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오는 8월 고입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 학부모들이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재지정 대상인 서울 자사고 13곳은 마감 시한인 29일까지 서울교육청에 운영성과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교육청은 1주일 후인 내달 5일까지 기한을 연장한 뒤, 그래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따라 자체 평가를 강행할 예정이다. 평가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게 돼 교육현장에 적지 않은 혼란이 우려된다.

서울 자사고 13곳 모두 올해 재지정 평가 '보이콧'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2개 자사고 중 올해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서울에서는 올해 13곳, 내년 9곳이 평가 대상이다. 현행법에 따라 자사고는 5년마다 운영성과를 평가받고 재지정 기준선을 넘지 못하면 일반고로 전환된다. 교육청들은 이날까지 자사고로부터 운영성과 평가보고서를 받은 뒤 현장평가를 거쳐 6월 말께 최종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지역 22개 자사고 교장이 모인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이번 평가는 자사고 폐지로 답이 정해진 ‘나쁜 평가’”라고 주장하며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고 나섰다. 서울교육청은 이번 평가부터 자사고 지정 취소 하한선을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올리고 사회통합전형 충원율 등의 배점을 높이는 등 평가항목을 조정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보고서 없이 교육청 자체평가만으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에 참여한 자사고들도 교육청과의 갈등이 ‘현재 진행형’이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가 권고한 평가 기준(70점)보다 높은 80점을 기준점으로 적용했다. 전주 상산고는 보고서는 제출했지만 교육부 앞에서 학부모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평가에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평가에서 자사고가 대거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2014년 1기 평가 때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일부 자사고에 내린 지정 취소 처분을 황우여 당시 교육부 장관이 직권으로 취소했다. 이번 평가 때는 이 같은 ‘패자부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