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는 적폐"…왜곡된 정부 시각이 시장도 인사도 망쳤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메랑 된 '부동산=투기'
자영업 위기·소득 양극화…모두 부동산 투자자 탓
건물주·다주택자 '단죄' 분위기에 김의겸·최정호도 걸려
불법투기 막아야지만…정상적 투자까지 징벌해선 안돼
자영업 위기·소득 양극화…모두 부동산 투자자 탓
건물주·다주택자 '단죄' 분위기에 김의겸·최정호도 걸려
불법투기 막아야지만…정상적 투자까지 징벌해선 안돼
문재인 정부는 임기 2년차에 접어들자마자 난데없이 ‘상가 보증금·임대료’ 문제를 들고나왔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충격이 영세 자영업자로 몰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화살을 건물주에게 돌린 것이다. 여당도 “최저임금 인상 문제의 본질은 사실 불공정 계약과 과도한 임대료 인상에 있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소득 양극화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벌어졌을 때도 정부·여당 관계자들은 “과거 정부의 부동산 폭등 정책과 부동산 투기자들이 합세해 소득 양극화를 촉발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작년 ‘9·13 부동산 대책’에는 이 같은 시각을 반영해 다주택자에 대한 ‘단죄’ 조항들이 가득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저에는 상가 건물주와 다주택자, 재건축 투자자 등이 경제·사회 문제의 주범이자 ‘절대 악(惡)’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물론 편법이나 불법을 동원한 투기적인 수요는 정부가 앞장서 차단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투자까지 단지 다주택을 보유했다는 등의 이유로 적폐처럼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일각에선 ‘모든 문제는 부동산 투자자 탓’이라는 뜻의 “기승전…부동산 투자”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연이어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정부가 가장 죄악시하는 ‘건물주’와 ‘다주택자’였다. ‘부의 축적’을 죄악시해온 정부의 뒤틀린 시각이 징벌적 부동산세금 등 정책 왜곡을 낳았고, 급기야 ‘인사 참사’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못된 시각이 낳은 왜곡된 정책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다주택자와 재건축 투자자를 줄곧 ‘적폐 대상’으로 규정했다. 부동산 정책의 총대를 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최근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가 아닌 부동산 투기 세력 때문”이라며 다주택자를 직접 겨냥했다. 청와대 참모들과 정책 브레인들은 “가진 자들은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불로소득이 발생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벌려고 하겠는가”(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일부 특권층들은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증대시켰다”(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며 정부에 전의를 촉구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정책은 규제 일변도로 흘렀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양도세율을 인상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없앴다. ‘거래 절벽’이 가팔라지자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부동산정책 분야 한 대학 교수는 “정부가 양도세를 풀고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주든지, 1주택자에 대한 대출, 청약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정책을 보면 오로지 다주택자들 때려잡겠다는 의지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 장기보유자와 단기투자자 등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투기라고 정형화시켰다”며 “부동산 정책이 징벌적 요소를 갖다 보니 수단이 투박하고 급진적이니 경제에 여러 부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은 내친김에 ‘토지공개념’까지 꺼내들었다.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가 “토지세를 높여 가진 자들이 땅을 팔도록 하고 이를 국가가 사들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을 지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부동산 투자를 죄악시…정부 자충수
부의 축적을 죄악으로 보는 시각이 왜곡된 정책을 낳고, 인사 참사로까지 이어진 것은 현 집권세력이 야당일 때부터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1993년 재산공개, 2000년 고위공무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한동안 고위공직자와 장관 후보자들을 가장 괴롭혔던 사안은 위장전입과 병역 기피, 탈세 의혹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갈아탄 현 민주당은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정상적인 투자조차 ‘투기 의혹’으로 내몰려 고위공직자의 최대 결격 사유로 떠올랐고 위장전입, 탈세 의혹 등은 명백한 불법행위임에도 오히려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10여 명의 장관 후보자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공격한 부동산 문제에 발목이 잡혀 낙마했다. 정치권의 공수 교대가 이뤄진 지금에 와선 거꾸로 민주당 정부가 부메랑을 맞는 모습이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
소득 양극화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벌어졌을 때도 정부·여당 관계자들은 “과거 정부의 부동산 폭등 정책과 부동산 투기자들이 합세해 소득 양극화를 촉발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작년 ‘9·13 부동산 대책’에는 이 같은 시각을 반영해 다주택자에 대한 ‘단죄’ 조항들이 가득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저에는 상가 건물주와 다주택자, 재건축 투자자 등이 경제·사회 문제의 주범이자 ‘절대 악(惡)’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물론 편법이나 불법을 동원한 투기적인 수요는 정부가 앞장서 차단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투자까지 단지 다주택을 보유했다는 등의 이유로 적폐처럼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일각에선 ‘모든 문제는 부동산 투자자 탓’이라는 뜻의 “기승전…부동산 투자”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연이어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정부가 가장 죄악시하는 ‘건물주’와 ‘다주택자’였다. ‘부의 축적’을 죄악시해온 정부의 뒤틀린 시각이 징벌적 부동산세금 등 정책 왜곡을 낳았고, 급기야 ‘인사 참사’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못된 시각이 낳은 왜곡된 정책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다주택자와 재건축 투자자를 줄곧 ‘적폐 대상’으로 규정했다. 부동산 정책의 총대를 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최근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가 아닌 부동산 투기 세력 때문”이라며 다주택자를 직접 겨냥했다. 청와대 참모들과 정책 브레인들은 “가진 자들은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불로소득이 발생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벌려고 하겠는가”(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일부 특권층들은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증대시켰다”(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며 정부에 전의를 촉구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정책은 규제 일변도로 흘렀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양도세율을 인상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없앴다. ‘거래 절벽’이 가팔라지자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부동산정책 분야 한 대학 교수는 “정부가 양도세를 풀고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주든지, 1주택자에 대한 대출, 청약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정책을 보면 오로지 다주택자들 때려잡겠다는 의지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 장기보유자와 단기투자자 등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투기라고 정형화시켰다”며 “부동산 정책이 징벌적 요소를 갖다 보니 수단이 투박하고 급진적이니 경제에 여러 부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은 내친김에 ‘토지공개념’까지 꺼내들었다.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가 “토지세를 높여 가진 자들이 땅을 팔도록 하고 이를 국가가 사들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을 지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부동산 투자를 죄악시…정부 자충수
부의 축적을 죄악으로 보는 시각이 왜곡된 정책을 낳고, 인사 참사로까지 이어진 것은 현 집권세력이 야당일 때부터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1993년 재산공개, 2000년 고위공무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한동안 고위공직자와 장관 후보자들을 가장 괴롭혔던 사안은 위장전입과 병역 기피, 탈세 의혹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갈아탄 현 민주당은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정상적인 투자조차 ‘투기 의혹’으로 내몰려 고위공직자의 최대 결격 사유로 떠올랐고 위장전입, 탈세 의혹 등은 명백한 불법행위임에도 오히려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10여 명의 장관 후보자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공격한 부동산 문제에 발목이 잡혀 낙마했다. 정치권의 공수 교대가 이뤄진 지금에 와선 거꾸로 민주당 정부가 부메랑을 맞는 모습이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