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골프 우승 랠리' 다음 주자는 최운정?
이번까지 순위표 맨 위에 태극기를 휘날리면 7개 대회 중 5승이다. 2015년 시즌 초반을 연상케 하는 ‘K골프 랠리’다. 그해 한국 선수들은 초반 기세를 이어나가 시즌 15승을 합작했고,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썼다. 마침 한국 기업이 후원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IA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이 무대다.

‘오렌지걸’ 최운정, 통산 2승 도전

최운정(29)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6558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를 버디만 7개 잡아내 7언더파 65타로 마쳤다. 2위 스테파니 메도(북아일랜드·5언더파)를 2타 차로 밀어낸 단독 선두다.

7언더파는 2009년 LPGA투어에 데뷔한 ‘오렌지 걸’ 최운정의 1라운드 최저타 기록이다. 최운정은 국산 골프공 브랜드 볼빅의 오렌지색 컬러볼을 오랫동안 써와 이런 별명이 붙었다.

최운정이 첫날부터 단독 선두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2015년 7월 마라톤클래식 때, 그는 첫날 2오버파로 부진한 출발을 했다가 후반 3개 라운드에서 타수를 크게 줄여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한 라운드 최저타는 2012년 6월 매뉴라이프 4라운드와 8월 캐나다오픈 2라운드의 8언더파다.

이날 최운정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평균 242야드로 하위권이다. 하지만 14회의 드라이버 샷 중 13번을 페어웨이에 올려 93%의 페어웨이 안착률을 기록했고, 18번의 어프로치 샷 중 17번을 그린 위로 올려놨다. 94%의 아이언 정확도다. 여기에 퍼팅(28개)까지 불이 붙었다.

최운정은 “좋은 기억이 많은 이 코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 샷이 잘 됐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퍼팅도 잘 떨어져 라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라운드에서도 퍼팅에 집중해 많은 버디를 잡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최운정의 캐디는 아버지 최지연 씨(60)다.

톱10에 5명…어게인 2015!

한국 선수들은 선두 최운정을 포함해 ‘톱10’에 5명이 포진해 있어 우승 확률이 높다. 박성현(26), 고진영(24), 박인비(31), 김세영(26) 등이 4언더파 공동 3위로 최운정을 3타 차로 쫓고 있다. 모두 멀티챔프들이라 ‘치고 올라와 우승하는 법’을 잘 안다.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HSBC월드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2승과 통산 7승이 목표다.

또 지난주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고진영도 2주 연속 우승에 한발 다가섰다. 지난주부터 퍼터를 바꿔 들고나온 박인비는 이번 대회가 ‘아홉수’를 넘어설 기회다. 박인비는 지난해 3월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에서 통산 19승을 올린 이후 1년째 19승 벽에 갇혔다. 김세영 역시 지난해 7월 손베리클래식에서 LPGA 사상 최다 기록인 31언더파로 통산 7승째를 올린 후 우승 소식이 없다.

누가 먼저 결승라인을 통과하든 K골프로선 4주 연속 우승이자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15승)을 기록한 ‘어게인 2015’를 기대할 만한 흐름이다. 2015년 한국 선수들은 개막전인 코츠골프챔피언십에서 최나연(32)이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김세영(퓨어실크바하마LPGA클래식), 양희영(혼다LPGA타일랜드), 박인비(HSBC위민스챔피언스), 김효주(JTBC파운더스컵) 등이 7개 대회에서 5개 대회를 휩쓸며 ‘K랠리’의 불을 뿜기 시작했다. 올해와 비슷한 열기다. 그해 박인비는 5승을 쓸어 담아 2013년(6승) 이후 2년 만에 한 시즌 최다승을 올리며 K랠리를 맨 앞에서 이끌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