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현지공동조사 보고서…"낙석 적지 않고 교각에는 균열"
"北 개성∼평양 고속도로 노후화·부실시공…대형사고 우려"
1992년 개통된 북한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가 노후화와 시공 불량으로 대형사고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남북도로공동조사단의 '2018년 경의선(개성∼평양) 현지조사 보고서'를 29일 국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공동조사단은 지난해 8월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 161㎞ 구간의 절토부(땅을 파내 만든 도로) 103곳과 교량 90개, 터널 18개, 진·출입시설 18곳(JCT 1곳, 인터체인지 16곳)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국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암반 지대를 깎아 도로를 낸 절토부 주변은 암반의 표면이 매우 불규칙하고 풍화 작용까지 겹쳐 대형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조사 당시 크고 작은 낙석이 발생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았으며, 바위가 떨어져 내려올 우려가 있는 곳도 33개소에 달했다.

조사대상 교량 90개는 표면에 전반적으로 균열이 발생하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시공 불량으로 철근이 노출된 거더(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가 다수 확인됐으며, 특히 사리원∼개성 구간의 시공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각과 교각 사이 상판에 힌지(경첩)를 넣어 교각 간 거리를 늘리는 공법을 사용한 게르버(Gerber) 구조 교각의 연결부는 과다한 균열이 발생해 중장비의 통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터널은 시공할 때 방수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내부 배수관도 막혀 습기가 많거나 누수가 발생했으며, 균열 등 노후화 정도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야간에만 사용하는 조명시설은 낡거나 파손돼 불을 켜더라도 밝기 기준에는 못 미쳤다.

터널 내 빛을 반사하는 시설도 미흡했고, 소화기를 비롯한 방재설비와 거리표기 등 부대시설은 없었다.

도로 포장층의 경우에는 두께가 겨울철 추위를 견디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출입시설은 구조가 기준에 못 미치거나 연결도로의 폭이 지나치게 좁아 사고의 위험이 컸으며 딱 한 곳뿐인 휴게소는 의자 등 휴게공간이 없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지난 2015년부터 개성∼평양 고속도로에서 녹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속도로변 양방향에 폭 20∼30m에 나무를 심는 사업으로, 현재는 수목의 밀도가 낮아 북측이 토지 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콩도 경작하고 있었다.

공동조사는 지난해 8월 13∼20일 남측 통일부 조성묘 단장 등 28명과 북측 국토환경보호성 김기철 단장 등 28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됐다.

분야별 5개 팀이 개성에서 평양 방향으로 이동하며 남북이 공동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북측이 지원한 차량 4대와 제재 면제를 받은 디지털 거리측정기 등 11종의 장비가 투입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향후 정밀조사를 한다면 계측 장비는 다시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북측에 정밀조사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현대화할지를 구체적으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공동조사는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으로, 이번 보고서는 고속도로 현대화 사업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