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1000일 허송세월한 英정치권…'Brexsick' 된 Bre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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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못 찾는 브렉시트
세 번째 합의안 하원서 또 퇴짜
반복되는 투표에 英국민 싫증
4월1일 두번째 '의향투표' 실시
5월22일 합의 탈퇴 가능성 여전
세 번째 합의안 하원서 또 퇴짜
반복되는 투표에 英국민 싫증
4월1일 두번째 '의향투표' 실시
5월22일 합의 탈퇴 가능성 여전
“이번주가 훨씬 끔찍한 주가 될 것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31일 ‘대혼돈의 길을 간다’는 기사를 통해 이렇게 전망했다. 4월 1일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해법을 놓고 두 번째 ‘끝장 투표’를 하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에서 세 번이나 내리 퇴짜를 맞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기사회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3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브렉시트 방법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 발상지인 영국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와 ‘불임 의회’의 결정판을 보여주고 있다는 조롱을 듣고 있다.
영국은 3월 29일로 정했던 브렉시트 날짜를 ‘결정 장애’ 탓에 4월 12일 이후로 한 차례 미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또다시 연기할지,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과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로 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브렉시트로 인한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또다시 연기되나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현재 상황을 “브렉시트 대혼란(Brexit fiasco)”으로 묘사했다. 메이 총리가 내놓은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브렉시트 찬반 대립만 커지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일간 더선은 영국이 브렉시트 통증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 ‘brexsick(brexit+sick)’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하원 의원들이 끔찍하고 파괴적인 혼란을 가중시키는 투표를 한 뒤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면 견디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브렉시트 자살’을 뜻하는 ‘brexcide(brexit+suicide)’ 같은 신조어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정부와 하원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브렉시트 정국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영국 하원은 1일 브렉시트 해법을 도출하는 ‘의향투표’를 또 하기로 했다. 영국 의회는 3월 27일 8가지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1차 의향투표를 했다. 하지만 8개 중 어떤 방안도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2차 투표 결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1차 의향투표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방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 안건은 1차 의향투표에선 8표 차이(찬성 264표, 반대 272표)로 부결됐었다.
더타임스는 “1차 투표에서 관세동맹에 반대하던 의원들이 찬성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영국 정부가 관세동맹 잔류 방안을 토대로 EU와 재협상에 나서게 되고 브렉시트 날짜는 자연스레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어 영국 의회가 5월 23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결정하면 브렉시트가 늦춰질 확률은 더 높아진다.
조기 총선, 국민투표 가능성은
영국 정부와 EU의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두 차례 부결되면서 브렉시트 시행을 4월 12일 이후로 늦춰놨다. 이 날짜가 더 연기된다면 조기 총선이나 제2 국민투표가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조기 총선을 꾸준히 요구했지만 메이 총리는 반대해 왔다.
하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메이 총리는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세 번째로 부결된 3월 29일 “하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질서 있는 브렉시트를 위한 자신의 합의안이 현재 하원 구조에서 통과되기 힘든 만큼 변화를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650명인 하원 의원 중 보수당 의원은 과반에 못 미치는 314명이다. 하원 의장과 부의장, 영국 의회에 불참하는 북아일랜드 신페인당을 제외한 639명 중 과반이 되려면 32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보수당은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DUP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제2 국민투표 가능성도 있다. 정권 교체와 의원 당락이 걸린 총선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덜한 만큼 교착 상태인 브렉시트 정국을 타개할 카드이기 때문이다. 더타임스는 “다음주까지 브렉시트와 관련한 뚜렷한 합의사항이 없으면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행을 연기하기 위해 제2 국민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메이 총리는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려는 노력도 계속할 전망이다. 브랜던 루이스 보수당 의장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날짜인 4월 12일이 다가옴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브렉시트 합의안을 네 번째로 하원 표결에 부칠 가능성을 시사했다.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의회에서 세 차례 부결됐지만 표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1월 15일 첫 번째 투표에선 230표 차이(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됐고 3월 12일 제2 승인투표에선 149표 차이(찬성 242표, 반대 391표)였다. 3월 29일 3차 투표에선 58표 차이(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격차가 좁혀졌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도 여전
아무런 합의 없이 그냥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는 가운데 하원 스스로 브렉시트 대안을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다. 하원이 영국의 유럽 의회 참가에 반대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영국 정부가 하원의 표결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하원의 표결 내용은 정부의 정치적 압박 수단은 될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EU가 노딜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3월 29일 하원에서 세 번째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자 “노딜 브렉시트는 이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가 됐다”고 했다. 이어 “EU는 2017년 12월부터 이에 대해 준비해 왔으며 4월 12일 밤 12시를 기해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대비한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고 강조했다. EU는 4월 10일 EU 정상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연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31일 ‘대혼돈의 길을 간다’는 기사를 통해 이렇게 전망했다. 4월 1일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해법을 놓고 두 번째 ‘끝장 투표’를 하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에서 세 번이나 내리 퇴짜를 맞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기사회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3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브렉시트 방법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 발상지인 영국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와 ‘불임 의회’의 결정판을 보여주고 있다는 조롱을 듣고 있다.
