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상업, 레저 등 다기능 역세권 복합공간 개발,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역세권으로 확산
-더블, 트리플, KTX, SRT, GTX, 신분당선등을 비롯해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등으로 세분화


부동산 시장이 정부 정책 변수에 변화를 거듭하면서 불황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역세권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역세권 복합공간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사람이 모이고, 개발이 집중되는 역세권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적인 도시들은 이미 역세권 주변으로 개발을 거듭하면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미국 뉴욕을 비롯해, 일본 도쿄에서 역세권 수직 개발을 통해 사람이 모이는 도시 개발을 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폐쇄된 철도역과 주차장을 재개발해 대규모 고층 타워를 만드는 사업이다. 2025년까지 단계별로 고급 아파트와 쇼핑센터, 호텔 등 초대형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뉴욕을 대표하는 개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쿄 신주쿠역의 경우 2006년 역 남쪽 선로 상부에 인공데크를 설치하는 공사로 노후한 신주쿠역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로 인해 신주쿠역은 복합환승센터와 쇼핑거리 테라스시티 등이 들어서면서 연간 소매업 매출만 16조원(2016년 기준)에 이르는 성공적인 역세권 개발을 이루어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세권도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울역’, ‘용산역’, ‘수서역’, 수도권에서는 ‘광명역’, ‘삼송역’, ‘수원역’ 등이 있다. 이들은 기존 철도망에 최근 KTX, SRT, GTX, 신분당선 등 광역 고속철도망까지 더해져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들 역은 서울과 지방을 잇는 주요 기점역이자 종착역, 강북과 강남 도심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잇는 교통 결절점이 역할을 한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도심 직장인 거주지가 확산되고, 유동인구도 증가하면서 거점 역세권은 주거, 상업, 문화 기능을 하는 복합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역세권에 대한 생각도 점차 세분화되면서 달라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역세권으로 인식하는 거리도 가까워지고 있다. 역세권이 ‘도보 10분 이내’라는 응답이 2017년 41.4%에서 2018년 28.8%로 줄어들었고, ‘도보 7분 이내’라는 응답이 2017년 25.1%에서 2018년 29.7%로 늘었다. 역세권을 인식하는 거리가 ‘도보 7분 이내’라는 답변이 ‘도보 10분 이내’라는 답변을 추월한 것이다.

역세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역세권을 다루는 명칭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더블, 트리플, 쿼트러플 등으로 겹치는 철도 노선의 숫자로 구분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같은 지하철 노선 역세권이라도 급행 정차역을 구분해 나누기도 한다. KTX, SRT는 물론이고 아직 개발중인 GTX 노선도 초고속 광역 역세권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처럼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역과 가까운 아파트 단지도 역세권 효과를 보고 있다. 역세권은 호황기 때는 상승폭이 커지고 주변 시세를 이끈다. 반면 불황기에는 하향 경직성을 보이며 쉽게 떨어지지 않아 가격 보존이 유리하다.

우선, 대표적인 역세권 서울역과 인접한 아파트 단지 ‘서울역 리가’ 가격을 살펴보면 2012년 입주한 이 단지는 지난해 1월 8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던 전용 84㎡가 최근 2억원 오른 10억 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지만 서울역 역세권 효과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급격하게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용산역 주변도 마찬가지다. 오피스텔 ‘래미안 용산 더센트럴’ 전용 84㎡(O타입)의 경우 2014년 분양 당시 9억 8000여만원이었던 가격이 최근에는 14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경기권 대표적인 역세권으로 꼽히는 광명역 일대도 꾸준한 상승세다. 광명역 인근 ‘광명역 파크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8월 7억 7000만원에 실거래됐던 것이 최근에는 약 2억원 가까이 오른 9억 5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역에서 바로 단지로 연결되는 초역세권 단지들도 희소성이 더해져 가치가 더욱 상승하고 있다. 이들 초역세권 단지들은 초기 분양 때 외에는 기회가 많지 않지만, 부동산시장 조정기, 입주 시기 등을 잘 활용하면 의외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바로 연결되는 초역세권으로 인기를 끈 e편한세상신촌 4단지 전용 59㎡의 경우 지난해 1월 8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던 것이 현재 시세는 약 3억원 가까이 오른 12억원이다.

강남·북 도심을 잇는 수도권 초역세권 단지도 떠오르고 있다. 지하철 3호선에 신분당선 수혜지역인 삼송역세권에는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는 ‘힐스테이트 삼송역’이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1, 2번 출구와 바로 연결된 초역세권 단지로 서울 강북, 강남 도심 직장인들의 주거지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축, 구파발역 다음 연신내역에서 GTX-A(2023년 개통예정)를 갈아타면 삼성, 수서 뿐만 아니라 수도권 남부 지역으로 이동도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세계는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며, 도시는 교통 결절점을 중심으로 복합 개발된다. 도시는 대중교통지향형개발(TOD, Transport Oriented Development)이 대세다. 대중교통이 집결되는 지점에 주거, 상업, 레저 기능이 복합적으로 집적된 공간 수요는 앞으로도 더욱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 살면서 도시화율은 점점 높아지는데 도심 공간의 수평적 확산은 한계에 봉착했다. 교통중심지인 역세권을 중심으로 주거, 편의시설이 밀집돼 역세권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