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지급연령 만 5세에서 만 7세로 확대’(여성가족부), ‘첫째 출산장려금 300만원으로 상향’(경기 양평군), ‘셋째부터 2000만원씩 지원’(전남 진도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가릴 것 없이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현금 살포’ 정책을 앞다퉈 내놨지만 성과는 민망함을 넘어 처참할 정도로 초라하다.

인구를 유지하려면 2.1명은 돼야 한다는 합계출산율이 2017년에 이미 그 절반 수준인 1.05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지난해 출산율은 0.98명으로, 사상 처음 1.0명을 밑돌며 사실상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5년 단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작한 2006년 이래 재정 투입액이 150조원을 넘어섰고, 증액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지만 출산율 하락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오히려 하락 속도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이즈음에서 ‘기·승·전·현금살포’로 일관해온 ‘예산 퍼붓기’식 저출산 대책의 폭주를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봐야 한다. 결과가 기대한 정책효과에 부합하는지, 부진하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판’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때가 됐다. 아니,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다. 출산율의 기록적 추락으로 국민연금 건강보험은 물론이고 국가 재정에도 비상등이 켜졌지만, 정부는 현금 살포 위주의 단순 대책에 매달리는 딱한 모습이다.

지금과 같은 출산 유도 정책이 왜 문제인지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상당수 지자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OO만원 일괄 지급’은 효과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전형적인 ‘헬리콥터 살포’이자 포퓰리즘 성격이 다분하다. ‘보편적 재정 투하’가 실적 과시에만 그럴듯해 보일 뿐, 기대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건 다른 복지 정책 실패에서도 숱하게 입증됐다. 저소득층 중심의 ‘고용 쇼크’에 대응해 작년 10월 공공 부문 일자리에 국고를 집중 투입해 11월 취업자가 16만5000명으로 반짝 증가했지만, 12월에 곧바로 3만4000명 감소로 돌아선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정부·지자체는 ‘저출산 쇼크’를 어느 정도나마 극복해 나가는 일본 프랑스 등을 제대로 연구해 인구 정책 틀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일본은 예산 투입 성과가 미흡하자 해외 고급 기술 인력에 문호를 확대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 전환으로 출산율을 상승 반전시켰다. 유럽 최고 출산율의 프랑스는 교육부 관할 공공 보육학교가 3세 이상 아동의 무상교육을 오후 4시까지 책임진다. 해마다 유치원 추첨 대란을 겪는 한국과 대조된다.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태스크포스(TF) 발족을 대책이라고 내놨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조차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에서 ‘고비용 무효율’ 대책을 반복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돈’이 아니라 ‘삶’ 중심의 종합적 접근이 시급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청년의 안정적 삶이 가능해져야 출산율도 높아진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수다. 차제에 외국인 우수 인재들을 한국인화(化)하는 전향적인 이민 정책도 체계적으로 수립할 때가 됐다.