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저출산 1위'…신도시급 아파트단지에 학생 모자라 통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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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라진 '인구절벽'
(下) 수도권도 '인구감소 쇼크' 가시화
(下) 수도권도 '인구감소 쇼크' 가시화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 양옆에 각기 다른 문패가 걸려 있었다. 오른쪽에 ‘해누리중학교’, 왼쪽에는 ‘해누리초등학교’였다. 학부모 손을 잡고 돌봄교실로 향하는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인중에 수염이 거뭇한 중학교 3학년생까지 제각각이었다. 29일 오전 찾아가본 초·중등 통합 해누리초·중이음학교의 등교 풍경이다.
서울 가락동 재건축 단지인 헬리오시티 내에 있는 이 학교는 지난 6일 개교했다. 통합학교는 전국적으로 약 100개가 있지만, 서울에 세워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서울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해 통합학교 설립을 결정했다. 교장이 한 명이다 보니 입학식을 초등학교는 오전, 중학교는 오후에 치러야 했다. 학교 건물을 절반씩 나눠 수업시간 종소리도 각기 다르게 설정돼 있다. 이상일 교장은 “서울에서까지 학교 간 통합을 할 정도로 인구가 줄고 있다는 건 섬뜩한 일”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쇼크’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일찍부터 인구 감소를 겪은 주요 지방도시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도 저출산 심화로 초비상이다. 서울에서마저 빈 교실이 늘고, 학교 간 통합이나 폐교까지 추진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저출산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인구절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학교 통합하고, 폐교하고
저출산 심화는 서울에서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6명으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낮았다. 경기(1.00명) 인천(1.01명)은 전국 평균(0.98명)보다 다소 높았지만 1명대를 위협받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그동안 농어촌 지역의 전유물이었던 통합학교가 지난해 인천 경연초·중을 시작으로 수도권에서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서울교육청은 해누리초·중에 이어 통합학교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내년 개교하는 강동구 강빛초·중학교(가칭)를 포함해 2023년까지 초·중, 중·고 통합학교를 세 개 더 짓기로 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서울에 초·중·고 통합학교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감소로 폐교하는 서울 학교도 나오게 됐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2월 강서구 염강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를 폐교하기로 했다. 학교 부지 개발이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첫 사례다. 공진중은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고, 2학년은 모두 전학 가 내년 졸업하는 3학년 47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염강초는 내년에 전교생이 인근 가양초와 염경초로 분산 배치된다.
쪼그라드는 아동·산부인과 병원
저출산 여파는 의료계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의 병원 풍경이 바뀌는 모습이다. 국내 첫 아동병원인 서울 용산 소화아동병원은 지난해 병원 건물을 매각한 뒤 임차해 쓰고 있다. 그동안 지하 2층~지상 6층을 썼지만 이제는 2개 층만 사용하고 있다. 이 병원의 상징이던 벽면을 메운 알록달록한 기린 그림도 지워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진 현 상황에서는 아동병원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산부인과도 타격이 크다. 국내 첫 산부인과병원인 서울 중구 제일병원은 지난 1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병원 분만실 문은 지난해 11월부터 꽉 닫혔고, 산모를 보살피고 아이를 받는 산부인과 교수는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난임, 부인암 등의 산부인과 교수들이 진료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2000년대 초반 8000여 건이던 병원 분만 건수가 2017년 절반 수준인 4202건으로 떨어지면서 경영난에 시달린 결과다.
출산장려금에 다자녀 채용 혜택 줘도…
저출산 심화에 따라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66개 시·군·구 중 인천 서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자체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부평구는 지난해 12월부터 기간제근로자 채용 시 다자녀 부모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총점의 5%, 4명 이상이면 10%, 5명 이상이면 15%를 가점으로 부여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2017년 4월 “지자체 채용에서 다자녀 가정 우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뒤 위원회에 관련 추진 내용이 보고된 첫 사례다.
임도원/이지현/구은서 기자 van7691@hankyung.com
서울 가락동 재건축 단지인 헬리오시티 내에 있는 이 학교는 지난 6일 개교했다. 통합학교는 전국적으로 약 100개가 있지만, 서울에 세워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서울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해 통합학교 설립을 결정했다. 교장이 한 명이다 보니 입학식을 초등학교는 오전, 중학교는 오후에 치러야 했다. 학교 건물을 절반씩 나눠 수업시간 종소리도 각기 다르게 설정돼 있다. 이상일 교장은 “서울에서까지 학교 간 통합을 할 정도로 인구가 줄고 있다는 건 섬뜩한 일”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쇼크’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일찍부터 인구 감소를 겪은 주요 지방도시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도 저출산 심화로 초비상이다. 서울에서마저 빈 교실이 늘고, 학교 간 통합이나 폐교까지 추진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저출산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인구절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학교 통합하고, 폐교하고
저출산 심화는 서울에서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6명으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낮았다. 경기(1.00명) 인천(1.01명)은 전국 평균(0.98명)보다 다소 높았지만 1명대를 위협받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그동안 농어촌 지역의 전유물이었던 통합학교가 지난해 인천 경연초·중을 시작으로 수도권에서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서울교육청은 해누리초·중에 이어 통합학교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내년 개교하는 강동구 강빛초·중학교(가칭)를 포함해 2023년까지 초·중, 중·고 통합학교를 세 개 더 짓기로 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서울에 초·중·고 통합학교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감소로 폐교하는 서울 학교도 나오게 됐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2월 강서구 염강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를 폐교하기로 했다. 학교 부지 개발이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첫 사례다. 공진중은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고, 2학년은 모두 전학 가 내년 졸업하는 3학년 47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염강초는 내년에 전교생이 인근 가양초와 염경초로 분산 배치된다.
쪼그라드는 아동·산부인과 병원
저출산 여파는 의료계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의 병원 풍경이 바뀌는 모습이다. 국내 첫 아동병원인 서울 용산 소화아동병원은 지난해 병원 건물을 매각한 뒤 임차해 쓰고 있다. 그동안 지하 2층~지상 6층을 썼지만 이제는 2개 층만 사용하고 있다. 이 병원의 상징이던 벽면을 메운 알록달록한 기린 그림도 지워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진 현 상황에서는 아동병원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산부인과도 타격이 크다. 국내 첫 산부인과병원인 서울 중구 제일병원은 지난 1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병원 분만실 문은 지난해 11월부터 꽉 닫혔고, 산모를 보살피고 아이를 받는 산부인과 교수는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난임, 부인암 등의 산부인과 교수들이 진료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2000년대 초반 8000여 건이던 병원 분만 건수가 2017년 절반 수준인 4202건으로 떨어지면서 경영난에 시달린 결과다.
출산장려금에 다자녀 채용 혜택 줘도…
저출산 심화에 따라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66개 시·군·구 중 인천 서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자체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부평구는 지난해 12월부터 기간제근로자 채용 시 다자녀 부모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총점의 5%, 4명 이상이면 10%, 5명 이상이면 15%를 가점으로 부여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2017년 4월 “지자체 채용에서 다자녀 가정 우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뒤 위원회에 관련 추진 내용이 보고된 첫 사례다.
임도원/이지현/구은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