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쏟아진 장관후보자들 놓고 고심…靑일각 "여론 눈감을 수 없어"
여당서도 '경고음', 일부 낙마 가능성 부상…靑 검증시스템 쇄신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이 숱한 의혹이 제기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고가건물 매입 논란 하루 만에 물러나면서 한고비 넘겼지만, 이젠 장관 후보자들을 임명할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7명의 장관 후보자 중 상당수가 크고 작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이들에 대한 비토 여론이 적지 않다는 데에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이들 전원을 부적격 대상으로 분류해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데다 진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자칫 민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 역시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해당 의혹 논란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의 판단이 어떤지 등을 종합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만으로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관계자는 "매번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마다 각종 의혹 제기가 있지 않았느냐"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는 실제로 문제가 적지 않은 후보자가 있기 때문에 7명 전원을 임명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기류도 읽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청문회가 끝났고 그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보고 있다"며 "국민 여론에 눈감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에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려가 있는' 후보자를 특정하지는 않아 청와대의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외유성 출장과 아들의 호화 유학 논란이 제기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부동산 투기와 자녀 편법 증여 의혹에 직면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이 우려의 대상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돈다.

최 후보자의 경우 부동산 투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터여서 국민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부동산 주무 수장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법적인 문제가 없었지만, 대출을 통해 고가건물을 매입한 논란에 휩싸였던 김의겸 대변인 사퇴의 파장이 최 후보자에게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조 후보자 역시 기존에 제기된 의혹 외에 해외의 '해적 학술단체'와 관련된 학회에 참석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확인돼 임명이 어렵다고 청와대가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남은 것은 문 대통령의 선택이다.

이번 개각을 마무리해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 속에 정치권 상황과 민심을 아우르는 '결심'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출국 일자인 내달 10일 이전에 임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문 절차를 진행했던 국회 해당 상임위가 31일 또는 다음 달 1일까지 청문보고서 채택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지정 기일까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할 수 있다.

물론 그사이 낙마자가 나올 수 있다.

임명 여부와 무관하게 청와대 검증시스템에 대한 논란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야당 공세는 논외로 하더라도 엄격한 검증의 칼날을 대지 못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후보자를 내세워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줬다는 측면에서 청와대 민정·인사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여지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