영국은 3월 29일로 정했던 브렉시트 날짜를 ‘결정 장애’ 탓에 4월 12일 이후로 한 차례 미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또다시 연기할지,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과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로 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브렉시트로 인한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또다시 연기되나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현재 상황을 “브렉시트 대혼란(Brexit fiasco)”으로 묘사했다. 메이 총리가 내놓은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브렉시트 찬반 대립만 커지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일간 더선은 영국이 브렉시트 통증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 ‘brexsick(brexit+sick)’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하원 의원들이 끔찍하고 파괴적인 혼란을 가중시키는 투표를 한 뒤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면 견디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브렉시트 자살’을 뜻하는 ‘brexcide(brexit+suicide)’ 같은 신조어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정부와 하원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브렉시트 정국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영국 하원은 1일 브렉시트 해법을 도출하는 ‘의향투표’를 또 하기로 했다. 영국 의회는 3월 27일 8가지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1차 의향투표를 했다. 하지만 8개 중 어떤 방안도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2차 투표 결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1차 의향투표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방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 안건은 1차 의향투표에선 8표 차이(찬성 264표, 반대 272표)로 부결됐었다.
더타임스는 “1차 투표에서 관세동맹에 반대하던 의원들이 찬성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영국 정부가 관세동맹 잔류 방안을 토대로 EU와 재협상에 나서게 되고 브렉시트 날짜는 자연스레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어 영국 의회가 5월 23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결정하면 브렉시트가 늦춰질 확률은 더 높아진다.
조기 총선, 국민투표 가능성은
영국 정부와 EU의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두 차례 부결되면서 브렉시트 시행을 4월 12일 이후로 늦춰놨다. 이 날짜가 더 연기된다면 조기 총선이나 제2 국민투표가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조기 총선을 꾸준히 요구했지만 메이 총리는 반대해 왔다.
하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메이 총리는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세 번째로 부결된 3월 29일 “하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질서 있는 브렉시트를 위한 자신의 합의안이 현재 하원 구조에서 통과되기 힘든 만큼 변화를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650명인 하원 의원 중 보수당 의원은 과반에 못 미치는 314명이다. 하원 의장과 부의장, 영국 의회에 불참하는 북아일랜드 신페인당을 제외한 639명 중 과반이 되려면 32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보수당은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DUP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제2 국민투표 가능성도 있다. 정권 교체와 의원 당락이 걸린 총선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덜한 만큼 교착 상태인 브렉시트 정국을 타개할 카드이기 때문이다. 더타임스는 “다음주까지 브렉시트와 관련한 뚜렷한 합의사항이 없으면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행을 연기하기 위해 제2 국민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메이 총리는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려는 노력도 계속할 전망이다. 브랜던 루이스 보수당 의장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날짜인 4월 12일이 다가옴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브렉시트 합의안을 네 번째로 하원 표결에 부칠 가능성을 시사했다.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의회에서 세 차례 부결됐지만 표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1월 15일 첫 번째 투표에선 230표 차이(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됐고 3월 12일 제2 승인투표에선 149표 차이(찬성 242표, 반대 391표)였다. 3월 29일 3차 투표에선 58표 차이(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격차가 좁혀졌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도 여전
아무런 합의 없이 그냥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는 가운데 하원 스스로 브렉시트 대안을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다. 하원이 영국의 유럽 의회 참가에 반대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영국 정부가 하원의 표결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하원의 표결 내용은 정부의 정치적 압박 수단은 될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EU가 노딜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3월 29일 하원에서 세 번째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자 “노딜 브렉시트는 이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가 됐다”고 했다. 이어 “EU는 2017년 12월부터 이에 대해 준비해 왔으며 4월 12일 밤 12시를 기해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대비한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고 강조했다. EU는 4월 10일 EU 정상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연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