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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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의 유모 형사는 이달 초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대마초의 은어인 ‘XXX’를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XXX를 판매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던 것. 어린 아이도 자주 쓸만한 단어여서 실수로 영상을 접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유 형사는 “유튜브에 마약 판매 영상이 올라온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구매자로 가장해 접근했는데 판매자가 앳된 10대 청소년이어서 한번 더 놀랐다”고 전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마약 판매에 가담하고 직접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이모군(19)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군과 함께 마약을 판매한 공범을 추적하는 중이다.
유튜브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로 검색하면 마약 판매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로 검색하면 마약 판매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 마약, 도박 등 범죄 홍보 영상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부 단속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29일 유튜브에서 관련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사제 총기 제조법, 마약·불법 복제품 판매 등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약류로 지정된 ‘해피벌룬(아산화질소)’ 체험 후기, 사이버 도박, 성매매 홍보 영상까지 유형도 다양했다. 범죄행위 광고는 게시 자체로 불법이다. 마약 판매 홍보 영상은 실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해피벌룬(아산화질소) 주입기 판매자가 올린 해피벌룬 제조 영상. 구매를 원하면 연락하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해피벌룬(아산화질소) 주입기 판매자가 올린 해피벌룬 제조 영상. 구매를 원하면 연락하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6일 수원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영빈)는 유튜브 등을 통해 필로폰 매수자를 모집해 판매한 이모씨(38)등 다섯 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유튜브 등에서 만난 매수자들에게 필로폰을 보내고, 대금은 모바일 상품권 구매가 가능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상계좌로 송금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월부터 7개월 간 이런 방식으로 이들 일당이 올린 필로폰 수익만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2017년 3월, 서울동부지검이 같은해 4월 각각 구속한 필로폰 유통업자도 유튜브 영상으로 마약 구매자를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역시 2017년 8월 유튜브에 필로폰 판매 영상을 올린 일당을 입건했다. 경찰은 최근 ‘버닝썬 게이트’로 수면 위에 떠오른 ‘물뽕(GHB)’도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통된 것으로 파악했다.
한 네티즌이 “사다리로 돈 벌게 해주겠다”며 유튜브에 올린 영상. 카카오톡 계정으로의 연락을 유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이 “사다리로 돈 벌게 해주겠다”며 유튜브에 올린 영상. 카카오톡 계정으로의 연락을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수요가 늘면서 범죄 조직에게 관련 영상을 제작해주는 전문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관은 “일반인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해 범죄 행위를 유도하는 전문 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며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보니 범죄 조직들이 이들 업체에 유튜브 영상 제작을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분업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다리타기·파워볼·스포츠토토 등에서 당첨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놓고, 카카오톡 계정을 첨부해 연락을 유도하는 식이다. 경찰은 “도박이 아닌 온라인 게임인 줄 알고 빠져드는 10대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유튜브 불법 영상이 정부 단속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해 불법 게시물을 삭제 또는 블라인드 처리하고 있지만 유튜브와 같은 해외 사이트의 경우 이 같은 협조 요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한다. 영상의 내용에 따라 관할 부처가 다른 점도 단속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불법영상이라도 화장품·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 불법복제 영상은 방심위가 담당하는 등 소관 부처가 저마다 달라 경찰 입장에서도 헷갈리기 일쑤”라며 “불법영상 단속이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