '궤도 이탈'을 막고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한미 정상간 대화를 통해 북미가 수긍할 수 있는 접점이 도출될 수 있느냐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단계적 접근론'과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론' 사이에 현격한 입장 차이가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자들을 만나 "일시에 완벽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은가"라고 말해 '빅딜'은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막는 동시에 '굿이너프딜'(충분히 괜찮은 딜)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유지해 '빅딜'에 이르는 카드를 꺼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포괄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게 하고 이런 바탕에서 '스몰딜'을 '굿이너프딜'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도 있다.

결국 문 대통령으로서는 '포괄적 합의와 그것의 단계적 이행' 원칙 등에 입각해 연속적인 '굿이너프딜' 등의 중재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끊이지 않고 나왔던 '한미 공조 엇박자'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불식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간 미국은 북한에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면서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같은 미국의 태도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상반된 것으로 비치면서 '한미 갈등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워싱턴 방문을 통해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접점'을 찾는다면 이후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확인하는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점쳐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관련 논의는 아직 이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면서도 "정부는 이른 시일 내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선택지로 거론되나 의전, 보도, 경호 등 준비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5·26 남북정상회담처럼 판문점에서 회담하는 시나리오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