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확 줄고, 재고 쌓이고…무너지는 제조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통계청 2월 산업활동 동향
올해 1월 반짝 상승한 생산 투자 소비지표가 지난달 일제히 다시 고꾸라졌다. 제조업 분야 모든 주력 업종에서 생산이 크게 줄었다. 소비마저 침체하면서 제품 출하가 안 되자 재고가 쌓이는 전형적인 불황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선행지수는 역대 최장인 9개월째 내림세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9% 감소했다. 2013년 3월(-2.1%) 후 5년11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제조업 생산은 감소폭이 -2.6%로 더 컸다. 통신·방송장비, 의약품 등 일부를 제외하고 자동차 반도체 운송장비 등 대부분 주력 업종 생산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제조업 출하 역시 전달에 비해 2.1% 감소했다. 재고는 전달보다 늘었다. 반도체 재고가 전월 대비 9.5%, 1년 전에 비해서는 10.8% 늘어 증가율이 높았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역대 최저 수준에 가깝게 떨어졌다. 71.2%로 전달에 비해 2.1%포인트 낮아졌다. 공장 가동률은 1980년대 초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60%대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 이에 근접한 것이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0.4% 감소해 2013년 11월(-11.0%) 후 5년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았던 소매판매액도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낙폭은 작년 9월(-1.7%) 후 가장 컸다. 문 대통령 "경제 견실한 흐름" 열흘 만에…2월 생산·투자·소비 '트리플 감소'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9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 투자 소비 지표가 일시 반등한 것을 인용하면서다. 하지만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 투자 소비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다시 추락했다. 특히 투자와 생산은 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 단기 부양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제조업을 다시 살릴 근본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산·투자 5년여 만에 최대 감소
지난달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9% 감소해 5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광공업(-2.6%) 건설업(-4.6%) 서비스업(-1.1%)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감소했다. 광공업 중에서는 제조업(-2.6%)뿐만 아니라 전기·가스업(-3.2%) 광업(-3.5%) 등도 줄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0.4% 줄어 5년3개월 만에 최대 감소했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도 4.6% 줄었다. 작년 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그동안 성장을 이끈 반도체 생산이 감소했고 자동차도 좋지 않아 제조업 전반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설 명절이 2월에 있었던 영향과 1월이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작년 12월 0.2% 감소했다가 올해 1월 0.1% 증가했지만 2월에 다시 줄었다. 소비가 줄어드니 제품 출하 역시 감소하고, 재고는 쌓이며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는 불황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들이 향후 수출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한 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까지 같이 나빠지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 자화자찬 끝나기 무섭게…
정부는 지난 1월 생산 투자 소비 지표가 모두 좋게 나오자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 1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각각 0.9%, 0.1%, 1.9% 늘어 3개월 만에 반짝 증가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이 지표를 언급하며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표현했다. 나흘 뒤 문 대통령의 발언도 이 지표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생산 투자 소비 지표가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서자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정부가 성급하게 긍정적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소매판매 등이 부진한 것은 설 연휴가 2월 초에 있어 음식료품을 1월에 선구매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했다.
하지만 명절이 낀 영향을 제외해도 현 상황이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올해 1·2월 설비투자지수 평균을 구해 작년 4분기 평균과 비교해보면 6.8% 감소했다. 산업생산지수 역시 0.6% 줄었고 소매판매액은 보합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해 11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2017년 12월(-0.5포인트)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요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로 나온 건 글로벌 경기 요인도 있겠으나 정부 정책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경 등 단기적인 경기 부양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정부가 대체 산업을 키우고 혁신을 촉진하는 등 장기적인 정책 수립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9% 감소했다. 2013년 3월(-2.1%) 후 5년11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제조업 생산은 감소폭이 -2.6%로 더 컸다. 통신·방송장비, 의약품 등 일부를 제외하고 자동차 반도체 운송장비 등 대부분 주력 업종 생산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제조업 출하 역시 전달에 비해 2.1% 감소했다. 재고는 전달보다 늘었다. 반도체 재고가 전월 대비 9.5%, 1년 전에 비해서는 10.8% 늘어 증가율이 높았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역대 최저 수준에 가깝게 떨어졌다. 71.2%로 전달에 비해 2.1%포인트 낮아졌다. 공장 가동률은 1980년대 초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60%대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 이에 근접한 것이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0.4% 감소해 2013년 11월(-11.0%) 후 5년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았던 소매판매액도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낙폭은 작년 9월(-1.7%) 후 가장 컸다. 문 대통령 "경제 견실한 흐름" 열흘 만에…2월 생산·투자·소비 '트리플 감소'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9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 투자 소비 지표가 일시 반등한 것을 인용하면서다. 하지만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 투자 소비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다시 추락했다. 특히 투자와 생산은 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 단기 부양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제조업을 다시 살릴 근본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산·투자 5년여 만에 최대 감소
지난달 산업생산지수는 전달보다 1.9% 감소해 5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광공업(-2.6%) 건설업(-4.6%) 서비스업(-1.1%)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감소했다. 광공업 중에서는 제조업(-2.6%)뿐만 아니라 전기·가스업(-3.2%) 광업(-3.5%) 등도 줄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0.4% 줄어 5년3개월 만에 최대 감소했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도 4.6% 줄었다. 작년 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그동안 성장을 이끈 반도체 생산이 감소했고 자동차도 좋지 않아 제조업 전반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설 명절이 2월에 있었던 영향과 1월이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작년 12월 0.2% 감소했다가 올해 1월 0.1% 증가했지만 2월에 다시 줄었다. 소비가 줄어드니 제품 출하 역시 감소하고, 재고는 쌓이며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는 불황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들이 향후 수출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한 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까지 같이 나빠지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 자화자찬 끝나기 무섭게…
정부는 지난 1월 생산 투자 소비 지표가 모두 좋게 나오자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 1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각각 0.9%, 0.1%, 1.9% 늘어 3개월 만에 반짝 증가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이 지표를 언급하며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표현했다. 나흘 뒤 문 대통령의 발언도 이 지표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생산 투자 소비 지표가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서자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정부가 성급하게 긍정적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소매판매 등이 부진한 것은 설 연휴가 2월 초에 있어 음식료품을 1월에 선구매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했다.
하지만 명절이 낀 영향을 제외해도 현 상황이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올해 1·2월 설비투자지수 평균을 구해 작년 4분기 평균과 비교해보면 6.8% 감소했다. 산업생산지수 역시 0.6% 줄었고 소매판매액은 보합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해 11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2017년 12월(-0.5포인트)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요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로 나온 건 글로벌 경기 요인도 있겠으나 정부 정책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경 등 단기적인 경기 부양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정부가 대체 산업을 키우고 혁신을 촉진하는 등 장기적인 정책 수립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