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연 "준비된 신인왕?…주변 분들 과분한 기대, 성적으로 보답할게요"
“주변의 기대처럼 성적을 내서 그분들의 예상이 맞았단 걸 증명하는 게 보답하는 것 아닐까요.”

2019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슈퍼루키’ 조아연(19·사진)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동료 선수들이 신인왕 후보 1순위로 지목하는 조아연은 스타의 자질을 거의 모두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거만하지 않으면서도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이 묻어나는 인터뷰, 26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 항상 웃는 얼굴,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결과물을 내는 ‘클러치 능력’까지 고루 갖췄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신인이라면 당연히 신인왕, 그리고 전 대회 커트 통과가 목표”라고 말했다.

조아연의 포부가 터무니없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가 준비된 신인이어서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에 뽑혔고 장타와 함께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아이언 샷까지 지녀 유망주로 불렸다. 지난해 긴장한 탓인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는 탈락했다. 그리고 대신 참가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지난해 초청으로 출전한 KLPGA투어 7개 대회에서 커트 탈락 한 번 없이 ‘톱10’에 두 번 들었다. 같은 해 11월 전남 무안에서 끝난 KLPGA투어 시드순위전 본선 최종 라운드에서 13언더파로 1위를 차지하며 수석에 올랐다. 당시 긴장한 탓에 어깨에 담을 호소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나 국가대표 동료인 임희정(19) 등을 무려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조아연은 “선발전에 탈락했을 때만 해도 실망이 컸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게 시드전 우승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이 자신감을 이어가 올해는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커트를 통과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조아연의 ‘악바리’ 근성은 평소 연습 루틴에서도 나온다. 개수나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연습이 아니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연습장을 떠나지 않는다. 예컨대 그는 퍼팅 연습을 마무리할 때 티 8개를 홀 주변에 원 모양으로 꽂아 놓고 연속으로 모두 맞힐 때까지 스트로크를 반복한다.

“올해 겨울에는 쇼트 퍼트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2m 위주로 연습했어요. 티를 연속으로 6개까지 맞히면 7번째부턴 긴장감이 생기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해요. 8번째 마지막 티를 앞두곤 실제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비슷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조아연은 4일 개막하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국내 무대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챔피언십에선 6위를 기록한 그다. 이번 대회는 강한 바람으로 유명한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리는 만큼 그의 실력을 제대로 가늠할 기회다.

“아마추어 대회보다 갤러리가 많은 프로 대회가 더 신난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한 그는 “언니들이 (시드전이 열린) 무안의 바람은 바람도 아니라고 했다. 잘 준비해서 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올해 (임)희정이와 (이)가영이 언니 등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